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중동 전쟁에 수출길 막혀”…원단 빼곡히 쌓인 대구염색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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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소 저거. 창고가 꽉 차가 마, 이제 공터고 주차장이고 전신만신(온통) 원단입니더."
19일 대구 서구 대구염색산업단지의 한 섬유업체에서 만난 직원 김모 씨(52)가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김병갑 대구상공회의소 사무처장은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 물류비 부담 증가로 인해 업종과 수출 여부를 가리지 않고 지역 기업 전반에 광범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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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 서구 대구염색산업단지의 한 섬유업체에서 만난 직원 김모 씨(52)가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김 씨의 등 뒤로는 중동 전통 의상인 히잡이나 차도르용으로 쓰일 최고급 폴리에스터 원단들이 출구 없는 미로처럼 겹겹이 쌓여 있었다. 김 씨는 “임시방편으로 천막으로 덮어놨는데 한계가 있다. 때 묻은 원단을 볼 때마다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1981년에 조성된 대구염색산업단지는 120여 개의 관련 업체가 몰려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염색산업단지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0여 개 업체는 이슬람 의상이나 원단 등 중동 수출 비율이 높은데 최근 격화한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중동행 해상 물류망이 사실상 마비돼 생산한 원단들이 컨테이너선에 오르지 못한 채 공장 안에 갇혀버린 것이다. 김 씨는 “바닷길 외에는 대안도 없다. 섬유 특성상 부피도 크고 무게도 상당해 항공편으로 보낸다면 물류비를 아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중동 수출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휴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제품 출하도 못 하는 상황에 인건비는 계속 나가다 보니 휴업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동 전쟁의 확전과 함께 장기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지역 기업이 받는 직·간접적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기업 445개 사(응답 271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중동 사태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9.7%가 직·간접적(간접 73.1%, 직접 16.6%)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병갑 대구상공회의소 사무처장은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 물류비 부담 증가로 인해 업종과 수출 여부를 가리지 않고 지역 기업 전반에 광범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최근 ‘중동 사태 관련 섬유 기업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동 지역이 주요 수출 대상인 기업 관계자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긴급 지원 수출바우처와 수출보험료 특별지원 및 보증 확대, 수출물류비 지원 정책 등을 설명했다. 박기환 대구시 경제국장은 “시 차원에서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물류비 지원 등은 신속히 집행하고, 정부 및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중동발 경제 불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와 기업, 민생을 아우르는 ‘3대 분야 정책 패키지’를 마련했다. 농·어업용 면세유를 한시 지원하고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한다. 중동 수출기업의 물류비 지원 한도를 7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보험료 지원은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에는 최대 5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이차보전 2%)을 지원하고, 소상공인에는 최대 5000만 원의 금융지원을 시행한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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