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켈레 이후에도 이어지는 젊은 돌풍, 핀란드의 힘은?

박경은 기자 2026. 3. 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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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c)Marco Borggreve. 빈체로 제공

클라우스 메켈레는 세계 클래식음악계의 대표적인 스타 지휘자다. 올해 고작 서른인 그는 오슬로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상임지휘자까지 맡게 된다. 올해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취임할 타르모 펠토코스키는 2000년생이다. 그가 스물 네살이던 2024년 홍콩 필하모닉은 일찌감치 그를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했다. 그의 전임자는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 스물두살에 라트비아 국립교향악단 예술감독에 취임했던 그는 현재 프랑스 툴루즈 국립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2023년에는 최고의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음반 계약을 체결했다.

얼마전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력지휘자(Associate Conductor)로 임기를 시작한 1994년생 에밀리아 호빙은 핀란드 정부 문화매체가 메켈레, 펠토코스키와 함께 꼽은 차세대 스타 지휘자다. 프랑스 클래식 전문지 레스무지카는 호빙의 지휘를 두고 “사람을 사로잡는 엄청난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지휘는 대체로 연륜의 예술로 여겨진다. 오케스트라를 장악하는 능력, 폭넓은 음악적 깊이와 자신만의 해석력, 소통력 등이 두루 필요하기 때문이다. 40대도 젊게 여겨지는 지휘계에서 최근 20~30대 지휘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그 돌풍의 중심에는 핀란드가 있다. 20대에 데뷔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메켈레 이후에도 새로운 얼굴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2001년생인 크리스티안 살리넨은 최근 세계 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신예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헬싱키 필하모닉, BBC심포니 등 핀란드 안팎의 주요 교향악단과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지난해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산투 마티아스 루발리. 빈체로 제공

인구 550만명에 불과한 핀란드는 일찌감치 지휘강국으로 정평이 났다. 에사 페카 살로넨을 비롯해 오스모 벤스케, 사카리 오라모, 한누 린투, 수잔나 멜키, 미코 프랑크, 피에타리 잉키넨, 산투 마티아스 루발리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개성을 보여온 지휘자들이 세대별로 포진해 있다.

오스모 벤스케는 츠베덴 이전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지냈으며 피에타리 잉키넨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사카리 오라모는 24일부터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펼친다. 국내 무대에서 처음으로 지휘를 선보이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협연한다. 펠토코스키, 살리넨은 그가 교수로 재직했던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키워낸 제자이기도 하다.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산투 마티아스 루발리도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관객들 앞에 서서 창의적인 에너지를 선보이며 극찬을 받았다.

일찌기 지휘 강국의 위상을 얻은 핀란드가 지속적으로 젊은 지휘자들을 배출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핀란드 지휘 교육의 토대를 닦고 주축이 된, 올해 96세인 명 교육자 요르마 파눌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핀란드 최고의 음악학교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오랫동안 가르치며 핀란드의 대표적 지휘자들을 길러냈다. 물론 거장 한 명으로 핀란드 지휘의 힘은 설명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쌓여온 문화적 인프라와 생태계의 힘은 핀란드가 지금도 젊은 지휘자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클래식 스트리밍 플랫폼 메디치 TV가 지난해 말 핀란드 지휘의 저력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핀란드에는 15개의 전문 오케스트라가 있고 그 중 12개가 수도 헬싱키 밖에 자리잡고 있다. 수도에 집중되지 않은 촘촘한 음악 생태계 덕분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오케스트라를 접할 수 있고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로 현장을 익힌 뒤 지휘자로 성장하는 경로도 열려 있다. 지휘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풍부한 인프라 덕분에 실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결국 핀란드 지휘의 힘은 젊은 천재가 우연히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촘촘한 음악 생태계 안에서 경험과 실전 훈련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시스템에 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사카리 오라모. 성남아트센터 제공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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