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뒤 전세계 LNG 끊긴다”…초유의 ‘공급 절벽’ 임박

김원철 기자 2026. 3. 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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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전 세계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절벽에 직면하고 있다. 전쟁 전 중동을 떠난 마지막 선박들이 도착하는 약 10일 뒤면 액화천연가스 글로벌 공급 흐름이 사실상 끊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생산하는 핵심 공급국이지만, 전쟁 초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길이 막혔다.

포브스는 이날 "이번 달에만 전 세계 예상 공급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약 58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 공급이 사라졌다"며 단순한 운송 차질을 넘어 복구에 최대 5년이 소요될 수 있는 장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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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각) 촬영된 카타르 라스라판에 위치한 라스라판 산업도시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모습. 라스라판/EPA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전 세계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절벽에 직면하고 있다. 전쟁 전 중동을 떠난 마지막 선박들이 도착하는 약 10일 뒤면 액화천연가스 글로벌 공급 흐름이 사실상 끊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각) 독립 선박중개업체 어피니티의 선박 추적 분석을 인용해 “아시아로 향하는 마지막 액화천연가스 화물이 단 1건에 불과하며 유럽도 6건 정도만 추가 도착이 예정돼 있다”며 “수입국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공급 손실의 고통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의 핵심 배경은 카타르다. 카타르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생산하는 핵심 공급국이지만, 전쟁 초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길이 막혔다. 여기에 생산 시설을 직접 겨냥한 무력 충돌이 더해지며 공급 차질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단계로 확대됐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를 사상 처음으로 직접 타격하자,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의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 수출 허브인 라스라판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심각한 연쇄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이날 “이번 달에만 전 세계 예상 공급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약 58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 공급이 사라졌다”며 단순한 운송 차질을 넘어 복구에 최대 5년이 소요될 수 있는 장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아시아 액화천연가스 현물 가격은 전쟁 이후 두 배로 급등해 엠엠비튜(MMBtu)당 20~23달러 선으로 두 배가량 급등했으며, 유럽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천연가스 선물 가격 역시 두 배 뛰었다. 특히 라스라판 피격 직후 단 몇 시간 만에 유럽과 영국의 가스 가격이 각각 24%, 23% 급등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진 상태다.

물량 확보 경쟁은 이미 ‘지역 간 쟁탈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시엔엔(CNN)은 지난 19일 에너지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당초 유럽으로 향하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1척이 아시아로 항로를 변경했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물량 확보 경쟁이 유럽의 가스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전 세계적인 화물 쟁탈전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대응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의 경우 지난 1월 부분 재가동한 니가타 현 원전 등의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우드맥킨지 등 에너지 전문 기관들 역시 한국이 가스 부족에 대응해 석탄 및 원전 발전량을 대폭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의 상황은 더욱 위태롭다. 대만 경제부는 다음 달 말까지 필요한 22개 LNG 운반선 분량(카고)을 걸프 지역에서 긴급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분석을 인용해 탈원전과 석탄 감축을 추진해 온 대만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까지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액화천연가스 수입의 약 3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중국이 현물 시장에서 일부 물량을 조달하되 가격 부담으로 적극적인 구매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고 본다. 중국은 일부 국내 가스 생산 여력과 석탄 발전 전환을 통해 충격을 흡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태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라스라판 시설 피해로 전체 액화천연가스 생산 능력의 약 17%(연간 약 1300만 톤)가 향후 3~5년간 가동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장기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포스마주르)’ 선언 가능성도 시사했다.

대체 공급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는 이미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가동 중이며,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제3의 국가들이 추가 생산 여력을 쥐어짜내도 이달 시장에서 증발한 물량(580만 톤) 중 200만 톤조차 채우기 어렵다. 액화천연가스가 석유와 달리 전략 비축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정치·지정학 리스크를 분석하는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분석가 그레그 브루는 에너지 전문 매체 히트맵과 인터뷰에서 “올해 예상됐던 글로벌 액화천연가스 공급 과잉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며 빡빡한 가스 시장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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