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복층 휴게실 덮친 불길…안전공업 노동자는 피할 곳 없었다
휴게실 9명, 좁은 창문 밖에 없어 탈출 못해

‘대전 안전공업 참사’로 노동자 14명이 목숨을 뺏기고 60명이 다쳤다. 중상자 25명 중 4명은 중환자실에 있다. 사망자들 다수가 화재 발생 추정 지점의 반대쪽에서 발견됐다. 다른 3명은 계단 근처 물탱크실 쪽에 쓰러져 있었다. 희생자들은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불길과 시꺼먼 연기에 쓰러졌다.
2008년 40명이 숨진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24년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등 산업 현장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기업·사회는 ‘확실한 재발 방지’를 다짐하고는 했다. 하지만 대낮에 불과 3층짜리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에 다시 많은 목숨을 내줬다. 전문가들은 참사를 키운 3대 요소로 무허가 개축, 기름때 방치, 샌드위치 패널을 지목하고 있다. 왜 이를 막지 못했는지 또 짚어볼 수밖에 없다.
불이 난 시각인 20일 오후 1시17분,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공장에는 노동자 170명이 있었다. 이때는 점심시간(낮 12시30분~1시30분)이었다. 날씨가 좋아 많은 이들이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 일부는 평소처럼 밥을 빨리 먹고 동관 2층 끝 복층 구조 휴게실 위쪽에서 쉬거나 쪽잠을 잤다고 한다.
무허가로 만든 이 공간은 피해를 키운 주요인으로 꼽힌다. 안전공업은 2014년 동관을 2층 규모에서 옥상주차장 포함 4층으로 증축하겠다고 해 구청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업체는 2층 끝쪽 5.5m 높이 빈 공간을 쪼개 애초 허가된 설계에는 없는 복층 휴게 공간을 만들었다. 아래층 휴게실엔 창문이 있었지만 위층 정면은 그냥 벽이었다. 대신 측면에는 작은 창들이 있었다. 희생자 중 9명은 위층 휴게실에서, 1명은 아래층 휴게실 입구 앞 계단에서 발견됐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창이 정면에는 없고 측면 한쪽에만 있는 구조는 환기 기능이 떨어져, 화재 시 매연이 밖으로 잘 빠지지 않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위층 휴게실 측면 창문은 2층 창문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고, 건물 밖 측면 창문 아래에는 장애물이 있어 뛰어내리기도, 빨리 에어매트를 설치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휴게실은 공간 자체가 무허가 시설이다 보니 만들 때 복도·계단 등 재난 상황에서 탈출 여건까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칸막이 등으로 분리되지 않고 통으로 이어진 공장 내부 구조도 화재 진행 속도를 급속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안전공업 공장은 휴게 공간을 제외한 1~2층이 하나로 뚫린 구조였다. 현재 소방·수사 당국은 1층 작업장 쪽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진주 전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전 중앙소방학교장)는 “강당처럼 천장이 툭 터진 구조는 연소 확대가 빠를 수밖에 없다”며 “집진 시설이 있더라도 천장을 타고 연기가 공장 전체로 순식간에 번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상구가 적었던 것도 탈출을 어렵게 한 것으로 보인다. 대덕구 관계자는 “증축 허가 때 제출된 설계도면상으로는 옥상·1층까지 연결된 비상구가 공장 양쪽 끝에 3개만 있다”고 설명했다. 이 3개 계단마저 공장 안에 실제 존재했는지 구청도 알지 못한다. 대덕구 관계자는 “건축·증축 허가는 서류상 검토로만 진행했고, 설계대로 지어졌는지 눈으로 확인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유증기와 기름때도 불길이 폭발적으로 번지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대덕소방서는 “공정에 자주 사용된 절삭유 등으로 인해 기름때가 곳곳에 많았고, 화재가 빠르게 확대된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엔진밸브를 만드는 이 공장에선 부재료로 절삭·방청유 등 기름을 많이 사용한다. 이곳에서 일한 ㄱ씨는 한겨레에 “쇠를 단조할 때 마스크를 써도 코가 시큼할 정도로 연기(유증기)가 많이 나온다. (집진기 내부에) 기름이 끼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에도 유증기 같은 것 때문에 작은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금방 껐다. 이번에는 점심시간에 화재가 발생해 초기 진화를 못 했던 것 같다”고 했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조위원장도 22일 기자들을 만나 “평소 회사에 유증기와 기름때가 축적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주기적인 점검과 시설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했다.
제 교수는 “건물 안에 가연성 물질에서 발생한 연기와 유증기, 그것이 기계와 천장·벽 등에 달라붙어 쌓인 기름때가 많았다면 ‘한번에 팍 터지듯’ 불이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공장은 물에 닿으면 폭발할 수 있는 금속 나트륨을 보관한다는 이유로 3층 주차장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고 소방 당국은 설명했다. 그러나 적은 공간을 차지할 뿐인 물질을 이유로 건물 대부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장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점도 지적된다. 샌드위치 패널은 콘크리트나 벽돌 구조보다 저렴해 많은 산업시설에 쓰인다. 잇따른 대형 화재 사고로 샌드위치 패널의 내연성이 강화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보듯 강력한 화재가 발생하면 쉽게 무너져내린다.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붕괴하면서 인명 피해를 키우고 대피로를 막는 것이다.
화재 원인 수사에 나선 경찰 등은 “동관 1층 천장에서 불꽃을 처음 발견했다”는 직원의 진술을 확보하고 화재 발생 원인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대덕경찰서 등은 이날 합동 브리핑에서 “사망자 신원 확인 결과가 내일 중으로 나오면 사망자들을 가족 품으로 인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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