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환율, 외환위기 수준으로… 대부업체로 내몰린 중신용자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란전쟁으로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500원을 돌파하면서 이달 평균 환율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한창이던 1998년 수준에 다가섰다.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은행 영업점 환율은 이미 1570원까지 뛰었다. 1500원 안팎의 고환율이 ‘뉴노멀’(새 표준)이 되면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83.4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보면 외환위기였던 1998년 3월(1488.87원) 수준에 근접했다. 올해 들어 평균 환율은 1461.0원으로 분기별로 봤을 때 외환위기(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란전쟁 발발 후 1400원 중후반대에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에서 진정되지 않으면서 에너지 순수입국인 한국의 원화가 주요국 통화 중 유독 약세다. 이란·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에너지 시설이 연이어 포화에 휩싸였다는 소식은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며 환율을 밀어올렸다.
지난 주(16∼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93.29원으로 치솟았다. 16일 외환시장은 1501.00원에 거래를 시작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간거래 장중에 1500원을 웃돌았다. 19일에는 주간거래 종가가 1501.0원으로 뛰었다.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10일(1511.5원) 이후 17년 만에 처음 1500원을 넘은 것이다. 20일 주간거래도 1500.6원에 장을 마감해, 이틀 연속 1500원대를 기록했다. 21일 야간거래(오전 2시 기준) 종가는 1504.70원까지 치솟았다.
소비자들이 환전할 때 체감하는 환율은 이미 1500원 중반대로 올라섰다. 20일 하나은행 최종 고시 환율은 1532.86원이다. 공항 영업점 환율은 21일 오후 하나은행 고시 기준 1570원까지 뛰었다.
향후 환율 전망도 밝지 않다. 중동 사태가 당장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해지면서 달러는 연일 강세를 띠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중동 상황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이찬진 금감원장 주재로 지난 20일 제1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열고, 업권별 금융소비자 중대 위험요인을 점검했다.
금감원은 우선 최근 증시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하면서 은행 창구 등을 통한 주가연계상품 등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금융회사의 단기실적을 위한 고위험상품 투자권유나 불완전판매 등이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중신용자의 대부업 이용률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비교플랫폼 핀다가 제공하는 우수 대부업체 중개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도입된 지 5개월 만에 약정액 500억원을 돌파했고, 한도 조회 이용률도 지난해 40%대에서 올해 들어 60%까지 급증했다. 우수 대부업체란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업체 중 최근 3년간 위법 사실이 없고, 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70% 이상 또는 금액이 100억원 이상이며 최근 3년 내 선정 취소사실이 없어 서민금융 우수 대부사로 선정된 곳을 의미한다.
핀다에 따르면 지난달 우수 대부 서비스 한도 조회 이용자 중 승인된 비율은 75.79%에 이른다. 이는 평균적인 대부업체 승인율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서민금융정보원 등에 따르면 2021년 12.3%이던 대부업 대출승인율은 2022년 10.5%, 2023년 4.9%로 줄었다가 지난해 7월 12.8% 수준을 기록했다. 일반 대부업체보다 우수 대부업체의 심사가 까다로운데도 대출승인율이 높다는 것은 6∼7등급의 중신용자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통상 은행에서 대출 한도를 채운 서민 차주들이 2금융권에서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데, 규제 때문에 2금융권 이용도 힘들어지자 대부 업계로 이동한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6·27 대출규제 이후 시중은행 문턱이 높아지며 실수요자들이 대부업까지 연쇄적으로 밀려나는 흐름은 이미 포착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지난해 상위 대부업체 30곳의 신규대출 금액은 1, 2분기에 6100억원대에 머물다가 3분기에 7366억원으로 치솟고 4분기에는 7955억원까지 올라갔다.
다만 당국은 대부업체 쏠림 현상이 1금융권 수요를 떠안았다고만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수익을 내기 힘들었던 대부업권이 업황 개선과 함께 대출을 늘려 정상화되는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신임 총재 후보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학계와 국제기구에서 폭넓게 경력을 쌓은 국제금융 권위자다. 높은 수준의 국제감각과 통화정책 전문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 국장은 1998년 투기자본의 외환시장 공격에 대한 정책 당국의 대응을 다룬 논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2년 앞서 예측하면서 국제금융의 권위자로 떠올랐다. 그는 2006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서브프라임이 세계 경제에 대재앙을 몰고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영국으로 건너간 후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이매뉴얼고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영국 옥스퍼드대, 런던정경대(LSE) 교수를 거쳐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일했다.
2014년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고위직인 경제자문역 겸 조사국장에 임명됐다. BIS 경제자문역에 미국·유럽 국가 외 출신 학자가 임명된 것은 출범 후 83년 만에 처음이었다. BIS,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영국 중앙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자문위원을 지냈다. IMF 상주학자로 재직했으며, 2010년 이명박정부 때는 1년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냈다. 당시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제도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도입했다.
신 국장은 학계뿐 아니라 세계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을 포함해 정책 결정자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부터 한은 총재 후보로 종종 거론됐다.
신 국장은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가운데 후보로 지명돼 그의 정책 기조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그는 2022년 하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치솟을 당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에 대해 “과잉 대응하는 것이 소극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는 “BIS가 1980년부터 현재까지 70여 차례의 긴축 사례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 프런트로딩(긴축 초기 큰 폭 금리인상)이 반대(뒤늦은 인상)보다 더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지명 후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에 통화정책을 이끌게 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물가, 성장 그리고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자국 통화(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며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을 촉진해 자본 유출 통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IS 연례 보고서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 화폐의 역할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규제가 없어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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