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美에 5000억달러 데이터센터 짓겠다”

‘문제 해결사(The fixer)’
22일 일본 경제지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5000억달러(약 753조원) 규모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투자안은 지난해 7월 일본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2029년까지 5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실제 사업으로 옮긴 첫 사례다. 테크 업계에서는 “한국·대만과 달리 반도체 공장이라는 협상 카드가 없는 일본은 약속된 거대 투자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해왔는데, 손 회장이 나서서 액수에 맞는 판을 짠 셈”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대 단일 부지 투자’
손 회장은 지난 20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오하이오주 파이크턴에서 열린 가스 화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여해 이 같은 투자안을 발표했다. 일본 도시바·히타치제작소·미즈호은행과 골드만삭스 등 미·일 주요 기업 21곳이 참여하는 ‘포츠머스 컨소시엄’을 발족하고, 연내 오하이오 지역에 데이터센터 착공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은 소프트뱅크가 오픈AI·오라클 등과 추진 중인 글로벌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와는 별도로 진행된다. 스타게이트가 미국 전역과 아랍에미리트(UAE)·인도 등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라면, 포츠머스 프로젝트는 오하이오 단일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손 회장은 이를 두고 “인류 역사상 단일 부지 기준 최대 투자”라고 했다.
다만 5000억달러 전액을 소프트뱅크가 직접 부담하는 구조는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차입을 통해 개발과 전력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전체 투자액의 60~70%에 달하는 돈은 향후 이 데이터센터를 이용할 빅테크 기업들이 AI 반도체 구매와 서버 구축 비용으로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데이터센터의 입찰이 시작됐으며 4월부터 예비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풍쟁이’ 손정의, AI에 올인
이번 투자 구상을 두고 손 회장이 일본 정부를 대신해 ‘손 안 대고 코 풀기’ 식의 판을 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입찰 기업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서둘러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손정의식 행보”라며 “자신을 ‘허풍쟁이’라 칭하는 그는 과거에도 투자자와 사업 파트너를 유치하기 위해 거창한 약속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손 회장은 이날 “투자 규모가 향후 1조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했지만, 러트닉 장관은 추가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발표가 손 회장의 ‘AI 제국 건설’ 야심을 재확인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는 코로나 이후 테크 기업의 주가 폭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후 AI를 부활의 무기로 삼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픈AI에 누적 640억달러를 투자하고, 인텔에 20억달러, 데이터센터 장비 생산을 위해 GM의 전기차 공장 인수에 30억달러를 쏟아붓는 식이다. 더 많은 투자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58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하고, 11월엔 5000억엔(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공격적 투자에 우려도 적잖다. 소프트뱅크 자산 상당 부분이 이미 AI 관련 분야에 집중돼 있어 산업 경기 변동에 따른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오픈AI가 미국 국방부와 계약을 하며 비판에 직면하자,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최대 50% 폭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는 상황에서 AI 산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파급 영향이 상당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타임지는 “손 회장은 이제 소프트뱅크의 운명뿐 아니라 미국 경제와 국민의 운명까지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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