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으로 오이소]시간의 흔적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힐링'
손명수 2026. 3. 22. 21:06
◇당항포관광지=계절을 바꾸며 돌아오는 축제 무대
고성 당항포관광지는 고성 여행의 출발점으로 쓰기 좋다. 계절마다 콘텐츠가 달라 '방문 이유'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봄에는 문화행진이 여행의 시작을 경쾌하게 만든다. 군민 위주로 펼쳐지는 문화행진의 경우 작년에 처음 선보인 공연 콘텐츠로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양한 장르의 예술 공연을 퍼레이드 형태로 펼치면서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여름에는 물 축제가 중심이다. 물을 테마로 한 체험은 무더위를 '즐기는 일정'으로 바꿔준다. 초대형 에어바운스 풀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물 관련 이벤트와 체험 프로그램, 공연을 통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획으로 한 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당항포관광지를 기대해 볼 만 하다.
가을에는 공룡엑스포가 여행의 밀도를 높인다. 공연, 전시와 체험이 촘촘해 한 장소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동을 줄이면서도 볼거리가 이어진다.
공룡이라는 테마는 가족 여행에서 특히 반응이 좋고, 성인 여행자에게도 '어릴 적 기억'을 불러오는 장치가 된다. 가을 햇살이 부드러운 날에는 야외 동선을 천천히 따라가며 체험과 관람을 번갈아 즐기기 좋다.
겨울에는 당항포 '겨울시즌' 콘텐츠가 분위기를 바꿀 예정으로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과 마술체험, 산타 게임 등 프로그램이 더해져 한층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만든다.

◇송학동 고분군=세계유산의 품격
송학동고분군은 일정의 속도를 낮추는 곳이다.
지난 2023년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며 이름 자체가 여행의 이유가 됐다. 다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보는 것'보다 '걷는 것'에 가깝다.
고분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는 시야를 가로막지 않는다. 완만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봉분은 길 위 풍경을 단정하게 만들고, 계절이 바뀔수록 색감도 달라진다.
봄에는 연초록이 번지며 산책로의 공기가 가볍다. 새로 돋는 풀빛이 봉분을 더 선명하게 만들고, 햇살이 부드러워 오래 걸어도 부담이 적다. 여름에는 초록이 가장 짙다.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며 풍경이 맑아진다. 봉분의 초록과 계절의 색이 겹치며 사진이 안정적으로 나온다. 겨울에는 군더더기가 걷힌 풍경이 남는다. 시야가 더 열리고, 고분의 형태가 선명하게 드러나 걷는 리듬이 또렷해진다.
이곳은 과거에는 지배자의 위엄을 드러내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군민들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그 변화가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 누군가의 권위를 상징하던 장소가 일상의 산책로가 되면서, 여행자에게는 '역사와 현재가 겹치는 순간'을 제공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는 지점보다, 천천히 걸으며 시야에 담는 장면이 많은 곳이다. 일정표에 '산책 40분' 같은 단순한 메모만 남겨도,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또 송학동고분군은 2026년 국가유산 야행 공모사업에 선정돼, 올해 하반기부터 '밤에 즐기는 세계유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고분군을 배경으로 소가야 이야기를 풀어내는 드론 라이트쇼 '고분의 빛(야경)'
△유산을 따라 걷는 '유산의 길(야로)' 해상 보부상 미션 투어
△지역예술인과의 협업 공연 '유산을 잇다(야설)'가 대표 콘텐츠다.
△유산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빛의 길'을 만드는 유산의 조각(야화)
△지역 유산을 만들고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유산시장(야시)
△지역 특산물과 특색음식을 만나는 '고성의 맛(야식)'도 함께 운영해
산책 중심의 낮 풍경에 야간의 즐길 거리를 더한다.

◇문수암과 옥천사=조망과 고요를 한 번에 담는 산중 코스
문수암과 옥천사는 고성의 '산'이 가진 표정을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조합이다.
문수암은 산 중턱 고지대에 자리해 짧은 이동만으로도 시야가 확 트이는 조망을 만날 수 있다.
바다와 산이 겹쳐 보이는 풍경이 강점이라, 전망이 열리는 순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춘다. 사진 촬영에도 잘 어울리지만, 무엇보다 이동이 많은 일정 사이 호흡을 고르는 장소로 쓰기 좋다.
접근 부담이 비교적 적어 가족 단위나 단체 일정에도 끼워 넣기 쉽다. 오전의 맑은 공기 속에서 들러도 좋고, 오후의 따뜻한 빛을 타고 올라가도 풍경의 온도가 달라진다.
옥천사는 연화산 자락의 고찰로, 사찰 경내와 숲길 산책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동선은 고요하고 차분해 마음이 가라앉는다.
경내를 한 바퀴 돌고 숲길로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여행의 속도가 다시 고르게 맞춰진다. 숙소에서 하루를 보낸 뒤 다음 날 아침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기에도 좋다. 템플스테이와 문화유산 자원이 결합돼 단순 관람을 넘어 머무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잠깐 들러도 공간의 고요가 남고, 시간을 더하면 산사의 리듬이 하루를 단단하게 묶는다. 돌아나오는 길에는 마음이 정돈된 듯한 잔잔함이 남는다. 문수암이 시야를 열어주는 코스라면, 옥천사는 마음을 정돈하는 코스다.

◇상족암군립공원=해안산책길로 잇는 바다 산책
고성의 바다를 가까이서 만나고 싶다면 상족암군립공원이 빠질 수 없다.
상족암의 해식동굴 포토존은 자연이 만든 프레임이다. 동굴의 틀 안에 바다를 담으면 풍경이 한 장의 사진처럼 완성된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좋다. 동굴을 지나며 바닷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것만으로도 장소의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해안산책길은 '걷는 재미'가 분명하다. 파도가 바위에 닿는 소리, 바람이 스치는 결, 해안선이 만드는 굴곡이 걸음을 계속 앞으로 당긴다. 같은 길이라도 시간에 따라 장면이 달라져, 오전에는 맑고 선명한 풍경이, 오후에는 빛이 따뜻해진 풍경이 펼쳐진다.
공룡이 살았던 이 곳은 '듣는 재미'가 더해진다. 제전마을에서 시작하는 고성공룡지질공원 해설사의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공룡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화석산지와 자연이 오랜 세월 빚어낸 병풍바위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걷는 길 위에 수천만 년의 시간이 포개지고, 풍경은 공룡과 지질의 이야기를 품은 공간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공원 내에는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는 고성공룡박물관도 함께 있다. 2027년 개관을 목표로 리모델링 중인 이 공간은, 바다 곁에서 만난 공룡의 흔적과 땅의 이야기를 차분히 이어주는 공간이다. 야외에서 스쳐간 장면들이 전시 공간 안에서 다시 이어지며, 여행은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에서 이해로 이어진다.
상족암 인근 학동마을 돌담길은 코스에 정취를 더한다. 바다의 선명함이 마을의 질감과 만나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돌담길은 빠르게 지나치기보다 천천히 걸을수록 좋다. 담장 너머로 스치는 풍경과 길의 굴곡이 여행의 리듬을 낮춰준다.

손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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