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있는 통화정책 고민” 차기 한은 총재 일성…물가·성장 사수가 최대 과제

김벼리 2026. 3. 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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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BIS 통화경제국장 지명
“균형있는 통화정책 운영 고민”
학계·국제기구 등 두루 경험해
중동사태 물가·성장 모두 휘청
지명 다음날 환율 1510원 넘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SWC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현재 상황’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ESWC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물가, 성장, 그리고 금융 안정을 고려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겠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첫 소감으로 이 같이 밝혔다. 현재 한국 금융시장이 처해 있는 현실과 새로운 통화당국 수장으로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모두 담긴 말이다. 해외 학계와 국제기구에 오래 몸담으며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 이론을 겸비한 신 후보자가 고착된 ‘K자형 성장’과 환율 불안에 중동 사태라는 대외 악재를 딛고 금융 안정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신현송 후보자는 지명 소감에서 “미국 관세정책 변화, 주요국 통화·재정 정책 등이 우리 경제의 상·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던 가운데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과 경제전망의 불확실성도 고조됐다”며 “물가, 성장, 그리고 금융 안정을 고려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는 해외 학계와 국제기구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국제통’으로 꼽힌다. 이창용 현 총재 못지않게 국제적인 경험과 인맥이 풍부한 인물로 통한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총재는 신 후보자 지명에 대해 “그는 경제학계와 중앙은행 커뮤니티에서 사상적 리더이자 신뢰받는 자문역으로서 널리 존경받고 있다”며 “총재로서 매우 훌륭한 후보자”라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24년 12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금융위원회(FSC)-한국은행(BOK) 공동개최 ‘AI, 금융, 중앙은행 : 기회, 도전과제 및 정책적 대응’ 콘퍼런스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신현송 BIS 조사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신 후보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경제학, 철학을 전공하고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수로서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정경대, 미국 프린스턴대 등을 거쳤다. 당시 은행업과 국제 금융·통화 경제학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저작을 남겼다. 국제기구에서도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로 재직했고, 2014년부터 12년째 BIS에서 활동해왔다.

신 후보자의 핵심 분야는 금융 안정과 거시 건전성 분야로 알려졌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BIS에서는 최근 디지털 혁신과 금융 시스템에 역점을 둔 과제를 집중적으로 수행해 왔다.

국내에서도 여러 활동을 전개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냈다. 당시 신 후보자는 한국의 금융안정 정책 수립과 G20 정상회의의 의제 개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신 후보자는 총재 지명 직후 BIS 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만간 귀국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준비할 전망이다.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지금까지는 지명부터 취임까지 한달가량 걸렸다.

신 후보자는 앞으로 4년간 통화당국 수장으로서 중차대한 과제들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며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제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전망도 점점 확산하고 있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 후보자는 인플레이션의 파급 효과와 과잉 유동성이 주도하는 완화적인 금융 여건에 관한 명확한 지표를 확인하면 통화 긴축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르면 신 후보자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5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최근 경제성장이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K자형’ 양극화 추세라는 것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금리를 올렸다가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후보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BIS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사태에 대해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Look-through)이 교과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차기 총재는 관망 기조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기 전까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신현송 BIS 조사국장이 2023년 2월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1회 대한상공회의소-한국은행 세미나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외환시장 불안정 해소도 주요 과제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 1365.15원에서 계속 오르며 12월에는 1467.14원까지 뛰었다. 올해 들어 수급 불균형이 완화하면서 1·2월 1456.28원, 1448.38원 등 안정화 추세였지만, 중동사태 발발 이후 이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23일까지 환율 장중 고점이 1500원을 넘긴 날은 총 15일 중 7일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1500원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환율 수준은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new framework)’ 등 현재 논의 중인 시장 안정화 조치들을 신 후보자가 어떻게 끌고나가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신 후보자는 그동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외환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안정적 화폐의 역할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규제가 없어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왔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확대 도입한 6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금리 제시)와 점도표를 이어갈지도 관심이 쏠린다. 신 후보자는 지난 간담회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의)단점은 제한적인 유연성이다. 상황이 변하면 기동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감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의 기저 방향에 대해 진심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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