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연 전날 밤, 광화문서 음악 꺼놓고 멤버들과 몰래 리허설”

윤수정 기자 2026. 3.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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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맡은 유지숙 민속악단 감독
“멤버들 무대 30분 전까지도 연습”
21일 BTS 광화문광장 공연에서 아리랑 공연을 선보인 우리 국악단과 유지숙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앞줄 왼쪽에서 세번째)./넷플릭스

지난 21일 BTS의 광화문 광장 공연 가운데 세계 언론들의 찬사가 쏟아진 장면이 있었다. 경복궁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국악인들이 BTS와 함께 아리랑 선율을 빚어내는 모습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장면은 지난 3개월간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국악인들과 BTS 멤버들의 준비 끝에 탄생한 것이었다.

22일 유지숙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은 본지 통화에서 “저를 비롯한 13명의 국립국악원 단원과 객원 단원들이 20일 전부터 BTS의 광화문 광장 무대를 준비했다”고 했다. 유 감독은 전날 BTS와 함께 광화문 광장 공연의 오프닝 무대에 서 있었다. BTS가 광화문을 열고 무대로 올라 부른 첫 곡에선 유 감독과 국립국악원 민요단원(채수현·김세윤·성슬기), 국악인 김무빈씨가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이 넷플릭스를 통해서 전 세계로 중계됐다. 함께 오른 거문고(이재하), 피리(이광호), 아쟁(김승철), 대금(변상엽), 꽹과리(나현철), 장구(신원섭), 가야금(장삼수), 해금(김승태) 등 국악기들의 아름다운 연주도 큰 주목을 받았다. 유 감독은 “공연 전까진 비밀 유지를 위한 협약서를 쓴 터라 주변에 함구했는데, 공연 직후 정말 많은 축하 연락을 받았다”며 “아리랑을 이토록 큰 무대에서 세계에 알리게 되어 정말 벅찼다”고 했다.

BTS와 넷플릭스 측은 이번 공연을 신비롭게 울리는 국악기 소리로 열어젖혔다. 유 감독은 “국립국악원 민속단원인 거문고 연주자 이재하씨가 이번 공연의 오프닝 음악 구성을 석 달 전부터 맡게 되면서 이번 협업이 성사됐다”고 했다.

앞서 BTS가 오프닝 무대에서 선보인 공연 첫 곡 ‘Body to Body’는 이들의 정규 5집 아리랑의 1번 수록곡이기도 하다. 당초 음반에는 KBS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아리랑 무대 소리가 일부 삽입됐지만, 유 감독은 “공연에 선보인 아리랑은 앨범과 달리 완전히 새롭게 편곡된 형태였다”고 했다. 그는 특히 “BTS 측에는 국악을 잘 아는 전담 프로듀서가 있었고 특별히 원하는 아리랑의 스타일을 상세히 주문했다. 그에 맞추다 보니 엇박이 섞인 세련된 아리랑이 탄생했다”고 했다.

평소 대중적으로 아리랑은 ‘경기 민요’ 버전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유 감독은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에서 파생된 ‘서도소리’ 명창이다. 유 감독은 “서도소리의 끝음은 구슬픈 소리가 특징”이라며 “BTS 측에서도 공연에 쓸 무대 음원을 녹음하던 당시 제가 부르는 아리랑은 어딘가 서글프고 독특하다더라”고 했다.

유 감독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광화문 광장의 리허설 과정 막전막후도 전했다. 그는 “지난 16일 일산 킨텍스에서 오전 11시부터 음악을 틀어놓고 두세 차례 리허설을 했는데, 저녁 땐 BTS의 합류가 자꾸 늦어졌다. 알고 보니 RM의 부상이 있었다”며 “공연 전날에는 광화문 광장이 통제된 밤 시간에만 음악을 전부 꺼놓고 BTS와 모든 공연팀이 인이어(귓속 이어폰)를 낀 채 리허설을 했다”고 했다. 그는 “공연 당일엔 무대 직전 30분 전부터 BTS와 함께 광화문 뒤편에 대기했는데, 그때도 멤버들은 쉴 틈 없이 계속 연습을 하더라. RM씨는 무대 직전까지 목발을 짚고 절뚝거려서 많이 안쓰러웠다”며 “무대에 오르기 전 멤버 정국씨가 공연팀에 ‘감사합니다’라고 직접 인사했던 것도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유 감독은 또한 “리허설과 무대에선 모두 주최 측이 준비한 의상을 착용했는데, ‘태극 문양’을 상징하는 의미로 BTS는 검은색, 남성 공연자는 파란색, 여성 공연자는 빨간색이 쓰인 의상을 줬다”고 전했다.

유 감독과 공연팀은 당초 공연 과정에서 “국악이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점에 가장 신경 썼다”고 한다. 그는 “실제 주최 측에서도 공연 도중 국악팀이 카메라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점이 고마웠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 전통 음악에도 좋은 소리가 많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지숙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국가무형유산 제29호 서도소리 명창)./유지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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