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민구단 울산 웨일즈, ‘간절함’으로 똘똘 뭉쳤다
김동엽·고효준 등 39명 새 출발
3연패 했지만 타선 희망 보여줘

야구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2024년 시즌 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됐다. 그해 11월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으나, 시범경기 부상으로 지난해 9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2017년, 2018년, 2020년 20홈런(통산 92홈런)씩을 때려내며 장타력을 입증한 거포였지만, 부상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두 번째 방출.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 하나’ 좌절하던 순간,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22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만난 김동엽(36)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 할 상황이 아쉬웠다”며 “울산 웨일즈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를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손을 내민 울산 웨일즈는 프로야구 사상 첫 시민 구단으로, 지난 2월 창단했다.
울산 웨일즈에는 39명의 ‘김동엽’이 있다. 부상, 육성 실패, 방출 등 저마다의 이유로 유니폼을 벗어야 할 위기에 처했던 이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려고 다시 배트를 잡았다. 프로 25년 차 투수 고효준(43)도 그 중 한명이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기아(KIA) 타이거즈, 엘지(LG) 트윈스 등을 거쳐 7번째 팀 울산 웨일즈에 안착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됐다. 4개월 만에 다시 프로 무대에 선 그는 “울산에서 기회를 만들어 (1군 복귀도) 잡아보겠다”고 했다.
절실함으로 뭉친 이들은 지난 20~22일 ‘2026 KBO 퓨처스리그’에서 롯데를 상대로 첫 번째 공식 3연전을 치렀다. 야구단이 없던 도시여서 관심은 뜨거웠다. 첫날 7299명이 경기장을 찾아 “울산 울산 웨일즈~ 그래 역시 웨일즈~”(공식 응원가)를 외쳤다. 3연전 총 관중 1만2304명. 22일 아이들과 경기장을 찾은 40대 아빠는 “이야기가 있는 팀인 만큼 잘해서 인간승리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갈 길은 멀다. 3연전 결과 3패. 20일 1-3, 21일 1-9에 이어, 22일에도 7-9로 졌다. 장원진 감독은 “타선이 안 터지다 보니 어려운 경기를 했고, 실수도 줄여야 한다”고 했다. 21일에는 투수 7명을 기용했으나, 사사구 6개를 내주는 등 투타 전반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희망은 엿봤다. 22일 경기에서는 2회말 팀 타선이 5점을 몰아치며 감을 찾았다. 9-6으로 뒤진 8회말에도 추가점을 올리며 집중력을 유지했다. 노강민이 3연전 11타수 4안타(타율 0.363) 2득점 하는 등 여러 선수가 가능성을 보였다.
울산 웨일즈는 1차전서 최보성이 팀 창단 첫 타점, 노강민이 첫 득점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김동엽은 볼넷을 골라 창단 첫 출루에 성공했다. 기록의 주인공이 된 노강민(19)은 “영광스럽다. 타율 3할 이상, 홈런 5개를 목표로 더 잘하겠다”고 했다. 그는 북일고 졸업 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울산 웨일즈 문을 두드렸다. “초3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프로 무대를 향해 달려왔는데, ‘내가 여태까지 뭐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배우고 성장해 1군 무대에서 뛰겠다”는 꿈을 향해 묵직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간절함’은 울산 웨일즈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김동엽은 “첫 경기 때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으니 설레고 벅찼다”고 했다. 소중한 야구를 오래 하려고 반드시 성적을 내겠다는 욕심도 있다. 울산 웨일즈는 처음 3년은 지자체 지원으로 운영되고 그 뒤 독립법인으로 전환된다. 시민 구단이 살아남으려면 성적을 내어 재정적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장 감독은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해야 한다”며 “선수도 팀도 성장하는 구단이 되겠다”고 했다.
울산 웨일즈는 25~27일 창원에서 엔씨 다이노스 2군과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울산/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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