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리포트] 호르무즈가 막히면, 세계는 얼마나 버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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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2026년 2월 28일 오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원천 차단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란 전역에 전격 합동 공습을 단행했다. 미군이 붙인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이스라엘은 '포효하는 사자'로 명명한 이 공세는 3,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며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수뇌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시작은 성공처럼 보였지만, 전쟁은 예상보다 복잡해졌다.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바레인·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에 위치한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대규모 탄도미사일·드론 보복을 감행했다. 수뇌부가 공습으로 사망한 후에도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가 새 최고지도자로 추대되며 미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선포했다. 3월 21일 21일째를 맞는 현재, 전선은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에너지 시장은 전쟁 개시 직후부터 충격에 빠졌다. 국제유가는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한때 120달러에 육박했고,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개전 첫 주에만 27% 폭등했다. 현재는 조금 진정돼 93달러 부근에서 횡보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폭등의 '예열 단계'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핵심 변수는 하나다.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버티기'에서 '강제 정지'로 — 60일이 갈림길
봉쇄 직후 산유국들은 재고와 대체 항로로 버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루트를, 이라크는 터키 파이프라인을 최대한 가동했다. 하지만 이 우회로들은 호르무즈를 통과하던 물량을 온전히 대체하지 못했고, 이란 외부의 중동 산유국들도 수출 차질을 피하지 못했다.

에너지 업계에서 이른바 '2개월 마지노선'이 거론되는 데는 명확한 물리적 근거가 있다. 현재 수출길이 막힌 걸프만 산유국들은 생산된 원유를 육상 저장 탱크에 쌓아두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상업용 저장 탱크의 실질 포화 시점은 통상 30일에서 60일 사이로 평가된다. 글로벌 원자재·물류 데이터 업체 케플러(Kpler)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원유 저장 시설이 3주 안에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산유국들은 생산 자체를 멈출 수밖에 없다.
강제 정지는 단순한 일시 중단이 아니다. 원유는 저류층이 내부 압력으로 스스로 밀어 올려 채취하는 구조인데, 생산을 강제로 멈추면 이 압력이 무너지고 재가동 시 지층수나 가스가 역류해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진다. 역대 분쟁 사례에서 반복 확인된 결과도 명확하다. 원래 생산량의 10~20%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2주의 생산 차질이 20년의 생산량 손실로 전환되는 시간이다.
카타르 LNG — 멈춘 게 아니라 부서졌다
천연가스 분야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전 세계 LNG 공급의 핵심 축인 카타르는 이미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은 후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액화 플랜트 가동을 중단했다. 문제는 카타르의 생산 중단이 단순한 '공급 일시 정지'가 아니라, 재가동까지 막대한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영하 162도를 유지해야 하는 LNG 액화 설비는 가동을 멈추는 순간 정밀 부품에 온도 충격(Thermal Shock)이 가해지며 미세한 뒤틀림이 발생한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관 수만 개가 얽힌 열교환기(MCHE)의 특성상, 상온 상태로 돌아간 설비를 다시 극저온으로 냉각하고 안전을 검증하는 데만 수주가 소요된다. 실제로 2022년 미국 프리포트(Freeport) LNG 터미널 사태 당시, 설비 점검과 승인 절차를 거쳐 정상화되기까지 무려 8개월이 걸렸던 사례도 있었다.
특히 카타르 노스 필드(North Field)와 같은 초거대 가스전은 그 규모 자체가 리스크다. 시스템 전체가 셧다운될 경우, 거미줄처럼 얽힌 배관망의 압력 밸런스를 다시 맞추고 액화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는 상상을 초월하는 공학적 노력이 투입된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공격으로 LNG 생산능력의 약 17%가 손상됐으며, 피해 시설을 복구하려면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손상 없이 가동을 멈춘 설비의 재시동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설비 자체의 물리적 파괴가 현실화한 것이다. 즉, 내일 당장 종전 선언이 나오더라도 카타르산 LNG의 공급 공백은 확정된 미래라는 뜻이다.
더 깊은 문제는 계약 구조의 붕괴다. 카타르에너지는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꺼내기 시작했다. 한국은 카타르와 연간 610만 톤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계약이 3~5년간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 그 물량을 현물(Spot) 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 공급 부족 국면의 현물 시장은 장기 계약가 대비 수배의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10~20년 단위로 체결되는 LNG 장기 계약의 법적 신뢰성이 흔들리면, 전쟁 이후 에너지 시장은 수입국들이 훨씬 비싼 스팟 가격에 만성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체계 전체가 한 단계 높은 기준선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7월 이후 종전된다면 겨울 비축 시즌과 최악의 타이밍 만나
에너지 전문가들이 여름 종전을 절박하게 원하는 데는 계절적 이유가 있다. 매년 7월부터 북반구에 위치한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은 겨울 난방 수요에 대비한 LNG 비축에 들어간다. 한국·일본·중국·대만·유럽이 일제히 이 시기를 전후해 재고를 집중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유럽이 겪은 에너지 위기는 이 비축 시즌이 얼마나 가격을 왜곡시키는지 보여준 전례다. 당시 아시아 현물 LNG 가격은 MMBtu당 70달러를 넘어섰다. 평시의 10배였다. 한국·일본 발전사들은 추가 물량 확보에 실패해 산업용 가스 공급을 자체 제한했고, 방글라데시·파키스탄 같은 가격 경쟁력이 약한 수입국들은 입찰 자체에서 탈락했다. 그때는 공급이 줄지 않았다. 유럽 수요가 갑자기 늘었을 뿐이었다. 이번엔 공급 자체가 구조적으로 감소한 상태에서 동일한 비축 시즌이 시작될 수 있다.
에너지 너머로 번지는 공급망 충격
호르무즈 봉쇄는 에너지만 막은 게 아니었다. 중동을 통과하는 글로벌 컨테이너 항로도 함께 경색되면서 아시아-유럽 간 화물 운임은 단기간에 두 배 이상 뛰었고, 반도체·자동차·가전 공급망의 원가가 연쇄 상승했다.

화학 업계의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특히 나프타 공급 차질이 뇌관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섬유·타이어 등 대부분의 산업재 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핵심 기초 원료다.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가 높아, 공급 축소는 에틸렌 크래커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원가 상승과 물량 부족이 동시에 전방 산업 전체로 번지는 구조다. 비닐 포장재와 합성수지 용기 수급이 흔들리면, 식품 유통 단계에서 또 다른 병목이 발생한다.
식량도 예외가 아니다. 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는 천연가스에서 만들어진다. 가스 공급 차질은 비료 가격 상승으로, 비료 가격 상승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전쟁이 6월까지 지속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4,500만 명이 추가로 극심한 기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는 숫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도 수도 델리에 주재원으로 파견 중인 회사원 A 씨는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집을 관리해주는 레지던시 업체에서 비상이 떴다며 인덕션이 필요하면 미리 얘기하라고 연락이 왔다. 회사도 난리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비상'의 실체는 가스 가격이다. 한 달 전까지 킬로그램당 80루피였던 LPG 가격이 지금은 400루피로 다섯 배 뛰었다. 더 심각한 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지인들도 지난달에 사둔 게 있어서 그걸 쓰고 있는데, 다 쓰면 못 구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도는 인덕션을 쓰는 문화가 없지만, 결국 밥을 먹으려면 인덕션으로 바꾸자고 의견이 모였다. 하지만 정작 인덕션을 사러 갔더니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인덕션 품절이었다"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의 상황은 더 구조적이다. GDP의 약 5%를 차지하는 걸프 지역 파견 노동자들이 두바이 타격 등 지역 위기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송금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파키스탄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외화 수입 감소가 겹쳐, 에너지 위기와 외환 위기가 동시에 덮치고 있다.
한국: 잘 대처했지만 그럼에도 위험은 다가온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이번 충격에서 일부 완충 효과를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의도하지 않은 다변화 덕분이다. 한국은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이후 카타르 LNG 장기 계약을 종료하면서 의존도가 전체 도입량의 20% 이하로 낮아졌다. 카타르 LNG를 대체하기 위해 호주·미국·말레이시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했다. 제도적 강제가 방어막으로 기능한 셈이다. 원유 비축량은 정부·민간 합산 6개월치에 가깝고, LNG 저장 용량은 실질적으로 50일치 안팎으로 IEA 권고치를 상회한다.

하지만 가격은 다른 문제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부채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물 가스 가격 급등은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직결된다. 전기료 인상이 필연적일 가능성이 높다. 물량은 확보할 수 있어도 가격을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물량 다변화라는 방어막도 가격 충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수요 측에서도 강도 높은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35년 만에 전국 차량 통제 조치가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정부는 민간 차량 5부제 또는 10부제를 검토 중이다.
결국 관건은 '언제 끝나느냐'
에너지 시장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의 가격이 아니다.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1주일이면 시장은 흡수한다. 1개월이면 가격이 오르지만 구조는 버틴다. 3개월을 넘으면 저류층이 손상되고, 장기 계약이 붕괴되고, 비축 시즌이 겹치며, 공급망 전체가 재편된다.
카타르 LNG 생산 설비의 3년~5년 복구 전망은 설령 전쟁이 단기에 끝나더라도,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는 그만큼 지연될 것을 예측하게 한다. 전쟁의 총성이 멈추는 날과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되는 날은 같지 않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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