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함 건조 조차 4년 지연...사실상 '실패' 인정 [여의도 Pick!]

백승기 기자 2026. 3. 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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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군 군함도 제때 만들지 못하고 있는 독일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독일은 유럽의 해상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핵심 전력인 신형 호위함 건조 사업은 4년 째 지연되고 있습니다.

18일 디펜스루마니아 보도에 따르면 최근 독일 국방부는 F126 호위함 건조 사업의 주계약자 역할을 네덜란드 다멘(Damen) 조선소에서 라인메탈(Rheinmetall) 해군 시스템 사업부로 긴급 이전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해군 분야 전문 매체 네이벌 뉴스에 따르면 독일의 F126 호위함의 첫 함정 인도는 당초 2027년에서 2031년으로 밀려났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다멘이 맡았던 초기 설계 및 데이터 관리 단계에서 발생했습니다. 설계소프트웨어 오류와 데이터 처리 미숙으로 인해 기술 도면이 독일 조선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체 생산 일정이 연쇄적으로 붕괴됐습니다. 제조 강국 독일이 디지털 전환 실패로 인해 4년이라는 시간을 허공에 날린 셈입니다.

라인메탈은 현재 생산 공정 가속화와 검수 절차 단순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2026년 4월로 예정된 평가 단계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이 전환이 실패할 경우, 독일은 해군 현대화에서 사실상 10년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불확실성 속 독일 정부는 이중 전략을 가동했습니다. F126의 사업 정상화와 함께 TKMS(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가 생산하는 MEKO A-200 DEU 호위함 도입을 서두르는 것입니다. 해당 사업에는 이미 2억 4000만 유로(약 3500억 원)의 추가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이는 사살상 F126 프로그램에 대한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MEKO A-200은 2029년 인도가 예상되는 ‘대체 카드’로, 독일 해군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최근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최대 12척, 약 600억 캐나다 달러(한화 약 60조 원) 규모의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독일(TKMS)은 노르웨이와 손잡고 ‘212CD급’ 잠수함을 제안하며 우리나라(한화오션·HD현대)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해군 플랫폼 개발 능력에 대한 의문은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잠수함은 프리깃보다 더 높은 수준의 통합 설계와 정밀 제조 능력이 요구되는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프리깃 사업조차 일정 관리에 실패한 국가가 수십조 원 규모의 잠수함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특히 캐나다는 단순한 플랫폼 구매가 아니라 장기 유지보수, 기술 이전, 산업 협력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이 보여준 최근의 사업 관리 역량은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산안창호급(KSS-III)’ 잠수함을 적기 전력화하며, 대형 해군 플랫폼의 일정 관리와 통합 설계 역량을 이미 실전에서 검증했습니다.

캐나다가 잠수함 사업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는 아직까지 결정되진 않았지만, 2031년에나 나올 첫 호위함을 기다리는 독일의 ‘입’만 믿고 잠수함 사업을 맡길 수 있을까요.

백승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