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르고, 주식 바닥치고…중동 리스크에 금융시장 ‘패닉’

정희윤 기자 2026. 3. 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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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천510원 돌파·코스피 급락
코스피 5%대 하락·외국인 매도
금리 인상 전망에 채권금리 상승
코스피 급락, 환율 급등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주초부터 크게 흔들렸다.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천510원을 넘어섰고, 주식·채권·가상자산 등 주요 자산군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리스크 오프(위험회피)' 흐름이 뚜렷해졌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5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9.8원 오른 1천510.4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장 초반 1,504.9원에 출발한 뒤 상승폭을 확대하며 장중 1천511.8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급등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강경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이란 역시 강력 대응을 예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재부각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선호가 강화되며 원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6선까지 상승하며 다시 1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서 달러 수요가 확대되면서 신흥국 통화 전반에 약세 압력이 가해지는 모습이다.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시각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3.91포인트(5.78%) 급락한 5,447.29를 기록하며 5,5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수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대형주가 4~6%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3천억원 넘는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2조7천억원 넘게 순매수에 나섰지만 낙폭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 역시 4% 넘게 하락하며 1,110선까지 밀렸다. 성장주와 기술주 중심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세가 뚜렷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9bp 오른 연 3.501%, 10년물 금리는 7.6bp 상승한 연 3.811%를 기록했다. 중동 리스크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된 영향이다.

특히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통화 긴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채권시장 약세를 부추겼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보고서를 통해 이르면 오는 5월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1억1천만원대 초반으로 밀렸고, 이더리움과 리플 등 주요 코인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고, 이는 통화정책과 금융시장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이라며 "환율, 금리, 주식시장 모두 변동성이 높은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