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암호화폐 키 노출한 금융당국의 실적 증명 집착
국세청 지갑 암호 노출 촌극
해외 유출 가상자산 160조원
혁신 가로막는 낡은 관료주의
현장 전문가 주도 규제 시급

주방에 처음 들어온 초보 요리사가 펄떡이는 산낙지를 마주했다. 호기롭게 칼을 들었지만 눈동자는 공포로 미세하게 떨린다. 끓는 물에 재빨리 넣고 뚜껑을 닫으면 그만이다. 한데 먹물을 쏠까 봐, 손에 냄새가 밸까 봐 고무장갑을 세 겹이나 낀다. 그것도 모자라 보안경을 쓰고 바비큐용 집게로 낙지 다리를 하나하나 통제하려 든다.
분노한 낙지는 요리사 이마에 들러붙어 주방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다. 두려움에 휩싸여 대상을 통제하려 발버둥 칠수록 현실은 완벽한 아수라장으로 치닫는다.
최근 한국의 가상자산 정책과 행정을 <리얼리티 트랜서핑> 렌즈로 들여다보면 이 산낙지 촌극이 겹쳐 보인다. 당국은 스스로 거대한 시장을 통제하는 엄격한 요리사라 믿는다. 한데 실상은 거대한 불안의 펜듈럼에 목덜미를 잡혀 끌려다닐 뿐이다.
금고 자랑하려다 비밀번호생중계한 관료주의
한국 금융 행정의 사고 회피와 실적 증명에 맞춰져 있다.
최근 국세청의 가상자산 압류 사진 배포 사건은 이 구조가 낳은 압축적인 코미디다. 압류 성과를 알리겠다는 욕심에 지갑 마스터키 격인 니모닉 코드가 찍힌 사진을 언론에 뿌렸다. 은행으로 치면 대형 금고를 압수했다고 기자회견을 하며 금고 다이얼 비밀번호를 대문짝만하게 써 붙여 놓은 꼴이다.
광주지검의 범죄수익 환수 사례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엔 공권력의 매서운 칼바람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피의자가 제 발로 반납해 돌려받은 우연한 행운에 가깝다.
모두 전형적인 중요성 과잉이 부른 역작용이다. 반드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거나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는 내부 욕망이 비대해질수록 가차 없는 균형력이 작동한다. 결국 통제하고 있다는 오만한 자기 암시는 시장 본질인 보안 체계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는 참담한 고백으로 돌아왔다. 책으로만 파도를 배운 이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허우적대는 꼴이다.
시장이라는 호랑이, 관료라는 고양이
우리가 고무장갑을 끼고 산낙지와 씨름하는 동안 바깥세상은 어떨까. 바이낸스의 EWY 무기한 선물 거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가상자산 시장은 한국 거래시간이 끝난 한밤중에도 한국 주식을 대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24시간 베팅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조합기가 됐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졌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무한한 가능태로 질주하고 있다. 반면 한국 규제 당국만 낡은 영사기 앞에 앉아 가상자산은 투기·자금세탁이라는 빛바랜 슬라이드만 무한 반복해 틀어놓고 있다.
저항이 클수록 현실은 더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막는다고 수요가 증발할 리 없다. 과세 가능한 울타리 밖으로 거대하게 빠져나갈 뿐이다. 해외로 유출된 자금이 160조원을 넘나들고 외국 거래소에 갖다 바친 수수료만 4조77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는 뼈아픈 영수증이다. 통제하려다 도리어 투명성과 국부만 잃었다.
'금융의 삼성전자'가나올 수 없는 진짜 이유
흔히 한국 금융산업엔 왜 삼성전자 같은 압도적 혁신 기업이 없느냐고 탄식한다. 답은 간단하다. 삼성전자는 기존 룰과 영토를 부수고 가능태를 확장한 포식자다. 하지만 우리 금융 관료들의 펜듈럼은 철저히 내 임기 중 사고 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혁신을 잠재적 사고 위험군으로 치부하고 추상적 두려움으로 제도를 설계하니 시장은 촘촘한 관리 수용소가 된다. 고양이 크기의 철창 안에서 어떻게 호랑이가 자라겠는가.
낡은 통제의 환상에서 손을 떼야 한다.
△과잉된 중요성을 버려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긴장감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펜듈럼과 정면충돌하지 마라. 글로벌 혁신의 물결을 댐으로 막지 말고 그 위에 올라타 서핑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를 지어라.
△현장 좌표를 읽어라. 결재 서류만 들여다보는 관료 대신 암호학과 파생상품 생리를 아는 현장 전문가가 룰 메이킹의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시장은 이미 최신식 고속철도를 타고 다음 역으로 떠났다. 우리 정책 당국만 잡초 무성한 폐역에 남아 1990년 완행열차 시간표에 빨간 줄을 그으며 분주한 척한다. 두려움이 만든 낡은 가능태를 세게 움켜쥘수록 청구되는 위약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제 그 우스꽝스러운 고무장갑부터 벗어 던질 때다.
☞리얼리티 트랜서핑=현실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존재하며 의지로 원하는 현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
☞펜듈럼=사람들의 공통된 사념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통제 목적의 구조체.
☞니모닉 코드=지갑 복구용 영단어 조합으로, 유출 시 자산을 잃게 되는 마스터 비밀번호.
☞EWY=외국인 투자자가 활용하는 한국 주식시장 성과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코드.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 [김현우의 핫스팟] 이재용과 리사 수가 시계 톱니바퀴에 숨긴 HBM 역전극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BTS 아리랑이 숨겨 둔 연금술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씨 마른 빌라···아파트 전·월세 폭등 부른 나비효과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분열하는 연준과 케빈 워시가 들고 올 '피의 청구서'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졌다고 판 엎는 재판···'좀비 재판' 부른 법 왜곡죄·재판소원제 - 여성경제
- [김현우의 핫스팟] AI 시대, 징징대는 지식인들의 밥그릇 사수 대작전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중국 소비 부양책 왜 안 먹히나···"사람은 명령으로 돈 쓰지 않는다" - 여성
- [김현우의 핫스팟] 노란봉투법 시행, 구걸이 명령으로 바뀐 날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비트코인과 카르다노, 동시에 놓고 보면 보이는 것 -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의 핫스팟] "정답은 유가였다"···90년 시장이 보여준 공식 - 여성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