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보장에 달러 투자까지…'살아서 쓰는' 종신보험 시대


사후(死後) 보장의 대명사였던 종신보험이 생전(生前) 자산관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 사망 보험금 지급을 넘어 연금 전환과 달러 투자, 중도 인출 등 유동성을 강화한 상품들이 시장의 주류로 부상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보험사의 전략 변화와 금리 변동성이 맞물린 결과로, 종신 보험 개념이 재정의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에 연금 기능을 결합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기존 종신보험이 사망시 보험금을 지급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상품은 생전에도 활용 가능한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이 선보인 밸런스 종신보험은 일정 시점 이후 연금 형태로 전환해 노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적용했다. 보험료 납입 이후 사망보장을 유지하면서 연금 전환시 총 수령액을 일정 수준 이상 보증하는 방식이다.
달러 종신보험 확대도 올해 들어 두드러지는 변화다. 보험사들은 달러 기반 상품을 통해 환차익 가능성을 강조하며 투자 성격을 부각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 차와 환율 상승 기대가 맞물리면서 달러 보험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상품은 보험료와 보험금을 모두 달러 기준으로 설계해 환율에 따라 원화 환산 금액이 달라지는 구조다.
메트라이프생명과 신한라이프는 중도 인출 등 자금 활용 기능을 결합한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종신보험의 성격이 자산관리형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보험사의 수익 인식 방식이 달라지면서 장기 보장성 상품의 수익성이 보다 명확히 드러났다. 보험사들은 계약 유지 기간이 길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하게 됐고, 연금 전환 등 고객 유지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품을 재설계하고 있다.
금리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저금리 시기에는 저축성 상품의 매력이 떨어졌지만, 보장과 투자 성격을 결합한 상품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확정형 수익에 더해 추가 수익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는 구조가 소비자 수요와 맞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품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소비자 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신보험이 연금이나 투자 상품처럼 인식되면서 본래의 보장 기능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 종신보험은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기준 수익이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 종신보험은 사망보장뿐 아니라 연금이나 자금 활용까지 함께 설명해야 판매가 이뤄지는 분위기"라며 “고객들도 보장보다는 언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