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뇌 임플란트’ 세계 최초 시판 승인…척수 손상 사지마비 환자 대상
고령화 대응·군사부문 응용 등 다목적 포석
개발 앞서나갔던 미국, 아직 임상시험 단계

흔히들 ‘뇌 임플란트’라고 부르는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우주 탐사 기술에 비견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술을 융합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재료공학에서 신경과학, 전자, 통신, 인공지능, 로봇, 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광활한 우주와 마찬가지로 뇌 속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기술이라고 해서 소우주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행동이나 말과 관련한 뇌 신호를 해석해 로봇 팔다리를 작동시키거나 음성이나 문자로 전환해 줌으로써 사지 마비 환자나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장치를 말한다.
그동안 미국이 선도적으로 개발해온 이 기술을 중국이 먼저 상용화하는 데 나섰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지난 13일 상하이의 뉴라클 메디컬 테크놀로지(Neuracle Medical Technology)가 칭화대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뇌 이식 장치 ‘네오’(NEO)의 시판을 승인했다. 침습형 뇌 임플란트 기기에 대해 임상시험을 거쳐 상업적 사용이 허용된 것은 세계 처음이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를 비롯해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뇌 임플란트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이정표에 도달한 셈이다.
이번 승인은 공교롭게도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중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세계 선두주자를 목표로 내세운 이 계획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5대 미래 전략 산업 가운데 하나로 설정했다.

생각만으로 로봇 장갑 움직여
환자가 ‘손을 쥐고 싶다’고 생각하면 뇌에 이식된 전극이 뇌파를 읽고 이 신호를 무선으로 컴퓨터에 전달한다. 이어 컴퓨터가 신호를 해독해 환자의 손에 끼워진 로봇 장갑에 명령을 내리면 장갑 내부에 연결된 공압 장치가 움직이면서 환자의 손가락을 굽히거나 펴준다. 현재 시스템은 뇌의 왼쪽 또는 오른쪽 운동 피질 중 한 곳에 칩을 심어 반대쪽 손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사용 대상은 목 부위(경추)를 통과하는 척수가 손상된 18~60살의 사지마비 환자로 제한돼 있다. 경추 척수는 뇌에서 내려오는 신호를 팔, 손, 그리고 호흡 근육으로 전달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부위다.
회사 쪽은 2023년부터 3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해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했으며, 장치를 이식한 모든 환자가 물건을 잡는 동작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개발자들은 지난해 발표한 출판 전 논문에서 9개월 동안 이 장치를 사용한 환자가 오른손으로 먹고 마실 수 있게 됐다고 보고했다. 왼손을 움직이는 기능은 오른손보다는 약했다.

2030년까지 세계적 기업 두세곳 육성
임상시험에 참여한 상하이 푸단대 첸량 교수(신경외과 전문의)는 올해 안에 뇌허혈성 뇌졸중으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를 대상으로 이 장치를 시험하고, 다른 유형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의 후발주자임에도 상용화에서 앞선 데는 국가적 지원이 큰몫을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2025년 8월 발표한 ‘BCI 산업 혁신 발전 촉진 이행계획’에서 2027년까지 장치 기술 혁신과 임상시험을 마치고 2030년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기업을 2~3개 육성해 이 분야를 주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2월엔 116억위안(2조2천억원) 규모의 뇌과학 기금 조성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 IT컨설팅 업체인 CCID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광둥성, 장쑤성,저장성, 베이징을 중심으로 150여개 기업이 이 부문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선 뉴럴링크가 상용화 근접
현재 미국에서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는 업체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뉴럴링크다. 뉴럴링크는 2024년 1월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해 12명이 임상시험을 완료했거나 진행중이다. 임상시험 등록 환자는 21명(2026년 1월 기준)이다.
텔레파시라는 이름의 뉴럴링크 뇌 임플란트 시스템은 동전 크기 만한 칩 1개와 전극이 달린 전선 64개로 이뤄져 있다. 각 전선에 있는 전극을 모두 합치면 1024개다. 두개골에 칩을 심은 뒤, 운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뉴런에 전극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극이 뉴런의 신호를 칩으로 보내면 칩이 그 신호를 무선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컴퓨터에 보낸다. 뉴럴링크 칩은 뇌 부위가 아닌 특정 뉴런에 연결해 뇌 신호 수신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 장점이다. 뉴럴링크는 이를 이용해 사지마비뿐 아니라 시력상실, 언어 장애 환자들에게도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개골을 절개하는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아 아직 임상시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올해 안에 기기 양산과 함께 차세대 뇌수술 로봇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잠재력 큰 인간-기계 융합 기술
전문가들은 중국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밀어붙이는 데는 다목적 포석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인구 구조의 변화, 즉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급속한 고령화로 급증하는 의료비, 간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미국과의 경쟁에서 인간과 기계 융합이라는 잠재력이 큰 첨단 기술 분야의 우위를 확보하고, 나아가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응용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다르파(방위고등연구계획국)를 중심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의 군사부문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조지아 공대 마거릿 코살 교수(국제관계학)는 기술매체 와이어드에 “미국은 민간 연구와 군사 연구를 명시적으로 연계하지 않는 반면 중국은 군사와 상업을 직접 연결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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