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과 교섭’ 日, 위기 때 절실한 한국식 국익 외교

이란이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과 관련해 일본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은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일본이 요청할 경우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통과 협상을 한 나라는 중국·인도 정도다. 트럼프는 한국·일본을 포함한 우방국들에 군함 파견을 공개 요청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란과 실질적 협의는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도 교섭 채널을 열고 있음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란이 미국 우방국의 균열을 위한 이간계를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의 속내와는 별개로 우리로선 일본·이란이 교섭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일부 국가가 공개적으로 파견을 거절했을 때도 일본은 자위대 파견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성명에도 선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렇게 미국 요청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이란과 교섭하고 있었다. 일본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로 확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큰 타격을 받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원유 수입의 60% 이상이 호르무즈를 거친다.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인 나프타 부족도 문제 되고 있다. 국내 업계는 나프타의 50% 이상을 수입하는데, 이 중 중동산 비중이 60%다. 이달 말부터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포장재가 부족해 라면·과자 공장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미국은 동맹국이며 우리 안보와 외교,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요청대로 군함을 보내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도 보내는 게 이익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은 지형상의 불리함으로 미 해군조차 제한적 작전을 하는 위험한 수역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이란과 신중한 교섭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란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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