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유능한 정치는 가치·이익 균형 이뤄야... 갈라치기 바람직 않아" [인터뷰]
"나보다 잘할 사람 안 보여 출마 결심
유정복, 경력만 화려... 해결한 것 없어"
거듭된 당청 갈등 우려엔 아쉬움 표해
"토론보다 앞서 결정 이뤄지면 안 돼"

"누가 나보다 인천시장을 잘할 수 있을까. 그려지는 사람이 없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3 지방선거 인천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간명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신 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오랜 시간 숙고한 뒤 내린 결론이다. 당대표 재도전을 하거나 내각에 들어가 이재명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직접 도와야 한다는 권유가 적지 않았다. 박 의원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하나를 쥐면 다른 것들은 놔야 하는 만큼 고심이 깊었다"며 "그런데 나보다 인천시장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솔직히,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4일 박 의원을 인천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전국 2호이자, 지선 최대 승부처 수도권에선 '1호' 단수 공천이다. 국민의힘이 11일 유정복 시장 공천을 확정하면서 인천시장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먼저 대진표가 확정됐다. 박 의원은 당이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한 데 대해 "인천 압승으로 전국 승리 교두보를 놔달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 시장이 되면 인천은 고립된 섬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달 대통령 따로 뵙고 결심 전해"
-지난달 청와대 초청 만찬에서 "시장합니다"라는 말로 출마 결심을 알렸다.
"이 대통령께서는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시·도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장 인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계셨다. 또 본인의 경험을 기초로 단체장 경험을 하면 (정치인으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며 출마를 권유하신 적도 있다. 지난달 만찬 전 대통령님을 따로 뵙고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그때 대통령께 결심을 전했다. 그 후 만찬장에서 원내대표단과 만나 '대통령님, 시장합니다. 밥 주세요'라고 말했다. 중의적인 표현으로 출마 결심을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본선 상대인 유정복 시장은 행정 전문가다. 반면 박 의원은 행정 경험이 없다.
"유 시장 경력이 화려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분이 남긴 실적이 뭔가. 산적한 인천 현안 중에 그분이 해결한 게 뭔가. 떠오르는 게 없지 않나. 인천은 지금 위기다. 수도권이라 균형발전 지원 정책에서는 제외돼 있으면서도 수도권 안에선 서울·경기에 끼여 있다. '이중소외' 상태라 성장이 더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누가 더 대통령과 소통을 잘하겠나. 국회를 설득해서 예산 지원도 받아야 하는데, 원내대표 출신인 나보다 유 시장이 잘할 수 있겠나."
-인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이 뭔가.
"인공지능(AI)·바이오·콘텐츠·에너지를 인천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이른바 'ABC+E' 전략이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모두 갖고 있는 도시다. 여기에 AI를 접목하고, 자율주행 트럭·로봇이 일하는 '피지컬 AI 특구'를 조성해 인천을 세계적인 물류와 AI 수도로 키우고 싶다. 바이오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는 바이오사이언스파크 등을 조성해 인천을 미국 보스턴에 버금가는 바이오 중심 도시로 만들 것이다. 5만 석 규모 문학경기장을 K팝 전용 공연장인 문학스타디움으로 탈바꿈시키고, 인천 앞바다에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만들어 에너지 자치도 실현하겠다."

유시민 ABC론에 "갈라칠 일 아니다"
친이재명(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박 의원은 최근 심화하는 여권 지지층 분열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유시민 작가가 1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여권 지지층을 A(가치 중심)·B(이익 중심)·C(A와 B의 혼합) 등 세 부류로 나눠 분석한 이후, 민주당 지지층 내 설전이 격화하고 있다.
유 작가는 A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 B그룹은 '친명이라 내세우지만,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돌을 던지는' 사람들로 묘사했다. C는 가치와 실용을 겸비한 사람들로 구분했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의 효능감에 동의하고 지지하기로 한 사람은 모두 포용하고 함께 가는 것이 우리(민주 진영)가 주류가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본인 지역구인 인천 연수갑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험지인 만큼 후보 공천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수갑은 인천에서 민주당에 가장 어려운 지역 중 하나다. 중도 확장성이 있으면서, 인지도가 높고, 인천을 잘 아는 사람이 나와야 승산이 있다. 인천 토박이면 더 좋다. 김남준 전 대변인이 오면 고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송영길 전 대표가 와야 하느냐'고 물을 텐데, 송 전 대표는 계양을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 않나. 두 분이 많이 거론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박남춘 전 인천시장도 경쟁력이 꽤 높은 것으로 나온다. 결국 당이 전략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법안 처리 과정에서 숙의가 부족하다고 공개 질타했다. 당정청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하는 방식, 시각이 다른 이들이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결국 합을 이뤘으니 그래도 괜찮다고 본다. 물론 아쉬운 건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 때처럼 토론보다 결정이 앞서 이뤄진 경우들이다. 치열한 토론을, 충분히 한 뒤에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 위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
-유시민 작가가 제시한 이른바 'ABC론'이 논란이다.
"유능한 정치는 가치만 주장해도 안 되고, 이익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나쁜 게 아니고, 건강한 일이다. 중요한 건 갈라치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원래 지지하던 사람, 새롭게 지지자가 된 사람을 굳이 가를 필요가 있나. 우리의 목표는 다수가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 정치에 효능감을 느껴 새로운 지지자가 유입되는 건 환영할 일이지, 갈라칠 일이 아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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