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학과 벽 허물어 AI 전문가 키우겠다”

표태준 기자 2026. 3. 2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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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USC 첫 한인 총장 인터뷰

지난달 4일 미국 LA에 있는 명문 사립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제13대 총장으로 한인 이민 2세 김병수(54)씨가 이사회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1880년 개교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USC에서 아시아계 인사가 총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병수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총장은 취임 후 구성원들이 인종차별 등 여러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열린 대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인 만큼, 구성원들이 다름을 인정하는 지적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학교가 전폭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장련성 기자

김 총장의 선출은 미국 대학가에서 파격적인 일이었다. USC는 카네기 교육재단 연구 역량 평가 최상위 등급(R1)에 속하는 연구 중심 대학이다. 그런데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연방 검사를 지낸 김 총장은 대학 연구 경력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그간 USC 총장은 주로 연구 경력이 풍부한 학자들이 맡았는데, 김 총장은 1972년생으로 전임 총장보다 스물한 살이나 젊다.

현지에선 미국 대학들이 인공지능(AI) 발전과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 같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USC가 혁신적인 젊은 리더십을 선택했다고 평가한다. 지난 20일 방한한 김 총장에게 교육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만장일치로 총장에 선출된 이유는 뭘까.

“작년 7월부터 7개월간 임시 총장을 맡으며 적자에 시달리고 경직됐던 USC를 변화에 유연한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행정 비용을 절약하고 구조 조정을 통해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그 돈은 AI 시대에 필요한 교육·연구 등 비용에 투자했다.”

-총장으로서 추진하는 핵심 정책은.

“작년 말 임시 총장을 맡았을 때 학내 공학·의학·인문학·경제학 등 모든 분야 전문가를 모은 ‘AI전략위원회’를 만들고, 경영대 학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어떻게 하면 USC가 AI 시대의 교육 리더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개선점을 찾는 곳이다. 최근 ‘자산 격차가 기술 격차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위원회 권고에 따라 모든 교직원과 학생에게 챗GPT 최신 버전을 보급하기도 했다.”

-왜 AI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공학자가 아닌 경영학자에게 맡겼나.

“고용의 미래가 곧 교육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AI 시대가 닥치면서 경제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고용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경영대 학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미래 고용 시장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AI의 확산으로 많은 대학이 교육 방법론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USC는 어떤 대책을 세웠나.

“AI 시대가 왔다고 해서 당장 교수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 대학에서도 어떤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와 시험에 AI를 적극적으로 쓰라고 하는 반면 어떤 교수는 수업에 노트북 반입을 금지하고 반드시 펜으로 필기하라고 한다. AI 시대 핵심 역량은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이다. 이런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면 어떤 수업 방식이든 옳다.”

-학생들에게 AI를 어떻게 가르치나.

“AI를 중심으로 단과대·학과 간 벽을 허물고 있다. 오는 가을 신학기에 공학 계열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과학, 산업공학 등 여러 공대 전공을 융합한 AI 학사 학위와 부전공을 신설한다. 경영대·공대가 함께 ‘비즈니스를 위한 AI’ 학사 과정도 신설한다. 이처럼 AI를 주제로 전공을 허무는 학위 과정을 계속 만들어 모든 학생이 ‘실용적인 AI 전문가’가 되도록 교육하겠다.”

-‘동문 네트워크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USC는 미국에서 가장 끈끈한 동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직접 팟캐스트를 만들어 학내 소식을 동문에게 전파하는 등 이 네트워크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방한의 주요 일정도 한국 동문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동문 네트워크에 신경 쓰는 이유는.

“불확실한 AI 시대에 동문이 등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졸업생에게 첫 직장으로 어디를 고르는 것이 나은지, 이직을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 등에 대해 동문의 조언 한마디가 앞으로 어떤 자산보다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는 AI가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다.”

-USC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60~70년대 많은 한국 이민자들이 USC에서 학업했고, 지금도 매년 한국인 유학생만 500명 넘게 등록하고 있다. 2006년 캠퍼스 안에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LA 옛 가옥을 복원해 현재 한국학연구소로 쓰고 있다. 이곳이 미국 내 ‘한국학 허브’가 될 수 있게 역할을 강화하고 한국 동문 네트워크가 더 활성화할 수 있게 만들겠다.”

☞김병수 USC 신임 총장은

1960년대 후반 부모가 미국 USC로 유학을 오며 LA에서 나고 자란 한인 이민 2세다.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2005년부터 미 연방 검사, 미국 대형 로펌 변호사, 의료 서비스 기업 임원 등으로 일하다 2020년 USC에 수석 부총장 겸 법률 고문으로 합류했다. 작년 7월부터 USC 임시 총장을 맡았고, 지난달 4일 USC 이사회 만장일치로 제13대 총장에 선출됐다. 미국 명문 사립대 총장에 한인이 선출된 것은 다트머스대 총장을 역임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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