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기축통화 ②] 5경 부채 늪 빠진 미국, 승부수는 가상자산
AI 시대 통화 패권, 국채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주도
![해당 이미지는 실제사진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사진=Whisk AI 이미지 제작]](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3/552795-r1dG8V7/20260323090507757kpdz.png)
【투데이신문 문영서·최예진 기자】 미국의 국가부채가 39조달러(약 5경7115조원)에 육박하며 올해 말 40조달러(약 5경857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문학적인 부채 이자가 국방 예산마저 넘어선 상황에,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올해 미국의 국가부채는 약 39조168억달러에 달한다. 국가부채가 39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10월 말 처음으로, 38조달러를 기록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팬데믹 당시의 대규모 재정 지출에 고금리 기조가 더해지며 연간 부채 이자 비용만 1조달러(약 1446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2026 회계연도 미국 국방 예산인 901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사실상 국가 시스템 유지비가 이자 상환액이 더 많은 '부채의 역설'에 빠진 상황이다.
의회예산국(CBO)은 향후 10년 간의 예산 및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10년 후의 연간 재정 적자가 3조1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국가 총부채를 현재 수준인 39조달러에서 2036년 63조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재정적자 역시 1조8530억달러로, 이란 전쟁 또한 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 전쟁이 60일만 이어져도 전쟁 비용 650억달러에 14억달러의 금리비용을 유발해 연간 적자 규모를 3.6% 이상 키울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핵심 공약인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시행됨에 따라, 향후 10년간 세입은 당초 예상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국채 발행만으로는 재정 적자를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세원 확보와 국채 소화 메커니즘이 동시에 필요해진 것이다.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3/552795-r1dG8V7/20260323090509107bqid.png)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미국 국채를 소화해 온 핵심 매입처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보유국이었던 중국은 전략적 탈(脫)달러화를 위해 국채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고, 일본 또한 자국 통화 가치 하락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추가 매입 여력이 고갈된 상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출범 시기인 2017년 1월 중국은 미 국채를 1조511억 달러를 쌓아둔 최다 보유국이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6835억달러로 7000억달러선 아래로 후퇴했다. 중국은 일본에 이어 한동안 2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3월 2위 자리를 영국에 내줬다. 그린란드 영유권 분쟁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은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미 국채 매입 수요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강력한 관세 정책의 본질을 '재정 적자 타개'에서 찾고 있다. 국채 발행만으로 부채 관리가 한계가 드러나자, 관세 수입을 통해 직접적인 세수를 확보하고 달러 패권을 방어하려는 '관세 재정' 전략을 펼치며 이미 제도권 편입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통제하기 위한 치밀한 법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결제원 금융연구소 김필수 전문연구역은 "미국은 지난해 7월 관련 법안 입법을 완료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은행비밀법(BSA)상 금융기관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미 재무부는 불법 자금 세탁 탐지를 위해 AI 기반 디지털 신원 인증과 블록체인 모니터링 기법 등을 도입하고자 최근까지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 역시 가상자산 노출이 커진 관할 은행들에게 테러자금 조달 등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블록체인 분석 도구 활용을 권고하는 등, 당국 차원의 정교한 감독 체계가 발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 차원에서 민간으로…새로운 국채 매입의 대안 '스테이블코인'
이 과정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테더(USDT)와 서클(USDC) 같은 발행사들은 코인 발행액에 상응하는 담보물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한다. 국가 단위의 매입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이용자들이 코인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를 사주는 민간 주도의 국채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실제로 테더는 지난해 기준 직접 보유액만 1220억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포함한 총 국채 규모는 1410억달러를 넘어서며 한국 등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의 보유 규모를 뛰어넘었다. USDT는 준비금의 약 80%를 국채와 역레포(역환매조건부 채권) 등 단기 안전자산에 투자돼 수익성이 극대화됐고, USDC는 100%를 국채·현금 등 안전 자산으로만 구성해 '디지털 머니마켓펀드'에 가까운 구조를 취하고 있다. USDC의 순환량은 전년 대비 72% 급증한 753억달러를 기록했으며, 발행사 서클은 지난해 4분기에만 전년 대비 77% 늘어난 7억7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주가가 35% 폭등했다.
이처럼 국채를 자본으로 삼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이 늘어날수록 미국 국채를 빌려가는 규모도 함께 커진다.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새로 발행·매수할 때마다 그만큼의 자금이 즉시 미국 국채 매입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결제망으로 확산될수록 미국은 민간 자본을 통해 국채를 안정적으로 유통하며 재정 적자 부담을 덜고, 동시에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트럼프의 제도권 편입 전략과 클래리티 법안
시장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재정 적자를 메우는 역할을 하는 만큼,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준비금 안정성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테라 사태와 같은 디페깅(가치 붕괴) 리스크가 곧바로 미국 국채시장과 달러 신뢰도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국채 매입 선순환 구조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클래리티 법안(Clarity for Payment Stablecoins Act)'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시스템 안으로 완전히 편입시켜, 은행 예금에 준하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데 있다.
클래리티 법안은 크게 세 가지 특성을 가진다. 먼저 모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준비금의 100%를 미국 국채나 현금 등 안전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며, 국채는 잔존만기 90일 이내의 단기물로 제한된다. 또한 은행 수준의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도록 했다. 발행사는 매달 준비금 운용내역을 공시하고 회계법인 검증을 받아야 하며, 최고경영자·최고재무책임자(CEO·CFO)가 허위 공시에 대해 형사책임까지 지도록 해 '제2의 태라 사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가 이토록 법안 통과를 서두르는 이유는 단순히 시장 규제를 넘어선다.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결제 수단으로 만들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의 자동 결제가 일상이 될 'AI 경제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한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이 안착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달러 기반의 디지털 자산이 유통되는 '온체인 달러 구역'이 확장된다. 결국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부채를 소화하는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디지털 세상에서도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크포인트 오태완 대표는 "과거 미국의 달러 패권이 금과 석유를 기반으로 했다면, 이제 글로벌 성장의 핵심 자원은 AI 컴퓨팅 파워와 반도체로 이동했다"며 "미국은 압도적인 클라우드 및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과거의 실물·군사 패권을 디지털 기술 패권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석유 결제를 달러로 강제했듯, 향후 AI와 디지털 공간의 모든 결제는 미국 국채가 뒷받침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갈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