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환자 치료하는 AI’ 어디까지 왔나…KIMES 2026서 본 ‘Physical AI’
‘판단’ 넘어 ‘개입’으로…의료 AI 다음 단계
기술은 앞서가지만 제도는 아직, 현장 적용은 과제

KIMES 2026 기간 동안 코엑스에서는 다양한 기술 세미나와 콘퍼런스가 이어졌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데이터, 인공지능 기반 진단 등 여러 주제가 논의된 가운데 특히 많은 관심이 몰린 주제가 'Physical AI'였다.
3월 20일 열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산업위원회 세미나 "의료 Physical AI의 현황과 전망"에는 예년보다 눈에 띄게 많은 참석자가 몰렸다. 좌석이 빠르게 채워질 만큼 관심이 높았고, 토론 시간에는 의대 학부생부터 산업·연구 분야 관계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Physical AI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를 인지하고 판단한 뒤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기존 의료 AI가 '판단'에 머물렀다면, Physical AI는 치료와 개입으로 이어지는 단계로 확장된 개념이다.
이번 세미나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우근 교수와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이자 코넥티브 대표인 노두현 대표가 발표를 맡고, 이후 패널토의로 이어졌다.

서우근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AI 기반 진단·케어 솔루션 스타트업 ㈜얼전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음성, 영상, 생체신호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임상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의료 Physical AI: 현황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Physical AI를 특정 기술로 정의하기보다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의 확장된 개념으로 설명했다. 기존 의료 AI가 영상 분석이나 진단 보조처럼 '판단'에 머물러 있었다면, Physical AI는 인지와 추론을 넘어 실제 환경에 개입하는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현재 의료 현장의 수준을 "액추에이터, 즉 실제로 움직여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장치가 환자에게 직접 시술하는 단계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 AI는 이미 병원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보는 AI'에 가까운 상태라는 것이다. 다만 Physical AI가 완전히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병원 내부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병동 간 물류를 이동하는 자율주행 로봇, 낙상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 웨어러블 기반 환자 모니터링, 재활 보조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기술들은 각각의 기능에 머물러 있으며, 통합된 형태의 AI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서 교수는 Physical AI의 방향을 '데이터 통합과 행동'으로 정리했다. 환자의 영상, 음성, 생체신호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환자의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하고 필요한 행동까지 수행하는 것이 진짜 Physical AI"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Physical AI의 궁극적 모습에 대해 상징적인 표현을 남겼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 등장하는 베이맥스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즉, 상황 이해와 상호작용, 물리적 개입까지 포함하는 개념을 강조했다.

두 번째 연자인 노두현 대표는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인공관절 수술 등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수술 솔루션 기업 ㈜코넥티브를 창업해 이끌고 있다. 코넥티브는 근골격계 진단부터 수술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플랫폼을 개발하며, 정형외과 수술 보조 로봇과 AI 기반 진단 소프트웨어를 병행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다.
노 대표는 "Physical AI와 디지털 수술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의료 AI의 현재 적용 지형과 향후 확장 방향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설명했다. 현재 AI는 영상 판독, EMR 요약, 진단 보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는 영역으로 수술실을 들었다. 노 대표는 수술실 인원을 대체하는 AI 적용이 어려운 이유를 '협업과 복잡성'으로 제시했다. 수술은 여러 인력이 동시에 움직이며, 제한된 시야 속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조직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진행된다. 촉각과 힘의 조절까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단순한 자동화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수술을 "아크로바틱 퍼포먼스 같은 협동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기술 수준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2D 중심의 시각 인식, 실시간 처리 한계, 촉각 피드백 부재, 상위 제어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Physical AI가 수술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초고령사회에 따른 의료 인력 부족, 고난도 수술 기피 현상, 지역 의료 공백 등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시스템 자체가 AI의 개입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 대표는 수술 AI의 발전 경로를 "보조 로봇이 먼저 나오고, 서전(surgeon)을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단계적으로 제시했다. 즉, 초기에는 카메라 이동이나 기구 전달 같은 보조 기능부터 시작해 일부 단계 자동화로 확장되고, 장기적으로 전체 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핵심 키워드로 '데이터'를 강조했다. 데이터 흐름이 가장 중요하며 외래, 영상, 수술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Physical AI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패널토의에서는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이자 혁신산업위원회장이 좌장을 맡아 연자인 서우근 교수, 노두현 코넥티브 대표와 함께 송희석 씨어스테크놀로지 CTO, 이승미 제이앤피메디 전무가 참여했다. 의료 현장, 기술 개발, 임상시험과 인허가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Physical AI의 실제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짚었다.
토론과 질의응답에서는 기술보다 현실적인 제약 조건이 중심 주제로 논의됐다. 가장 많이 언급된 문제는 인허가였다.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더라도 임상 적용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이 과정이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허가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발언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데이터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의료 AI의 핵심 자원이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소유권과 활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환자, 병원, 기업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데이터 공유가 쉽지 않은 구조다.
보험과 수가 역시 중요한 변수로 지목됐다. 기술이 개발돼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이 언급됐다.
또한 AI 시대 의사의 역할과 교육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부산의대 예과 2학년 학생은 "10년 뒤에는 사람의 진료 행위가 AI와 차이가 없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현재의 의대 교육이 이러한 변화에 맞춰가고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서우근 교수는 "의대 교육에서도 AI 관련 교육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했고, 노두현 대표는 "AI를 배우고 새로운 문제를 탐색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정원 좌장은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실제 의료 현장은 진단 외에도 협업과 조율 등 다양한 역할로 구성돼 있어 교육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는 의료 AI가 '판단'을 넘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그 속도와 방향에 대해서는 "예측이 어렵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기술은 빠르게 앞서가고 있지만, 인허가와 데이터, 보험 등 제도적 환경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의료 AI의 다음 단계는 기술의 진화와 함께,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의 문제로 모아졌다.
Copyright © 본 기사의 저작권은 디멘시아뉴스에 있으며, 사전 동의 없는 무단 복제·배포·전송·변형을 일체 금합니다.
- [현장] AI 진단·디지털 치료 총출동…KIMES 2026, 치매 기술 어디까지 왔나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인지기능 개선, 비침습 뇌 자극 치료...tDCS, rTMS 무엇일까?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현장] KIMES 2025...차세대 융복합 의료산업 및 첨단 정밀의료 기술 한눈에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
- 어르신 눈길 사로잡는 의료기기 '총출동'...KIMES 2024 막 올라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모두의 헬스케어, 의료 장벽 없는 세상을 향해...메디컬코리아 2024 개막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치매 고위험군 노인, 운동 뒤 ‘뇌 훈련’ 이렇게 했더니 효과 더 컸다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글로벌 치매 연구자, 코펜하겐에 총집결...‘AD/PD 2026’ 막 오른다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中 입원 노인 분석했더니...치매 위험, ‘악력’보다 ‘이 기능’과 더 연관 - 디멘시아뉴스(dement
- “1970년 뉴스가 다시 흘러나온다”…AI 라디오, 치매 돌봄 기술로 등장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
- “80대에도 새 신경세포 만들어진다”…슈퍼에이저 뇌에서 확인된 차이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