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83건 교섭 요구, 협상은 13곳 뿐… “모호한 기준에 사전 검토 필수”

노란봉투법에는 사용자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개념만 제시됐을 뿐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노란봉투법 대응센터장 이광선(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급증했지만, 실제 협상에 나선 기업의 수가 극히 제한적인 이유로 ‘법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지난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가운데, 하청 노조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기업에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핵심이다.
시행 9일 만에 하청 노조 683곳이 원청 사업장 287곳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실제 협상은 13곳에 그쳤다.
이 변호사는 “실질적 지배력 기준이 모호해 기업들이 섣불리 교섭에 나서기 어렵다”며 “판례가 축적되기 전까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섭에 응할 경우에도 단일화 여부, 개별 교섭, 교섭단위 분리 등 쟁점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노동법 전문가로 2023년 율촌에 합류했다. 아시아 지역 법률 서비스 평가사 ‘체임버스 아시아’로부터 2024~2025년 ‘최고의 변호사’로 선정됐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기업들의 주요 문의 사항은 무엇인가.
“교섭 요구를 받은 기업들이 가장 많이 묻는 건 대응 방식과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다. 특히 원청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20일 안에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해, 이에 대비한 답변서 준비 요청도 많다. 예상했던 일이다.”
─실제 교섭에 들어간 기업은 많지 않다.
“노란봉투법은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개념만 규정했을 뿐, 사용자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다. 노동부 해석 지침이 있지만 행정 해석에 그칠 뿐이다. 교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 기업 입장에선 섣불리 지배력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상당 기간 법원 판단이 축적돼야 제도적 안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나.
“하급심 판례를 보면 작업 환경, 특히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비교적 일관되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안전 관리에 적극 나섰는데, 오히려 이런 조치가 지배력 인정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사내 하도급 구조상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만큼, 원청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안전·보건 관리에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가 결과적으로 지배력 인정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임금 영역이 대표적이다. 원청은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없고, 지급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임금 관련 사안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이 부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청 노조에서 교섭 요청이 오면 기업의 대응 전략은.
“우선 해당 하청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지, 또 어떤 사안까지 그 지배력이 미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면 노조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교섭에 응해야 하고, 반대로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 판단의 적정성은 결국 노동위원회나 법원, 수사기관이 사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경영 판단도 파업 사유가 될 수 있게 됐다.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결정이라면 사전에 노동조합과 충분히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설명해 쟁의행위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어려워지지 않았나.
“위법한 노조 활동에 대해선 여전히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물론 ‘부진정 연대책임’이 일부 제한돼 위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의 실효성이 약해진 건 맞지만, 청구 자체가 막힌 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나.
“기존에는 불법 쟁의행위가 공동불법행위로 인정되면, 가담한 조합원과 노조 전체가 손해 전액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는 구조였다. 예컨대 손해액이 20억원이면 참여자 전원이 그 전액을 부담할 수 있었고, 회사는 특정 개인에게 전액을 청구하거나 여러 명에게 나눠 청구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이를 바꿔 조합 내 지위와 가담 정도,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개인별로 책임 범위를 따로 산정하도록 했다. 같은 손해액이라도 개인별 부담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반 조합원의 책임은 크게 줄어든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거·파손 등 과격한 쟁의행위에도 손배 청구가 가능한가.
“손해배상 청구 자체는 가능하다. 다만 책임이 개인별로 나뉘면서 주도한 핵심 인물은 큰 부담을 지더라도 단순 가담자의 책임은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기업들이 노조를 상대로 고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온 배경에는 일반 조합원에게 ‘불법 행위에 가담하면 책임을 진다’는 경고 효과를 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이 같은 억지력이 약화되면서 위법 쟁의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근로자 추정제도 추진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는 개인사업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제도로, 원청까지 책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교섭 범위가 넓어지고 분쟁도 증가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과 맞물려 기업 부담이 더 커진 모양새다.
“그렇다. 교섭 범위가 넓어지고 분쟁 가능성도 커진다. 하청이 개인사업자들에게 재하청을 준 경우 개인사업자들이 근로자추정제를 근거로 원청에게 직접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각종 요구를 할 수도 있고, 하청의 근로자로 추정돼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은 상대방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데, ‘지휘·감독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 등을 둘러싼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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