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코로나 백신’의 진실을 찾아서

김연희 기자 2026. 3. 2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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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코로나19 대응실태 감사’ 발표 후 ‘이물질 백신 논란’이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검증을 통해 제기되는 의혹과 의문들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2021년 2월9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 모의 훈련이 진행되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건은 전체 보고서의 극히 일부분에서 시작되었다. 2월23일 감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평가한 ‘코로나19 대응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6개 정부기관이 감사 대상에 올랐으며 범위가 넓은 만큼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 사이 1·2·3단계에 걸쳐 조사가 실시되었다.

‘이물이 발견된 백신에 대한 안전조치 부실’에 대한 조사 결과는 감사보고서 ‘코로나19 대응실태 진단 및 분석’의 전체 분량 474쪽 가운데 10쪽에 불과하다. 기자들에게 배포된 보도자료(5쪽)에선 단 네 줄 분량을 차지했을 뿐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의 이물 신고 1285건(21. 3월~24. 10월)을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에만 알려주어 처리하였고, 이 중 곰팡이, 머리카락 등 위해 우려 이물 127건에 대해 접종 보류 조치를 하지 않아 동일 제조번호 1420만 회분을 계속 접종.’

감사원 발표 이후, 방대한 조사 결과의 여러 지적 사항 중 하나였던 ‘이물 백신’ 이슈가 집중 부각되며 큰 파장을 낳았다. “곰팡이·머리카락 신고에도…백신 1420만 회분 접종(SBS)”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을 단 기사가 줄줄이 보도되었다. 이는 이물질 백신이 실제 국민에게 1420만 회 접종되었다는 오해를 불러오고 안전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염물 백신 접종 사태의 주역 정은경 장관은 물러나라’고 공세에 나서고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며 파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한 사회의 큰 자산이다. 코로나19, 독감, 홍역 등 감염병 예방백신은 접종자의 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질병 전파를 막아 유행의 규모를 줄이는 ‘공공의 이익’ 또한 가지고 있다. 언제든 다시 닥쳐올 감염병 재난에서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주요 동력이기도 하다. 백신 안전성 시비는 단순히 특정 기관, 특정 정권에 대한 타격을 넘어 국민의 건강이 달린 공중보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철저한 검증, 책임자 문책과 동시에 정교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사IN〉은 이러한 관점에서 ‘코로나19 이물질 백신 논란’에서 제기되는 의혹과 의문들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이물 신고 후 중단 없이 접종된 동일 제조번호의 백신 1420만 회분에는 문제가 없을까? 감사원 지적처럼 이물 신고 후 안전성 검증 절차는 어째서 규정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정부 관계자 취재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검증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하나씩 추적한 내용을 정리했다.

한 의료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식염수와 섞어 주사기에 주입하는 분주 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Q. 곰팡이,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들어간 코로나19 백신이 1420만 회분 접종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감사원 조사 대상 기간이었던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코로나19 백신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었다고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건수는 1285건이다. 이 백신들은 모두 별도로 격리·보고되었으며 접종된 사례는 없다.

문제가 된 1420만 회는 이물질이 발견된 코로나19 백신과 ‘제조번호가 동일한’ 백신의 접종 횟수이다. ‘동일 제조번호 백신’은 쉽게 말해 한 생산라인에서 한 번에 같이 만든 백신이라고 할 수 있다. 커다란 탱크(배양기)에서 동일한 시기 생산된 백신은 대체로 같은 제조번호를 갖는다. 백신 종류와 출하 시기에 따라 동일 제조번호의 수량은 제각기 다르다. 코로나19 백신은 제조 단위당 생산량이 20만~100만 이상으로, 독감 백신(10만~50만), 결핵 백신(1만~5만) 등 일반적인 백신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질병청은 이물 신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제조사의 조사 결과, 제조·공정상의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제조번호 전체가 아니라 해당 바이알(주사병)에 한해 생긴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Q. 이물 백신과 제조번호가 동일한 나머지 백신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믿나?

질병청 해명 보도에 달린 댓글 하나. ‘어제 만든 빵 100개에서 5개 뽑았는데 벌레 나옴. 근데 검사 안 한 나머지는 문제없을 거라고 판단해 그냥 팖. 이걸 믿으라고?’ 엄격한 GMP(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기준을 거치는 백신 생산공장은 제빵 공장보단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에 가깝고 신고된 이물질 종류도 벌레와는 매우 다르지만, 상식적으로 가질 법한 의문이다.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 회가 오염되었을 가능성과 개연성을 따져보는 것은 이번 이슈에서 핵심적인 사안이다.

코로나19 이물 신고 1289건 가운데 대다수는 고무마개 파편(835건)과 백신 입자 응집(264건)이다. 바이알에 주사기를 꽂는 술기 과정에서 뚜껑의 파편이 떨어져서 생겼거나 유통 과정에서 코로나19 백신의 LNP 성분이 뭉친 것으로, 위해성이 절대적으로 낮은 이물질이다. 감사원이 ‘위해 우려 이물’로 분류한 건수는 127건이다. 곰팡이 1건, 머리카락 2건, 이산화규소 106건이다. 이 백신들은 접종되지 않았지만, 같은 제조번호에서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가 추가로 나오지 말란 법이 있는가?

우선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예방접종 시 의료진은 필수적으로 백신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어쩌다 우연히 이물 백신 몇 개를 찾아낸 건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단일 바이알의 문제가 아니라 동일 제조번호의 대규모 오염이 되려면 백신 원액이나 제조 공정상에서 문제가 발생했어야 한다. 셋째, 발견되지 못한 채 접종된 이물 백신이 있다면 해당 제조번호의 백신 접종자들 사이에서 이상반응 신고가 상당수 높아졌어야 한다. 감사 결과와 뒤이어 나온 보건 당국의 설명을 종합해볼 때, 감사원이 ‘위해 우려 이물’로 분류한 사례들은 이러한 개연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시사IN〉이 취재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① 곰팡이(1건)

3월1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청 관계자들에게 이물질 백신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곰팡이 백신’에 대해 소명을 요구하는 가운데, 질병청은 곰팡이 신고 1건의 경우 백신이 개봉된 상태에서 이물질 발견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개봉 후 주변 환경에 의해 곰팡이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정황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내용은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실리지 않았다. 질병청은 해당 신고 후 제조사에서 보유한 동일 제조번호 백신, 제조 공정 전반 등을 조사한 결과 제조상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된 사실도 추가로 보고했다.

최영준 고려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만에 하나 곰팡이 백신이 접종되었다면 의료진이 모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근육주사로 곰팡이가 들어갔다면 몸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농양이든 국소 감염이든 접촉 부위에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3월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② 머리카락(2건)

코로나19 백신 제조 공정을 살펴보면 머리카락이 섞인 백신이 대량유통되었을 가능성 역시 현저하게 낮다. 백신 바이알은 멸균을 위해 300℃ 고온에서 불순물을 태우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약 머리카락이 처음부터 들어가 있었다면 그 과정에서 소각되었어야 한다. 또 백신 원액을 바이알에 주입하는 기계에는 미세 필터가 장착돼 있어 머리카락 굵기의 얇은 이물질도 걸러지게 된다. 이후 뚜껑을 닫는 공정까지 기계로 이루어진다. 정통령 질병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3월10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해 “뚜껑을 닫는 마지막 공정에 과정을 감독하는 관리자가 한 명 들어가는데 그 단계에서 머리카락이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원액 제조 과정에서 유입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라고 경위를 보고했다.

③ 이산화규소(106건)

감사원이 ‘위해 우려 이물’로 분류한 사례 129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규소이다. 이산화규소는 코로나19 백신의 바이알 내부를 코팅할 때 사용하는 물질에서 유입된 것으로 경로가 확인되었다. 백신 원액의 오염은 아니라는 뜻이다.

감사원은 이산화규소 이물이 ‘한 제조번호에서 최대 27건 신고되었고, 의도되지 않은 불순물이 육안으로 확인되었다’라며 안전성 우려를 지적했다. 그러나 〈시사IN〉이 의견을 구한 여러 전문가들은 감사원 조사에서 이산화규소가 ‘위해 우려 이물’로 분류된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산화규소는 의료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극미량 노출은 건강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일부 백신에서는 ‘면역증강제’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mRNA 백신 전문가인 홍기종 가천대 융합의과학과 교수는 “이물이 눈에 보이는 바이알들은 규정에 따라 별도 보관해야 하지만, 백신에 들어가는 미량의 이산화규소가 인체에 해를 끼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Q. 이물질 신고가 들어온 제조번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서 이상반응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하던데?

감사원은 ‘이물 신고 백신과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의 이상반응 보고 현황이 그 외 제조번호 백신 평균보다 0.006~0.265%포인트 높았다’고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의 이 문구와 해당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기사를 보면 해당 제조번호에 전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인식이 된다. 그러나 이상반응 통계와 역학조사에 밝은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비교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신고율은 접종 초기에 높았다가 뒤로 갈수록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는 접종 초기에 백신 이상반응이 더 많이 발현되어서가 아니라 높은 관심, 경각심, 불안도 등으로 신고를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상반응이 높다 낮다를 따지기 위해서는 비슷한 시기의 백신 접종자를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이물 백신 신고 역시 접종 초기인 2021년(1285건 중 1140건)에 집중돼 있다. 동일 제조번호 백신들의 전반적인 오염이 아니라, 초기 접종 시기 활발했던 이상반응 신고로 인해 생긴 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풀이다. 정재훈 교수는 “시기를 고려하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이상반응 비교에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통계적 검정(접종 시기 보정)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퍼센트만 비교한 점은 이번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또 하나 의문을 남기는 대목이다. 다만 감사원은 해당 부분에 각주를 달아 ‘인과관계를 알 수 없음’이라고 작게 적어두기는 했다.

설령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0.006~0.265%포인트’는 변별력을 부여하기 어려운 수치다. 최영준 교수는 “부작용이 100만명 중 1명 나오는 것과 2명 나오는 것은 퍼센트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임상적으로는 거의 무의미한 숫자이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 역시 “중대한 위해가 아니라 단순 이상반응 비교에선 10만명당 1건, 100만명당 1건 수준은 실질적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Q. 사후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해도, 이물 신고 당시에 접종을 보류하지 않은 건 잘못 아닌가?

백신에 이물 신고가 들어온다고 해서 바로 예방접종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령(약사법 등)도 이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 이물의 종류, 발견 개수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보건 당국(식약처)이 조치 범위와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신고된 이물이 고무마개 파편이거나, 동일 제조번호에서 신고된 건수가 1건 정도라면, 제조 공정이나 백신 원액의 오염까지 의심할 개연성은 극히 낮다. 예방접종 현장에서 여러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도, 통상 이물 신고가 동일 제조번호 백신 접종 보류로 이어지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말한다.

감사원 감사보고서는 이물 신고 후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접종을 보류·중단한 예시로 ‘일본의 대응 사례’를 들었다. 2021년 8월 코로나19 백신의 한 제조번호에서 이물이 다수 발견되자 일본 후생노동성이 동일 생산라인의 제조번호까지 3개 제조번호 163만 회분에 대해 선제적으로 접종 중단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3월10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본은 보류했는데 한국은 국민 안전에 뒷전”이었다며 연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일본의 이 사례는 한국에서 신고된 백신 이물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발견된 이물이 금속성 소재였으며, 한 제조번호에서 다량이 신고되었다. 이후 제조사의 조사 결과 이물은 제조 장비 파편인 스테인리스 성분으로 밝혀졌다. 이 성분의 안전상 위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여러 바이알에 영향을 끼치는 제조 공정상의 문제이긴 했던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한국 코로나19 예방접종에서 발견된) 이물의 위험성이 높게 평가되었다면 국민 건강이 달린 문제인데 어떻게 그대로 접종을 이어갈 수 있었겠나. 일본 같은 사례가 나왔다면 한국에서도 접종을 중단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Q. 감사원은 질병청이 코로나19 백신의 이물 신고 중 단 한 건도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에만 알려주어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규정을 어겼다는 점에서 미심쩍지 않나?

3월10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안전성 검증 절차를 지키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독재”라며 정은경 장관 등 국회에 출석한 공무원들을 질타했다. 식약처를 패싱하고 제조사에만 알려주었다니 어딘가 의심스럽긴 하다.

질병청이 감사원 지적을 받은 규정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공동대응 매뉴얼’이다. 2021년 상반기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질병청과 식약처는 그해 3월 공동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질병청은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이물 혼입 등 신고를 받을 경우 식약처에 품질 검토를 요청’하도록 되어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부기관 간에 한시적으로 마련된 매뉴얼로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질병청이 매뉴얼상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단’의 운영 형태를 살펴보면 ‘매뉴얼을 어겼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당시 정부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범부처 기관이 참여해 국무총리 산하에 ‘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단’을 꾸렸다. 질병청은 물론 식약처 파견 공무원들도 이 추진단에 속해 있었다. 〈시사IN〉 취재에 따르면 백신 유통·안전성 관련 업무는 본래 식약처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이기에 식약처 파견 공무원이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질병청이 식약처에 알린다’라는 매뉴얼대로는 아니지만, 식약처가 깜깜이로 제외된 채 이물 백신 신고 후 처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닌 셈이다.

어째서 이해관계에 자유로울 수 없는 제조사에 조사를 맡겼느냐는 지적이 뒤이을 수 있다. 그러나 이물 신고 등 품질 이상이 의심되는 백신에 대해 제조사가 조사 책임을 지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이물 신고가 식약처로 접수되면 이물의 위해도에 대한 초기 평가를 거쳐 식약처 역시 제조사에 조사를 지시하게 된다.

여기에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 문제가 의심된 백신의 제조 공정상 정보, 동일 제조번호 백신 샘플 등 관련 데이터를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고, 여러 단계로 나뉘는 생산 공정 전반에 대한 조사 역시 제조사가 수행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이물 신고 사례 역시, 제조사가 조사해 스테인리스 성분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백신 생산 허가는 사전에 GMP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으며, 이물 신고처럼 품질 우려가 발생했을 시 제조사의 조사 결과를 각국의 보건규제 당국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사후 검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

3월11일 정은경 장관에게 거취를 밝히라며 국회 기자회견을 연 국민의힘 보건복지위 위원들. ⓒ시사IN 박미소

Q. 그렇다면 감사원이 감사를 잘못했다는 건가?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정부기관이 자신들이 만든 기준(코로나19 백신 관련 공동대응 매뉴얼)을 미준수한 것은 감사원에서 지적해야 할 사항이 맞다. 백신은 의약품 가운데에서도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안전성과 관련된 절차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꼼꼼하게 감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만 이물 신고 백신에 대한 감사에서 전문적인 식견이 다소 미흡하고, 당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질병청과 식약처가 모두 포함된 ‘추진단’ 형태로 운영되었다는 배경 설명이 보고서에서 누락된 것은 숙고해야 할 지점으로 볼 수 있다. 감사원의 발표가 ‘국가방역체계를 전반적으로 진단해 또 다른 감염병 재난 발생 시 효과적·안정적 대응 유도’라는 감사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파장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Q. 백신접종 제도에서 보완할 점은 없나?

감사원이 명시적으로 지적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백신 이물 신고 과정을 리뷰하며 일부 제도적 공백이 확인되었다. 이물이 보고되었을 때, 동일 제조번호의 백신접종을 보류할지 판단하는 명시적 기준이 부재했다. 제조사의 조사 결과 회신이 더 신속해야 한다는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들의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물 발견 초기의 프로세스를 개선해, 접종을 보류해야 하는 고위험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신속 조사에 들어가는 범주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의 발표 이후 전해지는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책무성”의 관점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체에 비해 불안이 부풀려져 있고, 하나씩 팩트를 따지면 방역 당국 입장에선 과도하게 여겨지는 측면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이물 백신 발표’에서 시민들이 느낀 감정은 사실관계에 대한 시시비비 이전에 ‘정부를 믿고 백신접종에 동참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에 가깝다. 정부의 책무성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K방역’이라 명명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당시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을 국정 홍보의 한 축으로 삼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방역 대책에 기대와 신뢰가 높았던 만큼, 사후평가에서도 국민은 더 높은 잣대를 들이대게 되는 것이다. 3월10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정은경 장관은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동시에 “코로나19 유행 시기 방역 책임자로서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책임을 무겁게 인식한다”라고 말했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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