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궁합이 정말 중요하지요
작물과 토양 맞는지, 같이 심어도 좋은지 따져야

궁합 따지기로는 농사도 혼사나 연애사 못지않다. 농작물과 토양의 궁합은 농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농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지역마다 토질, 온도, 습도 등의 자연환경이 제각각이다. 이 차이로 인해 농지에 따라 잘 자라는 농산물이 다르다. 지역마다 특산 농산물이 다른 것이 농지와 작물 선택에 있어 궁합이 작용한다는 의미다. 특히 토질의 경우 작물의 생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콩은 물 빠짐이 좋은 석회질 성분이 많은 땅에서 잘 자란다. 농부가 풍성한 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농사짓는 땅의 성질을 잘 파악해 궁합이 잘맞는 작물을 심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이유로 농촌진흥청은 농부들의 농작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국 농지의 토양 성분을 분석, 토양적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토양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을 서비스하고 있다. 농민에게 알맞은 비료 사용량과 작물별 최적의 토양환경 정보를 제공해 경험에 의존하던 농업을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토양관리로 전환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초보 농부의 가장 큰 고민은 ‘내 땅에 무엇을 심어야 잘 자랄까’인데 흙의 성질을 모르고 작물을 심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 흙토람에 접속하면 농지의 특성과 농작물과의 궁합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토양환경지도 서비스에서 지번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토양의 배수 등급, 흙의 종류, 해당 환경에서 잘 자라는 작물 목록을 과수·채소·식량작물로 나눠 확인할 수 있다. 밭을 임차하거나 모종을 고르기 전, 흙토람으로 내 땅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사에서의 궁합 보기는 작물 재배 과정에서 제대로 따져야 한다. 식물에도 궁합이 있어 함께 심으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동반식물’이 있고, 함께 심으면 안 되는 ‘경쟁식물’ 조합도 있다.
토마토와 바질을 함께 심으면 서로의 충해를 막을 수 있고 맛도 좋아진다. 토마토 그루 사이를 평소보다 넓게 해 그사이에 바질을 심으면, 토마토에 남아도는 수분을 바질이 잘 흡수할 수 있다. 토마토는 수분이 너무 많으면 열매터짐(열과) 현상이 생기기 쉬워 바질과 함께 심어 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또 바질은 토마토 사이에서 심으면 수분흡수에 도움을 받아 잎이 부드러워진다.
파와 오이는 뿌리를 겹쳐 심으면 좋다. 파 뿌리의 천연항생물질에 의해 오이의 덩굴쪼김병이 예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이 정식 1개월 전에 적환무 씨앗을 심으면 좋다. 오이는 생육 초기에 오이잎벌레에 의한 충해를 입으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오이잎벌레는 적환무의 매운 향을 싫어하기 때문에 적환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 옆에 오이를 심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함께 심으면 안 되는 경쟁식물도 있다. 파는 무, 풋콩, 결구채소와는 같이 심으면 안 된다. 파의 뿌리에서 나오는 유기산이 유기물을 분해해 여기저기 양분이 생기면 무의 뿌리가 곧게 뻗지 못하고 바람이 들게 된다. 가지, 우엉, 오크라도 함께 심으면 좋지 않다. 이들 뿌리는 모두 곧게 뻗는 성질이 있는데 땅속에서 뿌리를 길고 곧게 뻗어 서로의 양분을 뺏을 우려가 있다.
말이 쉽지 성공적 농사를 위한 땅의 성질 파악부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시행착오와 경험이 필요하다. 토양과 비료, 작물 간 궁합은 물론이거니와 햇빛과 비, 바람 등 기후 환경도 도와야만 이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그래서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나 보다.
/글·사진=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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