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타당성 재조사…양평고속도로 운명은?

이슬기 2026. 3. 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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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있던 2022년 1월 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 선거전에 모두의 관심이 쏟아지던 그날,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에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추진'이라는 제목의 공문 하나가 도로국장 전결로 결재됐습니다.

이 공문 한 장은 1년 6개월 뒤에 이른바 '양평고속도로 게이트' 혹은 '김건희 게이트' 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의 단초가 됩니다.

국토교통부 타당성 조사 추진 공문(2022.1.6)


■ 2017년 본격화한 수도권 동부의 숙원 사업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제1순환고속도로와 국도 6호선의 차량정체를 완화하는 등 수도권 동부 지역의 만성적인 주말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2008년부터 민간 투자 사업의 형태 등으로 최초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수익성 부족 등의 이유로 난항을 겪다가 2017년 1월 국토교통부의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16~2020년 추진)'에 정식으로 반영되면서 국가 재정 사업으로의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습니다.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하며 사업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는데요.

당시 확정된 이른바 '원안'은 총사업비 1조 7,695억 원 규모로,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서 출발하여 북광주 분기점(JCT)을 거쳐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연장 27km의 왕복 4차로 도로였습니다.

별다른 문제 없이 추진될 것처럼 보이던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꼬이기 시작한 건, 2022년 1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시작된 타당성 조사부터였습니다.

국토부는 양평고속도로에 대한 타당성조사 착수와 함께 용역을 발주했고, 3월 9일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됩니다. 그리고 2022년 3월 29일 경동엔지니어링과 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런데, 이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원안(예타안)'과는 크게 다른 '대안(최적안)'이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정리하면, 3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5월 10일 취임식 이전 인수위 활동 기간에 용역업체 계약과 용역 착수, 그리고 최초의 노선 변경 제안이 잇따라 이뤄진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건희 특검팀은 윤 대통령 취임 전까지 이뤄진 인수위 활동에서 양평고속도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의혹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2차 종합 특검팀은 당시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을 최근 출국금지하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토교통부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사업 현황 자료(2022.11)


■갈아엎은 수준의 '대안'…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왔나?

국토부의 이른바 '대안(최적안')은 예타안(원안)의 단순한 보완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노선도상 예타안은 남종 IC 이후 남한강 북안을 따라 양서면 쪽으로 들어가 북쪽에서 양평 JCT에 붙지만, 최적안은 퇴촌 IC 뒤 남쪽 강하면 축으로 내려와 강하IC를 거쳐 남쪽에서 양평 JCT로 연결됩니다.

종점부가 남한강 북측(양서면)에서 남측(강상면)으로 변경되면서 마지막 16km 안팎 구간의 진입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겁니다. 총연장과 사업비도 늘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가 2022년 5월 먼저 대안 노선을 제시하며 변경을 제안해 왔고, 이를 검토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타당성 조사 1차 용역 분의 핵심인 '편익산정'과 '경제적 타당성 분석', '종합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2023년 9월, KBS 보도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경제성 분석 없이 양평고속도로 변경 제안?…지침도 위반 (2023.09.12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1900

다시 말해, 대안(최적안)노선 수립에 필요한 충분한 검토 없이 고속도로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변화가 타당성 조사 착수 두 달 만에 이뤄진 셈입니다.
2023.09.12 뉴스9 중에서


■도로정책과 담당자들 징계… 새 용역은 도로건설과에서?

이후 국토부는 문제가 된 '타당성조사 용역 관련 특정감사'에 착수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중이던 지난해 3월 감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용역 업체가 용역기간 중에 이행하여야 하는 편익 산정, 경제적 타당성 분석, 종합 평가, 성과품 작성 등 과업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용역을 준공해주는 등 용역관리를 부적정하게 했다며 당시 도로정책과의 담당 서기관과 사무관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한 뒤로도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멈춰 있었는데요.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공식 재개되면서, 국토부는 4년 만에 다시 한번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를 하게 됐습니다.

지난 2023년 7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지 뒤로는 3년여만입니다.

지난 20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의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 관련 브리핑


다만,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총괄하는 부서는 과거 담당 업무를 수행했던 국토부 도로정책과가 아닌 도로건설과가 될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도로정책과가 타당성조사를 비롯해 사업 설계와 노선 검토를 주로 맡고, 도로건설과는 ‘확정된 사업의 실행 책임’을 전담하는 부서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실제로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도로정책과의 업무로 '도로 정책의 수립ㆍ조정',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수립ㆍ시행', '도로 건설 계획 수립(고속국도·일반국도·국지도)', '노선의 지정 승인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이 적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정책과의 업무가 많아서 내부적으로 업무 분장을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출발하게 된 서울-앙평고속도로는 2029년 착공과 2035년 준공을 새로운 이정표로 삼았는데요. '원점 재검토'를 내건 새로운 타당성 조사에서 '예타안(원안)'과 '최적안(대안)'에 대한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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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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