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치밀하게…숲속을 질주하는 포식자, 참매

참매는 바람을 타며 숲을 지배하는 진정한 사냥꾼이다. 비교적 짧은 날개와 긴 꼬리를 지녀 울창한 숲 속에서도 자유롭게 방향을 틀고 속도를 조절한다. 꼬리는 급회전과 급정지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발은 먹이를 움켜쥐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숲 속 나무 사이를 질주하듯 비행할 때는 나뭇가지를 짚으며 방향과 속도를 정교하게 다듬는다.

빠른 비행과 치밀한 기동을 겸비한 참매는 숲이라는 복잡한 공간을 가장 능숙하게 읽어내는 포식자 가운데 하나다. 겨울철에는 농경지나 평야 주변으로 내려와 사냥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는데, 그 움직임은 마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민첩하고 정확하다.

지난 2월 오후 5시30분경,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에서 흰죽지수리 관찰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차창 옆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선이 닿는 순간, 참매가 까치를 덮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공격은 순식간이었다.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까치는 논바닥에 쓰러졌고, 참매는 곧바로 양쪽 날개를 넓게 펼쳐 먹이를 감싼 채 주위를 날카롭게 살폈다. 주변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온몸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잠시 뒤 참매는 먹이를 뜯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는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자세가 더욱 낮고 단단해졌다. 사냥감을 움켜쥔 발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고, 부리 끝은 쉼 없이 움직였다. 이따금 고개를 번쩍 들어 사방을 훑어보는 눈빛은 불꽃이 튀는 듯 매서웠다. 털을 고르는 짧은 동작마저 야성을 품고 있었다. 참매가 왜 진정한 사냥꾼을 불리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눈앞에서 참매의 사냥 장면을 마주하는 일은 절대 흔하지 않다. 설렘과 조바심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 움직임 하나라도 놓칠세라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참매는 주로 숲 속에서 사냥하기 때문에 그 장면을 직접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만남은 겨울철 참매가 농경지로 내려와 사냥에 나섰기에 가능했던 드문 순간이었다.


참매는 우리나라에서 텃새이자 겨울 철새로 관찰되는 대표적인 중형 맹금류다. 경계심이 매우 강하며 번식기에는 영역 방어 성향이 더욱 뚜렷해져 둥지 주변에 접근할 경우 맹렬한 공격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참매는 기동력을 앞세워 새와 작은 포유류를 사냥하며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다운 위용을 뽐낸다.

참매의 사냥은 은밀하면서도 치밀하다. 나무나 전봇대에 앉아 주변을 살피다가 먹잇감이 포착되면 낮고 빠르게 파고들며 기습한다. 매복이 실패하더라도 곧바로 짧은 거리 추격으로 전환하고, 빠른 날갯짓과 활공을 섞어 공중에서도 집요하게 뒤쫓는다. 먹이가 땅 위에 있을 때는 논과 밭, 풀밭 위를 스치듯 날다가 순식간에 덮쳐 제압한다.



참매 사냥의 진가는 숲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무 사이를 자유자재로 급회전하며 비행하는 능력은 다른 맹금류와 견주어도 단연 돋보인다. 단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방향과 속도를 동시에 제어하는 정교함까지 갖추고 있다. 그래서 참매는 단순히 날쌘 맹금이 아니라, 숲이라는 복잡한 공간을 완벽히 읽어내며 사냥하는 고도의 포식자라 할 수 있다.



참매는 울창한 숲을 삶의 무대로 삼으며 일정한 영역을 꾸준히 활용한다. 성조는 시각 비행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살피고, 둥지 주변과 산지의 먹이 기반을 강하게 방어한다. 이러한 습성은 번식 성공과 직결되는 중요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번식기는 이른 봄부터 시작된다. 보통 2월 무렵 번식 쌍을 이루고, 2~3월 사이 둥지를 새로 짓거나 낡은 둥지를 손질한다. 이 시기 수컷은 구애 행동의 하나로 신선한 먹이를 암컷에게 가져다주는데, 이는 자신을 건강과 능력을 보여주는 신호로 여겨진다.
짝짓기는 하루 평균 약 10회, 한 시즌에는 100~300회에 이를 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산란은 대체로 4월 초에 시작되며, 포란 기간은 약 28~32일이다. 부화한 어린 새들은 어미의 보호 아래 자라다가 65~90일이 지나면 점차 독립적인 생활에 들어선다.


참매는 몸길이 약 50~60㎝, 날개를 편 길이 약 106~131㎝에 이르는 중형 맹금류다.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크며, 눈 위로 선명한 흰 눈썹 선이 드러난다. 몸 윗면은 청회색을 띠고, 가슴과 배에는 잔잔한 가로줄 무늬가 나타난다. 먹이는 비둘기, 까치, 꿩, 오리 같은 조류는 물론 다람쥐와 토끼 같은 중소형 포유류까지 폭넓다. 빠른 비행과 예리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숲과 들판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새라 할 수 있다.

눈앞에서 펼쳐진 그 날의 장면은 참매가 왜 숲의 사냥꾼으로 불리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한순간의 돌진과 정확한 제압, 그리고 먹이를 지키기 위해 날개를 펼친 채 주변을 경계하던 긴장감 어린 모습까지, 모든 동작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참매의 사냥은 단지 먹이를 얻는 행위가 아니라, 오랜 시간 진화해 온 포식자의 본능과 기술이 응축된 한 장면이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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