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워 계신 어르신 ‘욕창’과의 전쟁

/클립아트코리아/
한번 발생한 욕창은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단순한 피부 괴사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제로 장기 입원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경우 욕창 발생을 ‘경계 0순위’로 꼽는다고 한다. 희연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영인 부장은 “욕창은 우리 몸 어느 부위든 뼈의 돌출부와 표피 사이 조직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압박이나 쓸림을 받으면서 생기는 병변을 말한다”며 “주로 오랜 압박으로 국소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겨 조직이 괴사하고, 그 결과 조직 결손(궤양)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와상 환자에게 흔해 ‘욕창’이라 불렀지만, 압박이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압박궤양’이라고도 부른다. 피부 위에 쓸리는 힘(전단력)이 생기면 뼈를 덮는 피부가 뼈 위에서 미끄러지고, 그 과정에서 근막 사이의 당기는 힘이 작은 혈관을 접히게 하거나 찢어 혈액 공급에 문제를 만든다. 이영인 부장은 “이렇게 생긴 궤양에 세균이 자라 감염이 겹치면 상처는 더 악화된다”며 “환자를 옮기려고 침상 머리를 조금만 올려도 천골(엉치뼈) 부위 피부가 미끄러지면서 얕은 근막과 깊은 근막 사이에 혈류 장애가 생겨 조직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욕창은 처음에는 압박으로 조직의 산소 공급이 줄어 피부가 붉어지는 것(홍반)에서 시작한다. 압력이 곧바로 해소되면 회복되지만, 압박이 지속·반복되면 혈액 순환 장애로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생긴다. 이후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벗겨지며, 피부 아래 지방이 괴사해 딱딱해지고, 가느다란 혈관은 혈전으로 막히기도 한다. 죽은 피부는 검은 괴사딱지(가피)로 변하고, 근육세포까지 괴사가 진행될 수 있다. 괴사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 큰 궤양이 남는데, 주머니 모양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욕창은 주로 골격이 돌출돼 압박을 받기 쉬운 부위에 잘 생긴다. 똑바로 누웠을 때 닿는 엉치뼈(천골), 앉을 때 닿는 궁둥뼈, 옆으로 누웠을 때 닿는 대퇴돌기, 그리고 발꿈치·복숭아뼈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코나 눈 주위, 귀 뒤, 사타구니처럼 피부가 눌리거나 맞닿는 곳이라면 어느 부위에서도 생길 수 있다.
욕창은 단순한 피부 괴사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은 감염으로, 욕창 부위에 세균이 번식해 국소 감염이 생기고 상처가 악화된다. 감염이 퍼지면 봉와직염이나 골수염이 동반될 수 있고, 골수염이 심한 경우 수술적으로 감염 부위를 긁어내거나 절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세균이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 패혈증으로 진행하고,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영인 부장은 “영화 슈퍼맨의 주연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욕창이 악화되며 감염이 겹치고 전신으로 번지면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알려져 있다”며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욕창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욕창이 발생하기 쉬운 노인 환자, 뇌졸중, 척수손상 환자 및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항상 관심을 갖고 압박이 가해지는 부위를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가 붉어진 상태가 압력을 제거해도 사라지지 않거나, 물집·박리·괴사 피부, 궤양이 보이면 욕창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홍반만 보이는 1기 욕창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겉으로는 가벼워 보여 지나치기 쉬워 악화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욕창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압박을 제거하는 것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는 베개나 기타 부드러운 도구를 사용해 뼈 돌출부에 압력이 직접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침상에 누워 있는 환자는 자세 바꾸기를 최소한 2시간마다 해야 한다. 또한 압력을 감소시키는 매트리스나 매트리스 깔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침대 머리는 30도 이상 높이지 않는 것이 좋다. 휠체어나 의자에 앉아 있는 환자는 자세 바꾸기를 최소 30분마다 한 번씩 해야 하고, 압력을 감소시키는 패드나 쿠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발뒤꿈치에 압력이 오래 남지 않도록 받쳐 주는 것이 좋다. 환자가 앉아 있을 때는 쓸리는 힘을 줄이기 위해 비스듬히 앉는 것보다는 의자 면에 수직으로 앉는 것이 좋다. 또한 가능한 한 비틀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환자를 옮기거나 자세를 바꿀 때 환자를 끌지 말고 들어서 옮겨야 한다.
예방 수칙은 ‘알고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영인 부장은 “어느 부위에 압박이 남는지, 피부가 어떻게 변하는지, 식사와 수분 섭취가 충분한지 등을 누가, 얼마나 자주, 같은 기준으로 확인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피부를 매일 관찰하고 순한 비누를 사용해 정기적으로 씻기고 충분히 말려야 한다. 건조한 피부에는 보습제를 사용하고, 땀이나 소변 등으로 인해 피부가 축축해지는 것을 방지해 피부가 손상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영인 부장은 “뼈 돌출부위 마사지는 심부 조직에 손상을 줘 오히려 욕창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환자의 영양 상태도 욕창의 예방과 치료 과정에 있어서 중요하다. 심한 상처를 가진 환자는 건강한 성인의 3~4배에 달하는 단백질(135g/일)이 필요하고,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상호 기자
도움말= 이영인 희연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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