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급차질ㆍ가격폭등…벼랑 끝 석화, 사업재편 ‘골든타임’
재고 2주분 바닥, NCC 연쇄 셧다운 공포…대산ㆍ여수 이어 울산에 쏠리는 시선
[대한경제=이근우 기자]석유화학업계가 나프타(납사) 품귀 현상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안그래도 어려운데 중동사태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가격이 폭등하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석화 사업재편이 업계가 공멸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최후의 생존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56.38달러에서 이달 19일에는 137.72달러로 무려 144.27%나 급상승했다.

현장의 위기감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극적으로 통과한 유조선 ‘이글 벨로어(HD현대오일뱅크 계약분)’호가 대산항에 원유 200만배럴을 하역했으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4월 이후 유조선 입항 일정은 아예 비어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유한 재고가 불과 2~3주 분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이면 나프타분해시설(NCC) 연쇄 가동 중단(셧다운)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나프타 대란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석화 사업재편이 이뤄질 수 있게 업계를 자극했다. 중국의 저가 에틸렌 공세와 원가 폭등 사이에서 가동할수록 손해인 NCC 설비를 덜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에틸렌 제조사인 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 합작사)는 지난 20일 사업재편안을 확정해 정부에 제출했다. 2ㆍ3공장을 폐쇄하고 남은 1공장을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합쳐 통합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작년 12월 롯데케미칼이 110만톤 규모 공장 가동을 정지하고 HD현대오일뱅크와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합의한 사업 재편 1호 사례인 충남 대산 산단에 이어, 이번에 여수산단도 자구안을 마련하면서 이제 남은 시선은 울산으로 쏠리고 있다.
중국산 과잉 공급과 중동발(發) 리스크가 겹친 만큼, 울산까지 포함한 전방위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있어야만 국내 석화 산업 전반의 경쟁력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가 사업재편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나프타 대란이 울산 산단 구조 개편에 촉매제가 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공급 차질 상황이 장기화하면 석화 업황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며 “실사와 지원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울산 산단의 경우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 3사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180만톤 규모의 신규 에틸렌 설비 ‘샤인 프로젝트’를 건설중인 에쓰오일은 내년 초 가동을 앞두고 있어 감축이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나머지 업체는 형평성을 이유로 감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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