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이끈 변호사에 성공보수” 2심서 인정… 11년 만에 판례 바뀌나

김은경 기자 2026. 3. 23. 00: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공보수 무효화’ 다시 대법으로
변호사 업계도 찬반 입장 엇갈려

2015년 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변호사 형사 사건 ‘성공 보수’ 문제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올 초 기존 판례에 맞서는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이 판결에 대한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변호사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성공 보수는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전원일치 의견으로 무효화됐다. 당시 대법원은 “성공 보수금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독립성을 해치고, 사법 제도의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어서 무효로 한다”고 판시했다. 구속이나 보석, 무죄·집행유예 판결 등을 두고 조건부로 약정한 성공 보수는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한 항소심 재판부가 이 판례에 맞서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재판장 최성수)는 A 법무법인이 성공 보수를 주지 않는다며 60대 의뢰인 B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법무법인 손을 들어줬다. 변호사가 부당한 청탁이나 인맥이 아닌 충실한 변론 준비와 법리 연구를 통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약속한 성공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 B씨가 변호사에게 감사 인사까지 해놓고 성공 보수를 안 주는 것은 대법원 판례를 악용한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심부름센터를 고용해 며느리의 불륜 증거를 잡으려고 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가 아들과 이혼 소송 중이던 며느리의 뒤를 캐기 위해 심부름센터를 고용하고, 며느리 집 현관 앞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부적절한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며느리의 직장에 보내 징계를 요구한 혐의 중 일부가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A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실제 B씨가 몰래카메라 설치까지 의뢰하지는 않은 점, 며느리의 사생활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해 무죄를 받아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B씨는 감사하다고 인사만 했을 뿐, 무죄 확정 시 약정한 성공 보수 3300만원을 주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그러자 A 법무법인이 성공 보수를 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판례에 맞서는 소송이어서 승소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3년 동안 밤낮없이 고생한 것이 억울해서 다퉈보고 싶었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대로 1심은 A 법무법인 패소였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혔고 곧 대법원에서 심리가 시작된다.

변호사들은 “성공 보수 무효화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변호사는 “성공 보수가 없어지면서 착수금을 올려받아 초기 선임 비용이 높아졌다”고 했다. 2023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 965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49.5%가 형사 사건 착수금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반면 “성공 보수를 계속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변호사는 “성공 보수는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기대하며 주는 돈 아니냐”며 “결국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해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사법 불신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은 최근 “대법원 판례를 바꿔달라”는 내용의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체 수임료가 올라가지 않게 통제 장치를 두자는 의견도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