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어머니의 2억 선행…자식들은 예상 못 한 3000만원 상속세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증빙 못 한 재산처분은 과세대상
사망 당일 인출액도 입증할 필요
생전 재산처분·사용처 확인해야

Q: 50대 A씨의 어머니.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지내시다 지난해 초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아직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A씨, 최근 세무서로부터 상속세 고지서를 받았다. 생전에 남기신 재산은 서울 변두리 아파트 한 채와 몇 천만 원 정도의 예금이 전부여서, 상속세 신고도 수월하게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무서는 '돌아가시기 전 계좌에서 인출한 금원이 2억 원이 넘는데, 그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다'며 해당 부분을 상속 재산으로 간주해, 3,000만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알려왔다.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A: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상속세 과세 대상은 사망에 따라 상속받은 것과 함께 돌아가시기 이전 10년 이내 증여했던 재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모님, 즉 피상속인이 사망 직전 일정 기간 내에 재산을 처분했다면, 실제 상속 여부와 관계없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는 경우가 생긴다. 상속세 신고 후 과세관청의 소명 요구가 있거나 세무서로부터 추가 상속세 고지서를 받는 경우인데, 이른바 추정상속재산이다.
추정상속재산 문제는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 또는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발생한다. 처분대금이나 인출된 예금, 대출금 등을 현금으로 전환시켜 상속세·증여세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과세관청은 고인이 처분한 재산 가운데, 사용처가 입증되지 않은 부분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과세관청은 ① 현금·예금 및 유가증권 ② 부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권리 ③ 그 외의 기타재산 종류별로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인출한 금액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2억 원 이상인 경우, 혹은 2년 이내에 5억 원 이상인 경우 추정상속재산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다. 상속인들이 관련 사용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즉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금액이 2억 원 이상(혹은 처분금액의 20% 이상)이면, 일정 금액을 추정상속재산으로 보아 과세가액에 산입한다.
A씨의 경우, 어머니께서 사망 전에 2억 원이 넘는 예금을 인출했지만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여동생도 돈의 사용처를 몰랐다. 병원비나 간병비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점검했지만, 병원비는 카드 사용 내역서 이외에 추가로 현금으로 쓰신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미입증금액이 커서 추정상속재산으로 과세가 된 것이다.
실제 사례에서 추정상속재산 문제는 사망 직전의 예금 인출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님이 피상속인이 부동산 양도 후 돌아가셨는데, 그 매매대금의 귀속이 불분명한 때에도 조세심판원은 추정상속재산에 포함하는 것이 맞다고 본 바 있다. 법원도 피상속인의 사망 당일에 인출된 금액도 추정상속재산 기준액에 포함하는 것으로 판시, 상속개시일 전 1년에는 사망 당일도 포함한다고 보았다. 사망 당일에 인출된 금액은 사전증여재산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세 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망 당일 인출 금액도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추정상속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됐던 어머니가 인출한 돈의 구체적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면 A씨는 추가되는 상속세를 피할 방법은 없는 듯하다. 평소 불쌍한 사람들을 그냥 못 지나치고,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시던 어머니가 투병생활 중에 2억 원 넘는 선행을 베푸신 것은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보지만, 수천만 원대의 상속세 마련이 녹록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실제로는 자식들에게 증여한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임의로 사용·처분한 재산이라도 그 사용처를 모르면 상속세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상속인 입장에서는 부모님 생전에 재산 처분의 내역이나 예금 인출의 경우 그 사용처를 가능한 범위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 등 실제 사용 내역이 있다면 영수증이나 계좌이체 기록 등을 통해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추정상속재산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 은닉이나 사전증여를 통한 상속세 회피를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이라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평생의 근검절약으로 재산을 일군 어르신들도, 남 몰래 어려운 곳에 익명으로 기부하는 선행이 자식들에게 상속세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다. 재산 사용 내역을 남겨 두는 작은 기록이 가족에게는 또 하나의 배려가 될 수 있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1309360001789)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510010005479)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607410003700)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12717320003410)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12110060000455)
주승연 법무법인 YK 조세그룹 파트너 변호사, 전 국세청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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