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ABC론'에 한겨레 논설위원 "강한 주관과 가치판단 묻어나"
이 대통령 지지층 나눈 유시민 'ABC론'
한겨레 논설위원 "벤다이어그램 시각화 맞나"
동아일보 논설주간 "조선 '예송논쟁' 보는 듯"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층을 A·B·C 세 그룹으로 분류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한겨레 논설위원이 “강한 주관과 가치 판단이 묻어난다”며 “벤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는 게 적합한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세영 한겨레 논설위원은 23일 <유시민의 벤 다이어그램> 칼럼에서 유시민 작가가 '가치'와 '이익'을 대립 관계로 둔 것이 주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전통·신규 지지층을 '가치 추구 집단'과 '이익 추구 집단'으로 구분해 서술하는 유 작가의 방식에선 강한 주관과 가치 판단이 묻어난다”며 “이 대통령의 '실용' 행보에 후한 점수를 주는 지지층을 범주화하며 '가치 대 실용' 대신 '가치 대 이익'이란 평가적 대립쌍을 굳이 채택한 것부터 그렇다. '가치'는 공적인 것인 반면 '이익'은 사적인 것이란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이세영 위원은 “'가치 추구'와 '이익 추구'라는 성향에 따른 구분을 벤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는 게 적합한지도 의문”이라며 “'성향'은 특정한 개인의 것이든 집단의 것이든 농과 담의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집합 A'와 '집합 B'처럼 명확한 구획선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존 벤이 유 작가의 ABC론을 봤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존 벤은 1880년 논문에서 벤 다이어그램을 처음 선보였다.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유 작가의 논리가 조선 후기 '예송 논쟁'을 떠올린다고 봤다. 천광암 주간은 “유 작가가 ABC 벤 다이어그램을 통해 짜놓은 판은 조선 후기 예송(禮訟)논쟁과 놀랄 정도로 닮은 점이 많다”며 “그가 말하는 '가치'에 '검찰개혁' 대신 '예'를 놓고, 정청래-유시민-김어준의 자리에 '서인(西人)-노론(老論)'을, '뉴 이재명' 또는 '친명' 그룹의 자리에 '남인(南人)'이나 '서인-소론(少論)'을 놓으면 된다”고 했다.
천광암 주간은 “노론의 영수로 예학의 대가였던 우암 송시열은 '주자학'과 '예'에 대한 독점적 해석권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산림(山林)'에 앉아서도 천하를 호령했다”며 “반대파들을 '사문난적(유학을 어지럽히는 도적이라는 뜻)'으로 몰아 제거했다. 물론 송시열도 종국에는 당쟁의 희생자가 됐고, 그가 추구한 것이 유교적 이상정치였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예송논쟁의 피해자가 된 셈”이라고 했다.
천 주간은 “검찰개혁에 대한 유시민의 교조주의적 강경론도 주자학이나 예학에 대한 송시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원칙에 단 하나도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부작용이 생기면 어떡하느냐고? '나중에 보완하면 돼요'라는 것이 유 작가가 올해 2월 초 김어준의 유튜브에 출연해서 내놓은 답”이라며 “급진적인 변화로 인해 나타나게 될 형사사법의 혼선이나,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는 아예 관심 밖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천 주간은 “유시민의 벤 다이어그램 어디에도 정치와 무관한 국민이나 민생이 설 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예송논쟁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조선의 지배계층이 예송논쟁에 빠져 있던 17세기 후반은 민생이 최악의 도탄에 빠져 있던 시기”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유시민의 벤 다이어그램과 강경 지지층의 공세에 발목을 잡혀 검찰개혁이 국민의 편익과 눈높이에서 멀어지거나, 국정 기조가 실용과 통합 대신 배제의 문법으로 끌려 들어가선 안 된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가치'를 추구하는 A그룹과 '이익'을 추구하는 B그룹, '가치와 이익 모두'를 추구하는 교집합 C그룹으로 분류하는 'ABC론'을 제시했다. 유 작가는 A그룹을 민주당의 코어 지지층으로 설명하며 B그룹은 대통령 인기가 떨어질 때 가장 먼저 돌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유 작가가 일부 정치인 실명을 거론해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 대통령 지지 성향 유튜브를 운영하는 이동형 작가는 지난 19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진영간의 싸움이 크게 붙었다가 정리될 마당에 등장해서 (유시민 작가가) 얘기를 한 것”이라며 “친문의 부활을 노린다고 생각한다. 어제(18일) 인터뷰를 보고 확실하게 느꼈다. 이재명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꺼져가는 친문 세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김어준·조국·유시민이 손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임 한국신문협회장에 박장희 중앙일보 발행인 - 미디어오늘
-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62.2%… 3주 연속 상승 - 미디어오늘
- 안전소홀·불법증축 대형 참사로…신문들 1면 “전형적 인재” - 미디어오늘
- 尹정부 방통위원장 이진숙, 국힘 대구시장 경선서 컷오프 - 미디어오늘
-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 본회의 통과 - 미디어오늘
- 156분 헤일메리,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역설 - 미디어오늘
- 증권방송·유튜브로 주식 추천하고 ‘선행매매’…금융당국, ‘핀플루언서’ 고발 - 미디어오늘
- 1444만 관객 ‘왕사남’, 역대 1위 ‘명량’ 매출액 넘겼다 - 미디어오늘
- ‘방송제작현장 가짜 3.3 계약 근절하라’ 노동부 향한 요구 - 미디어오늘
- TBS ‘살릴 것인가’ 넘어 ‘어떻게 살릴 것인가’로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