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곳곳 화마가 할퀸 상처… 딛고 일어서는 사람과 산

김영호·이정호기자 2026. 3.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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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산불 이후 1년… 다시 싹틔우는 희망
영덕·청송
지난해 3월 약 1000㎢(축구장 약 14만개)를 태운 경북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곳곳에 상처가 남아있다. 사진은 청송군에서 산불 피해를 입었던 주택피해 현장 모습. 이정호 기자
영덕군 지품면 속곡리 김정엽 씨가 임시주택에서 어머니와 함께 1년 전 야밤에 들이닥쳤던 산불 화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호 기자
매년 전국 송이 생산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덕군의 최대 생산지 지품면 삼화리 뒷산 국사봉 일대 산림이 산불로 초토화된 모습에 산불조심 깃발이 공허하다. 김영호 기자.
영덕군 해안의 영덕대게로 영덕읍 대탄리 고갯길에 산불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산불 피해목 제거와 함께 낙석 방지망 설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김영호 기자.
청송군 산불 피해 현장, 까맣게 불타버린 나무 아래로 파란 새 생명이 다시 움트고 있다. 이정호 기자
윤경희 청송군수가 산불피해 이재민 임시주택 입주자들의 불편사항 및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가 산불피해 과수원을 찾아 농민과 빠른 복구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

경북을 휩쓴 대형 산불이 지나간 지 1년. 검게 타버린 산과 무너진 마을은 서서히 변해가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일상 회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덕과 청송, 두 지역 모두 '복구'라는 긴 시간을 지나고 있다.

◇불탄 터전 위의 삶… 다시 시작을 기다리며

영덕군은 산불로 전체 산림의 약 27%에 해당하는 2만ha가 피해를 입었다. 검게 타버린 산과 무너진 집들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모습을 바꾸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일상 회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산불 피해 마을의 산기슭 곳곳에는 아직도 불에 그을린 나무들이 남아 있었고, 산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완전한 숲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마을 한편에는 주황색 임시주택 단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은 산불로 집을 잃은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임시 거주 공간이다.

현재, 영덕군 내 산불 피해 임시주택에는 735세대 1303명이 생활하고 있다. 산불 직후 입주했던 770세대 1374명(804동) 가운데 일부는 새 집을 마련하거나 다른 거처로 옮기면서 퇴소했고, 현재는 768동이 운영되고 있다.

임시주택은 기존 재난 임시주택 보급 기준인 8평보다 넓은 10.6평 규모로 제작됐으며, 실제 생활이 가능한 주거 공간으로 조성됐다.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등 기본 가전제품도 갖춰져 있다.

임시주택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현재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도 내 집이 아니다 보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며 "짐을 제대로 둘 공간도 부족하고, 하루빨리 집을 다시 지어 돌아가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산림 복구도 '시간과의 싸움'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산림 복구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불에 탄 나무를 정리하고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한 공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묘목 식재도 시작됐다. 그러나, 산림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현장에서 바라본 산은 아직 검게 그을린 나무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산불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임시주택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을 쉼터에 모인 주민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생활 정보를 나누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영덕군도 임시주택 관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전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재민 1~3명당 전담 공무원 1명을 지정해 생활 불편 사항을 관리하고 있으며, 시설 점검과 하자 보수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폭염과 한파에 대비한 시설 개선도 이어졌다. 여름에는 차광 필름을 설치해 내부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상하수도 보온재와 보온 덮개를 설치해 동파를 예방했다. 또 전기·소방 안전 점검, 영조물 보험 가입, 우편함 설치, 마을 쉼터 조성 등 생활 환경 개선도 진행됐다.

◇완전한 일상 회복까지는 '아직'

임시주택은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제공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거처일 뿐이다. 많은 주민들이 여전히 주택 복구와 생계 회복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피해 지역에는 여전히 복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불길은 사라졌지만 삶의 복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산불은 한 순간이었지만 복구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덕의 임시주택 단지는 지금도 그 긴 회복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잿더미 위에서 다시 시작된 일상

청송군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 3월 25일 발생한 산불로 임야 2만798ha가 소실되고, 주택과 창고 등 수백 동의 건물이 불에 탔다. 827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만큼 피해 규모는 컸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제 임시 조립식 주택들이 들어섰다. 본동과 부속동, 작은 창고까지 갖춘 이 주택들은 단순한 거처를 넘어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현관과 계단 발판이 설치돼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고, 캐노피와 미세방충망 등 세심한 배려도 더해졌다.

◇생활 안정 위한 촘촘한 지원

생활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전기요금은 매달 지원되고, 동절기에는 지원금이 두 배로 늘어난다. 안전점검 연 2회 실시와 함께 273명의 전담 공무원이 배치돼 이재민들의 생활과 물품을 지원한다.

소규모 주거시설 수리는 8282민원처리팀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며 현장 곳곳에서 행정의 손길이 닿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이재민 사례관리지원단은 이재민 주거 안정과 일상 복귀를 돕고 있다. 단순한 물리적 복구를 넘어,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림 복구와 지역 재건의 긴 여정

산림 복구 사업도 본격화했다. 산불 직후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산불 피해지 인근 민가와 도로, 사회기반시설 주변의 위험목 제거사업을 실시했다. 피해지 조사를 통해 선정된 388㏊구간은 1차 정비를 완료했으며 지금도 이어나가고 있다.

이제는 본격적인 복구 단계다. 총사업비 8916억원이 투입돼 위험목 제거사업 △산사태 복구사업 △생활안정지원금 지원 △송이대책작물 조성사업 산불 피해지 복구조림 등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송이 채취 피해 임업인을 위한 대체작물 조성사업도 진행 중이다. 관정 설치부터 작업로 개설, 창고 지원까지 현실적인 지원이 뒤따르고 있다.

생활안정지원금도 지급됐다. 피해를 입은 임업인 1345건에 대해 약 113억원이 지원되면서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줬다.

산림 복원은 장기간 지속한다. 청송군은 2026년 400㏊ 규모의 복구조림 사업을 추진하며, 향후 2030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되며 총 2892.6㏊의 산림을 복원할 계획이다.

산불피해 소상공인 지원도 게속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는 현재까지 197개소에 지원금이 지급됐다. 무너진 가게를 다시 세우고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재해구호기금과 긴급생활지원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산불 이후, 변화는 계속된다

영덕과 청송 모두 산불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속에서도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임시주택 사이에서, 그리고 검게 그을린 산 아래에서 주민들은 다시 일상을 쌓아 올리고 있다.

산불은 한순간이었지만, 복구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두 지역의 회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긴 여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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