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정 해소하려… 저산소 저장고·스마트팜 늘리는 마트들
지난 17일, 산소 마스크를 쓴 롯데마트 직원들이 충북 증평의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 기체제어(CA) 저장고 문을 열고, 6개월간 창고 안에서 잠자고 있던 사과를 꺼냈다. 일반적으로 3~4월은 사과의 맛과 식감이 떨어지는 시기로 알려져 있지만 저장고에서 꺼낸 사과는 제철 사과를 수확했을 때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장고 내 산소 농도를 조절해 사과의 노화를 늦추는 CA(Controlled Atmosphere) 기술 덕분이다.
국내 대형 마트들이 농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몇 년 새 히트플레이션(폭염·고온 같은 이상기후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과 태풍 등으로 인한 가을철 노지 농작물의 수급 불안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수입 먹을거리가 국내 농산물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거란 예상이다. 대형 마트들은 “이상 기후로 인한 먹을거리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물량 부족 시 적기 출하가 가능한 저장 기술과 기후 영향을 받지 않는 스마트팜 물량 확보가 필수”라고 설명한다.


◇일반 채소까지 확대
롯데마트는 CA 저장고에서 꺼낸 사과 600톤을 18일부터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기준으로 사과 산지 반입량이 전년 대비 33.6% 줄고, 도매 가격이 전년 대비 23.1% 오르자 선제적으로 확보한 CA 저장 사과 물량을 전년보다 20% 늘려 가격 안정화에 나선 것이다. 1년 전 보관한 양파도 출하를 시작했다.
CA 저장 기술은 공기 중 산소 비율을 낮춰 작물의 호흡을 늦추는 저장 기법이다. 작물이 갖고 있는 자체 효소에 의한 발효·부패는 막으면서 작물 노화를 억제하는 최적의 산소 농도 비율을 찾는 게 핵심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산도 농도보다 낮은 수준에서 관리가 되기 때문에 저장고에 들어갈 때는 산소마스크가 필수다. 롯데마트는 초여름에 수확하는 수박과 시금치, 마늘쫑 등으로 CA 저장 테스트 품목을 늘리며 수급 조절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노지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 스마트팜 재배 작물이 늘어나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과거 스마트팜 작물이 버터헤드레터스·딜·유러피안 상추 같은 고부가가치·특용 작물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오이, 상추, 깻잎 같은 대중적인 농산물로 확대돼 가격 안정을 이끌고 있다.
롯데마트는 스마트팜 공급 물량을 2024년 10개 품목(500톤) 수준에서 올해에는 블루베리, 무화과, 쪽파, 양상추, 깻잎 등 40개 품목(1300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작년 스마트팜 재배 채소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43.2% 늘었고, 킴스클럽은 아예 폭염에 강한 대추방울토마토 ‘야호’ 품종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산지를 기존 3곳에서 올해 7곳으로 늘렸다. 파프리카와 버섯까지 스마트팜에서 공급받고 있는 GS더프레시는 스마트팜 물량을 20%가량 늘리고, 아예 ‘스마트팜 전용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수산물 공급도 안정화
고온·폭염에 의한 공급 물량·가격 불안정성은 농산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마트는 먼 바다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광어 양식에 최적화된 적정 수온(18~24도)을 사계절 유지하는 내륙 양식장 ‘광어목장’을 운영한다. 여름철 폭염으로 표층 수온이 30도를 넘어서면 냉각 설비를 가동해도 적정 수온 유지가 어렵고, 광어의 먹이 활동이 저조해져 폐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최장 기간인 71일간 고수온 특보(해수면 온도가 28도를 넘는 경우)가 내려졌던 2024년에는 어린 광어들이 줄줄이 폐사하기도 했다. 이에 이마트는 기존 17개였던 광어목장을 24개까지 늘려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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