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군대 준비태세 완료”… ‘무력 접수’ 시사한 美에 항전 결집
쿠바 “주권 포기 절대 불가”
미국의 대규모 경제 봉쇄로 사상 최악 수준 전력난에 빠진 쿠바가 미군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본격적인 군사 훈련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무력으로 접수할 수 있다’는 취지 발언을 쏟아내며 정권 교체 의지를 드러내자, 쿠바 역시 주권 수호를 앞세워 벼랑 끝 전술로 맞서는 모양새다. 과거 냉전 시대 앙숙이었던 두 나라가 대화 대신 무력 충돌이라는 극단적 시나리오를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카리브해 일대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와 폭스뉴스, NBC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무차관은 이날 미국 NBC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우리 군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으며, 최근 군사적 침략 가능성에 대비해 실제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며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주권 국가로서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와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련의 공개 발언을 통해 “쿠바를 접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위협한 직후에 나왔다.
현재 쿠바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사실상 국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미국이 주도한 원유 해상 봉쇄 여파로 국가 전역에 전력망까지 무너지는 이른바 ‘블랙아웃’ 사태를 겪는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 전력망이 복구되긴 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지역이 전력난으로 식품 생산을 못하고 이로 인해 식량과 생필품마저 떨어져 가는 실정이다.
미국은 최근 쿠바를 상대로 전력난과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며 이른바 베네수엘라식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한 직후, 쿠바로 타겟을 바꿔 고강도 경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나는 쿠바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 믿는다”며 쿠바로 향하는 자금과 원유 공급로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쿠바 공산당 정권은 이달 초 미국과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하지만 미국 측이 정권 교체를 기본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쿠바는 여전히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가 공고하다.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회견에서 “쿠바는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고, 현재 지도부는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며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이 정권을 맡아야만 한다”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쿠바는 체제 전환 요구만큼은 절대 응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데 코시오 차관은 “쿠바 정부 성격과 통치 구조, 인적 구성은 주권 국가의 고유 권한”이라며 “어떠한 협상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당제 도입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미국 정치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응수했다.
그는 “미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권과 의회를 장악할 수 있는 단 두 개 거대 정당만 존재하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며 “미국 정부 역시 다른 나라가 헌법 변경을 강압적으로 요구한다면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양국이 서로를 존중하는 기반 위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용의는 열려 있다”고 덧붙이며 군사적 확전에는 거리를 뒀다.
전문가들은 강압적인 외부 개입 시도가 카리브해 전역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윌리엄 레오그란데 아메리칸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미국은 현지 망명자들을 달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단순히 경제를 고사시키는 방식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
크리스토퍼 사바티니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쿠바는 중앙집권화되고 깊숙이 뿌리내린 통치 구조를 갖고 있어 급격한 변화에 강하게 저항하는 국가”라며 “미국의 외부적 압박만으로 정치적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환상은 극심한 혼란만 낳을 위험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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