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속 울산 비축유 ‘90만배럴’ 유출 논란
산업부, 석유공사 감사 돌입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울산 석유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국제공동비축 원유 90만배럴이 해외로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해외 석유기업 A사가 울산 석유비축기지에 보관하고 있던 국제공동비축 원유 90만배럴을 해외로 판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 비상사태 시 확보해 둔 '우선구매권'을 석유공사가 제때 행사하지 않아 빚어진 결과다.
국제공동비축유 사업은 국내 유휴 원유 저장 시설을 중동 산유국이나 해외 석유 기업에 임대하는 제도로, 위기 발생 시 국내에 저장된 외국 소유 기름을 우리 정부가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당초 3월 초 A사는 국내 정유사 B사와 200만배럴 규모의 원유 도입 계약을 추진 중이었다. 이에 석유공사는 해당 물량이 어차피 B사를 통해 국내로 들어올 것이라 판단해 우선구매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A사가 B사보다 더 높은 매입가를 제시한 제3국에 200만배럴 전량을 판매하는 계약을 추진한 것이다. 석유공사는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우선구매권을 행사했지만, 이미 매각된 90만배럴의 유출은 끝내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측은 "우선구매권을 행사하기 이전에 이미 매매 계약이 체결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즉각 감사에 돌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 규정 위반 등이 밝혀질 경우 엄중히 문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국내 비축유는 약 1억9000만배럴 규모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약 208일 분량이지만, 산업 등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인 250만~280만배럴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68~76일을 버틸 수 있는 분량이다. 이민형기자 2mi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