AI 반도체 판 흔든 GTC 2026…'삼전닉스' 재부상

이해선 기자 2026. 3. 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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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용 연산서 추론 중심 시스템 경쟁으로 무게 중심 이동
HBM 수요 급증 속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혜 기대감 확산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오른쪽)이 23일 오전 'GTC 정리 및 반도체 산업 최신 트렌드 확인하기'를 주제로 열린 웹세미나에서 "AI 산업이 모델 훈련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이해선 기자]

엔비디아 'GTC 2026'은 AI 반도체 경쟁의 승부처가 학습용 연산에서 추론용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 변화의 최대 수혜처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앞세운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23일 오전 'GTC 정리 및 반도체 산업 최신 트렌드 확인하기'를 주제로 열린 웹세미나에서 "AI 산업이 모델 훈련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생성형 AI가 추론형 AI로, 다시 에이전트형 AI로 진화하면서 컴퓨팅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AI 컴퓨팅 수요는 작업량 기준 1만 배, 사용량 기준 100배 늘어 종합적으로 100만 배 수준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가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짚었다.

엔비디아가 이번 GTC에서 제시한 수요 전망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혔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블랙웰 기반 누적 매출 가시성을 5000억 달러 수준으로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2027년까지 최소 1조 달러 규모의 누적 매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 본부장은 이를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가 새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번 세미나의 핵심 화두는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이었다. 정 본부장은 "베라 루빈은 GPU 성능 경쟁의 연장이 아니라 △CPU △GPU △네트워크 △메모리 △보안을 함께 묶은 통합형 AI 시스템"이라고 규정했다. AI 반도체 경쟁이 개별 칩 성능을 겨루는 단계를 넘어 시스템 전체 효율을 따지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추론 과정의 디코드 단계에 주목했다. 답변을 한 단어씩 만들어내는 이 구간은 GPU만으로 효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워 병목이 생기기 쉽다. 정 본부장은 "이 단계에 특화한 LPU가 병목을 줄일 수 있다"며 "GPU와 LPU를 결합한 구조에서는 전력 당 토큰 처리량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미래에셋자산운용]

◆엔비디아 협력 재확인…'삼성전자·SK하이닉스' 역할 부각

광통신 기술인 CPO는 주요 변화로 꼽혔다. 기존 구리선 기반 연결은 전력 소비와 발열, 거리 한계로 병목을 키우지만 광신호를 칩 내부 연결에 적용하는 CPO는 전력 효율을 5배, 전송 속도를 1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흐름은 AI 인프라 경쟁의 범위를 시스템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는 게 정 본부장의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재평가를 받는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다. 정 본부장은 "메모리는 더는 AI 시대의 보조 부품이 아니라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전트형 AI는 계획과 실행, 점검을 반복하는 구조여서 중간 결과를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는 과정이 많다. 그만큼 HBM 수요도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 플랫폼이 고도화할수록 HBM 탑재량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정 본부장은 이 변화의 중심에 한국 기업이 있다고 봤다.

세미나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할은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두 회사 전시장을 직접 찾은 점을 거론하며 엔비디아와 한국 메모리 기업의 협력 관계가 다시 확인됐다고 봤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실물과 차기 로드맵을 공개한 점도 핵심 포인트였다. 정 본부장은 "HBM 경쟁은 단순한 메모리 경쟁을 넘어 첨단 공정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함께 가진 삼성전자가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황 전망 또한 비교적 밝았다. 정 본부장은 HBM 시장 규모가 2025년 300억 달러에서 2028년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D램 재고가 2~3주 수준에 그칠 만큼 공급이 빠듯하고 가격 상승 여력도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마이크론 실적 역시 메모리 업황 회복의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메모리 업황이 단기 반등을 넘어 구조적 성장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런 흐름을 반영한 투자 상품도 함께 소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합쳐 약 55% 담은 'TIGER 반도체TOP10 ETF'가 국내 반도체 ETF 가운데 메모리 수요 확대 흐름을 비교적 직접 반영한 상품으로 언급됐다.

해당 ETF의 순자산은 이달 18일 8조원을 넘겼고 레버리지 상품까지 합하면 10조원 규모에 이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향후 AI 산업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이 이어질 경우 관련 ETF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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