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 ‘염증성 장질환’] 설사·혈변은 스트레스 탓? 장의 ‘변’명에 속지 마세요!
우리 몸의 소화기관은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를 흡수하고 찌꺼기를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소화기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염증이 생겨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 바로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에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단순히 며칠 앓고 마는 장염과 달리 복통, 설사, 혈변,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수개월간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2021년 약 8만 명에서 2024년 9만 명을 넘어서며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두 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염증이 발생하는 부위와 특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며, 한두 달 이상 지속되는 설사와 복통, 그리고 무엇보다 혈변이 특징적으로 동반된다. 또한,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크론병은 주로 10~30대 사이의 젊은 세대에서 많이 발생하며,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항문 주위의 누공(구멍), 농양(고름), 천공(구멍 뚫림) 등 항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화기내과 임덕길 교수는 “젊은 층의 경우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를 단순히 장이 예민해서 혹은 스트레스성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만약 이러한 증상과 함께 체중이 줄어든다면 염증성 장질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염증성 장질환의 진단은 다른 질환처럼 단 한 번의 검사로 명쾌하게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임상 증상을 시작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 혈액검사, 그리고 CT나 MRI 같은 영상의학 검사 결과를 모두 종합해 최종 진단한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검사는 대장 내시경이다. 내시경을 통해 점막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다른 감염성 장염과의 감별, 병변의 침범 정도, 중증도 등을 평가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악화하는 활동기와 완화되는 관해기가 반복되는 만성질환이다. 임덕길 교수는 “과거에는 단순히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의학 발전으로 증상 조절을 넘어, 내시경과 조직검사 상에서도 염증 소견이 완전히 사라지는 점막 치유를 최종 목표로 삼는다”며 “점막이 완전히 치유돼야만 장기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는 다양한 약물이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메살라진(5-ASA) 제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등이 쓰이며, 초기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중증환자에게는 항-TNF 제제를 포함한 생물학적 제제(우스테키누맙, 베돌리주맙 등)를 사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약물치료 중 구역질이나 두드러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때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약물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없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의 관리 또한 치료의 연장선이다. 일상에서는 충분한 영양 공급과 균형 잡힌 식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기름진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 지나치게 맵고 짠 음식은 피하고, 본인에게 맞는 건강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임덕길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더 이상 난치성 질환이 아니다. 조기진단 기술과 다양한 치료제의 등장으로 의료진과 함께 꾸준히 관리한다면 충분히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며 “염증성 장질환을 방치하면 대장암 발병 위험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설사와 혈변으로 인해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염증이 심해지면 장을 절제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화기내과 임덕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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