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지에 집 두채”…매일 만나는 의좋은 형제의 집 [전원생활 I 家家호호 ]

이수정 기자 2026. 3.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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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담다락’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3월호 기사입니다.

비슷한 듯 다른 두 집이 어깨동무하듯 사이좋게 나란히 놓여 있다. 숨 가쁜 도시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형제가 은퇴 후 지은 전원주택이다. 목가적인 시골 풍경을 닮은 두 사람의 잔잔한 형제애를 보고 있노라면, 서로에 대한 배려에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북 전주 ‘담다락’
비슷한 듯 다른 형제를 닮은 집
전북 전주시 우아동. 목가적인 시골 풍경 아래에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의 두 집이 나란히 자리한다. 멀리서 보면 한 집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두 채의 집이다. 그중 3층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집이 ‘담다락’이다.

야트막한 산과 그 아래 구불구불 이어진 논두렁, 집 왼편에 자리한 100년 넘은 느티나무가 약 10m 높이의 통창 안으로 들어와 시시각각 살아 있는 풍경화를 만든다. 층층이 놓인 창마다 테이블과 의자를 둔 이유도 이 바깥 풍경을 넉넉히 감상하기 위함이다.

1층 갤러리 공간엔 이우승 씨의 작품을 전시해두었다. 화분과 분재, 유화 그림과 도자기 소품 등 크고 작은 작품들 덕에 공간에 화사한 봄기운이 감돈다.

1층 갤러리 공간에 놓인 작품들은 모두 이우승 씨(65)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틈틈이 만들고 그린 것들이다. 직접 가꾼 푸릇푸릇한 식물과 화려한 색감의 유화 그림,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가구들 덕에 집 안에는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 있는 듯한 봄기운이 감돈다.

이렇듯 취미가 다양한 이씨의 작품들을 적절히 배치하기 위해 담다락의 내부는 반 층씩 올라가는 스킵플로어 구조로 설계해 오픈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조용한 시골에 자리한 주택인데도 활력이 느껴지는 이유다.

반 층씩 올라가는 스킵플로어 구조로 설계해 오픈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내부.

은퇴 후 시골 마을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것은 이씨의 오랜 꿈이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어요. 은퇴 후엔 넉넉한 공간에서 취미생활을 마음껏 하고 싶어 10년 가까이 아내와 집 지을 땅을 알아봤죠. 마땅한 땅이 없던 차에 아내의 외숙모에게 제 고향인 전주에 있는 땅을 소개받았어요. 그분이 예전에 살던 동네라 믿음이 갔고, 목가적인 풍경도 마음에 들어 땅을 구매했죠.”

설계는 전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감건축사사무소의 김우철 소장이 맡았다. 오랫동안 이씨가 전원주택 설계를 준비해온 터라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한 집의 형태와 구조는 대부분 건축주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이벤트가 아닌 일상을 나누는 시골살이
눈에 띄는 것은 담다락 옆에 비슷한 외형으로 자리한 집 한 채. 바로 이씨의 세 살 터울 형, 이욱 씨(68)가 사는 집이다. 형제라고 해도 결혼 후엔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것이 보통이고, 사소한 말다툼으로도 수년 동안 등을 돌리고 사는 일이 숱한 요즘 시대에, 두 가족이 이웃해 사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적잖은 놀라움을 준다.

“바로 옆집이 형네 집이라고 말하면 다들 놀라요. 불편하지 않느냐면서요. 대단한 형제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요. 집을 알아보던 무렵, 형이 저랑 퇴직 시점이 비슷하다며 집을 같이 짓자고 제안했어요. 형제 사이가 특별히 모난 데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마 아내랑 형수님 사이가 돈독하지 않았으면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아내가 처음엔 아는 사람도 없는 외딴 마을에 우리 둘만 사는 게 겁이 난다고 시골살이를 꺼렸어요. 그런데 형님네가 옆에 같이 살자고 하니 마음을 놓더라고요. 형님네가 지금까지 아버님을 모셨는데 이제부터라도 역할을 같이 분담할 수 있어 저희도 다행스러웠죠.”

형과 동생 집을 연결하는 두 건물 사이에 놓인 중정.

형제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특별할 게 없다. 아침 7시면 올해 백수(白壽)를 보신 아버지를 주간보호센터 차량까지 배웅한다. 각자 아침 식사를 마치면 동생 부부가 드립커피를 가지고 형네 집으로 향해 1시간 정도 티타임을 보낸다.

점심도 마찬가지로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차려 먹는다. 보통 텃밭에서 키운 제철 채소들이 식탁에 오르는데 작년엔 직접 기른 배추로 집 앞마당에서 김장 100포기를 했다. 이우성 씨의 아내는 이사 후 집에서 퀼트 수업을 하는 형님을 찾아 꾸준히 퀼트 공예를 배우며 취미를 공유한다.

형 이욱 씨(왼쪽)와 동생 이우승 씨는 따로 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은퇴 후 삶을 즐기고 있다.

“가족들이 매일 함께 티타임이나 점심 식사를 하는 건 예전에 형님 집에서 살 때 생긴 저희만의 루틴이에요. 집 짓는 동안 서울에서 내려와 형님 집에서 1년 넘게 살았는데, 같이 차 마시고 밥 먹으면서 얘기 나누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여기에 이사 와서도 매일 얼굴을 보는 게 일상이 되니까 서로 감정이 쌓이거나 골이 깊어질 일도 없어요.”

‘즐거운 이야기가 많은 집’이라는 뜻의 담다락(談多樂). 그 이름처럼 이곳에선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나누는 매일의 일상이 정겨운 이야깃거리로 쌓여간다.

정교한 설계로 다채로워진 즐거움
올해로 전원주택에 산 지 6년 차에 접어든 형제. 한 채는 2층 높이에 듬직한 외관이고, 그 옆의 다른 한 채는 3층 높이로 우뚝 솟아 시원하다. 각각 형 이욱 씨와 동생 이우승 씨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듯하다. 

두 집 모두 외관은 아이보리색 스타코와 오염에 강한 붉은 벽돌, 세라믹 사이딩으로 마감해 수수한 시골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관리가 용이하도록 했다. 현관 쪽엔 내후성 강판과 데크(덱)를 설치해 포인트를 살렸다. 공유 공간도 충분히 확보했다. 

남동향 통창 너머로 시원스레 트인 시골 전원 풍경. 100년 넘은 느티나무가 아름자운 자태를 뽐낸다.

담 없이 마당과 텃밭을 공유하고, 이씨 집 부엌 뒷문과 형네 거실 복도가 중정을 통해 연결된다. 부엌이나 복도 같은 공유 공간을 마주보게 설계하고 입면에 창을 내, 내부 풍경이 서로 연결되게 했다. 서로의 생활을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연결성 덕에 두 집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도 풍성해졌다.

손자, 손녀들이 뛰어놀 공간이 많아져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잦아졌고, 제철 음식을 나눠 먹는 기쁨도, 여러 각도에서 만나는 시골 풍경의 다채로움도 배가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청소년기까지 부모님과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시기 외엔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고 성인이 되고부턴 다들 그렇듯 명절이나 가족여행 때에나 만나는 사이였어요. 그런데 곁에 붙어살고 나서야 처음으로 서로가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른지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즉흥적이고 호기심이 많아 예쁜 걸 보면 ‘저걸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는 이씨는 최근 2년 동안 정원 가꾸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고, 정원용 연못을 직접 만들어 물고기도 기른다. 그로선 그저 회사에 다닐 때 포기했던 취미생활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일 테지만, 그 덕에 집 앞마당 풍경은 매일 새롭다.

현관 오른편에 놓인 벽면 녹화와 수족관 모두 이씨가 직접 제작했다.

특출난 손재주로 뚝딱뚝딱 무언갈 만들어내는 동생의 모습을 그냥 흘려보내는 게 아쉽기만 한 형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그 모습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동생이 정원에서 계절마다 심고 기른 꽃 등 식물 500여 종을 사진으로 담아 올리고, 동생이 가족들을 그린 펜화와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동생에게 그려달라고 부탁한 그림 등 가족들의 대소사를 정성스레 기록 중이다.

벽과 바닥 시공을 포함해 이씨가 손수 제작한 서랍장과 테이블로 인테리어한 화장실.

잔잔한 이곳 풍경처럼 두 사람의 우애도 말없이 깊어진 모습이다. 형 이욱 씨는 이렇듯 가족들이 기쁨을 나누면서 오랫동안 무던하게 살아가는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동생이 마당에서 꼼지락거리며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나서서 도왔죠. 그래야 우리가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과한 선의는 선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동생을 거들었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나서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고 존중하는 것도 배려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여긴 회사처럼 집단생활을 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요즘은 동생이 무언가를 하면 그냥 무던하게 지켜봐요. 형제가 곁에 붙어산다고 해서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고, 각자 자유롭고 편하게 지내는 게 저희 형제가 오랫동안 잘 지내온 비결이에요.”

[김우철 예감건축사사무소 소장]

Q ‘한 부지 두 채’ 주거 방식은 보통 어떤 분들이 찾나요?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나 오랜 친구나 형제처럼 가까운 관계의 두 가구가 선택하곤 합니다. 두 가구가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적절한 거리감을 두는 새로운 주거 방식으로 점점 다양한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요?

두 주택이 공유하는 풍경과 관계성을 유지하면서도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설계의 핵심 과제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재료와 지붕 선 등을 같게 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마감 재료를 사용하되 창의 크기나 개구부의 형태, 지붕에 변화를 주면 개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출입 동선을 분리하고, 거실과 침실처럼 주요 생활 공간의 창이 마주하지 않게 계획하면 프라이버시가 확보됩니다. 소음은 침실과 공공 영역을 서로 이격시키거나, 창고·계단·욕실 등을 완충대로 두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Q 공용 공간은 어떻게 구성하나요?

중정, 텃밭, 작은 마당 같은 완충 공간을 두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고, 필요하면 공동 데크나 외부 휴게 공간도 계획할 수 있습니다. 계단이나 옥상을 연결하는 것처럼 건물을 직접 잇는 방식은 건축법의 적용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설계 초기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이수정 기자 I 사진 고승범(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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