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분 헤일메리,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역설
[리뷰] 156분 러닝타임의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보여주는 OTT 시대 영화의 역설
'마션' 앤디 위어 원작·라이언 고슬링 주연…대중적으로 풀어낸 과학, 전반적 호평
'용기'의 모순적 감정 짚은 감동 포인트…도식적 설정은 한계로 남아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영화 '프로젝트 헤일매리'는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미 유리한 출발선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스타 캐스팅이 더해졌고 SF에 큰 관심이 없는 대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들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외에서도 “과학을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배우의 연기가 영화를 이끈다”는 식의 리뷰가 이어지고 있다. 그 평가의 끝에는 비슷한 문장이 따라붙는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찬사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우주를 이야기하는 스케일 때문에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알맞은 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극장에서 꼭 봐야하는 영화'라는 찬사는 “집에서 OTT로는 보기 어려운 영화”라는 역설을 전한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56분이다. 최근 블록버스터의 평균 러닝타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길이다. 영화는 초반부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상황을 복원해가는 구조로 비교적 빠르게 몰입을 만든다. 중간중간 끼어있는 유머러스한 대화도 호감을 부른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이야기의 진행보다 문제 해결 과정이 반복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이때 관객이 체감하는 것은 서사의 확장이 아니라 설명의 누적이며 과도한 대사들이다. 해외의 일부 평론에도 “러닝타임이 다소 길다”거나 “후반부로 갈수록 페이싱이 느슨해진다”는 식의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용기'의 모순적 감정 짚은 감동 포인트…도식적 설정은 한계로 남아
서사 구조에서도 아쉬운 지점이 있다. '지구를 함께 구하려 했던 동료들에게 배신당하는 그레이스(배우 라이언 고슬링)'와 '귀한 연료를 나눠주며 그를 구하는 외계 생명체 로키'의 대조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의 신뢰와 배신이라는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지만, 그 구도 자체는 다소 도식적이다.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예측 가능하다.

영화에 '몰입'을 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장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두가지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인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에바 스트라트 역의 배우 산드라 휠러가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의 'Sign of the Times'를 부르는 장면이다. “이제 그만 울어. 시간이 다됐어. 마지막 쇼에 온 걸 환영해. (...) 총알들을 피해야 하는 걸까. 왜 우리는 항상 이렇게 도망쳐야 하는 걸까.”라는 가사는 지구의 멸망이 다가왔다는 영화의 설정과도 정확히 딱 맞아 떨어지면서 영화에 대한 몰입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또 하나는 '용기'라는 개념에 대한 모순적인 고민을 담은 장면이다. '그레이스'가 지구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게 된 외계 생명체 '로키'는 그레이스에게 “나를 희생하고 남을 돕는 사람을 위한 지구어 단어가 필요하다”고 질문한다. 그레이스는 “멍청한”이라 답하며 웃는다. 그러면서 이내 단어장에 '용감한(BRAVE)'을 적는다. 동시에 로키는 자신의 귀환이 6년 늦춰지는 것을 감수하며 그레이스에게 연료를 준다. 동료들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무력함에서 벗어나 이 상황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한다. 용감함이 종종 '어리석음'이 아닌지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6분이라는 러닝 타임은 영화를 예매하기 전부터도 두려움으로 작동할 정도다. 특히 OTT로 재편된 콘텐츠 환경 속에서 이같은 러닝타임은 'OTT 시대에 러닝타임이 긴 영화'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 시기에, 2시간30분 넘게 영화관 좌석에 앉아 꼼짝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이미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미 2022년에 나온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는 영상 작품의 공급이 과다한 사회에서 바쁜 현대인들은 시간 가성비를 지향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결국 이 영화는 OTT 시대의 관람 방식과 완전히 호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책에서 “'빨리 감기로 보면 감정 이입이 덜 돼서 좋다.' 이들은 감정을 절약하기 위해 작품에 너무 깊이 빠지기를 꺼린다. 그들은 매일 쏟아지는 대량의 정보와 이야기에 지쳐있다. 그래서 콘텐츠를 담백하게 접하고 싶어한다”(163쪽)라는 대목이 언급한 것처럼 어쩌면 긴 러닝타임은 영화 속 이야기에 '몰입'을 위한 시간이다. 끊어 보고 나눠 보는 환경에서 벗어나, 영화와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강제하는 방식. 그럼에도 지금은 이런 몰입을 부담스러워하는 시대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긴 러닝타임과 집중을 전제로 한 서사 구조, 후반부에 집중된 감정 설계는 과거에는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관객은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극장에서 꼭 봐야 한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며 영화에 대한 매력적인 찬사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이 영화가 이 시대에 쉽게 선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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