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없어 장사 못해"...영세 판매점 '고사 위기'
[앵커]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정유사들이 수급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직영 주유소와 대리점에만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뒷순위로 밀린 영세 판매점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정유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빚은 기름 수급 불균형 실태를 박동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집이나 공장에 등유를 배달하는 대구의 한 기름 판매점입니다.
최근 주문이 들어와도 팔 기름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평소에 공급처로부터 한 번에 1만 리터씩 등유를 받았지만, 지금은 5분의 1도 안 되는 1,800리터로 공급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A 기름 판매점 사장 "지역 대리점에서는 지금 안 팔려고 그래요. 그러니까 가서 소량만 떠오는 거죠."]
또 다른 기름 판매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백방으로 발품을 팔아봤지만, 기름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B / 기름 판매점 사장 "저희도 물량을 계속 구하러 다니죠. 다들 저뿐만 아니고 지금 다 그렇죠."]
이처럼 영세 판매점에서 물량 확보난을 겪는 건 공급처인 이른바 비직영 대리점으로부터 기름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동 사태로 수급 조절에 들어간 정유사들이 직영 주유소와 대리점에 물량을 우선 배정한 게 가장 큰 이윱니다.
영세 판매점에 기름을 공급하는 비직영 대리점은 여러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받는데, 배정 순위에서 밀려나면서 물량 확보가 힘들어진 겁니다.
[비직영 대리점 관계자 "정유사들이 저희 같은 현물 대리점은 공급을 안 하는 방향으로 지금 하고 있습니다. 주유소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대리점들은 거의 기름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실상 정유사가 '내 식구 챙기기'식으로 직영 주유소와 대리점에만 기름을 공급하면서, 비직영 대리점과 영세 판매점이 공멸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입니다.
중동 사태로 정부에선 석유가격최고제를 도입하는 등 비상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공급 불균형은 방치되고 있습니다.
기름 유통의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판매점과 비직영 대리점이 고사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물량 배정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TBC 박동주입니다. (영상 취재 김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