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1500명 관중…프로탁구 '가능성' 넘어 '확신' 단계로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탁구가 한 단계 더 비상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2026 두나무 프로탁구 시리즈1 본선이 열린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스카이돔. 경기장에서는 숫자보다 분위기가 먼저 읽혔다. 경기 시작 전부터 관중석이 빠르게 채워졌고, 랠리가 길어질수록 박수와 탄성이 이어졌다. 포인트 하나에도 관중 반응이 붙으면서 경기 흐름과 현장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본선 첫날 800명, 둘째날 700명. 이틀 동안 150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규모 자체보다 의미가 컸다. 프로탁구는 관중과 함께 움직이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었다.
◆ 1500명 구름 관중…‘보는 스포츠’ 구조 형성
이번 시리즈1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변화는 관중의 반응이었다. 단순 관람을 넘어 랠리와 흐름에 따라 반응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특히 복식 경기와 결승전에서는 관중의 집중도와 반응이 동시에 높아지며 경기와 관중이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반복됐다.
관중 구성도 이전과 달랐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젊은 팬, 중장년층이 함께 어우러지며 특정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 관람층이 형성됐다. 경기장은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현장에서 경험하는 스포츠 공간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탁구는 그동안 생활체육 중심 종목으로 자리 잡아 왔다. 참여 기반은 넓었지만 ‘관중 스포츠’로의 확장은 제한적이었다. 이번 시리즈1은 그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중이 경기장을 찾고, 경기 흐름에 반응하며, 선수와 함께 호흡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경기 내용도 이러한 변화와 맞물렸다. 복식 종목 도입은 관람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여자 복식에서는 양하은-지은채(화성도시공사) 조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남자 복식에서는 장한재-안준영(국군체육부대) 조가 안정된 경기력으로 정상에 섰다. 빠른 전개와 연속 공격이 이어지는 복식 특성은 관중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여자 단식에서는 최효주(대한항공)가 유시우(화성도시공사)를 3-0으로 꺾으며 첫 우승을 차지했고, 남자 단식에서는 장우진(세아)이 박규현(미래에셋증권)을 3-2로 제압하며 시즌 첫 정상에 올랐다. 경기력과 관중 반응이 맞물리며 프로탁구는 ‘보는 스포츠’로서의 기반을 갖춰가는 흐름을 보였다.


◆ WTT 수준 경기장…콘텐츠와 연출의 결합
이번 시리즈1의 변화는 경기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운영과 연출이 동시에 자리 잡으면서 관람 경험 자체가 달라졌다.
특설 경기장과 스포츠프레젠테이션(SPP)이 결합되면서 조명, 음악, 대형 스크린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공연과 이벤트 등 경기 외 요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경기장은 단순한 스포츠 공간을 넘어 콘텐츠 공간으로 확장됐다. 관중은 경기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했다.
두나무의 후원과 이승원 총재 선임 이후 안정적인 재정 구조가 확보되면서 리그는 경기력과 콘텐츠, 운영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이는 이벤트 중심 운영을 넘어 리그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성원 노출 방식도 달라졌다. 선수뿐 아니라 볼키즈, 심판, 운영, 봉사 인력까지 리그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프로탁구가 하나의 스포츠 생태계로 확장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로탁구연맹 관계자는 “관중 반응이 가장 큰 변화”라며 “콘텐츠와 운영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500명이라는 숫자는 규모가 아니라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 프로탁구연맹 이승원 총재 “탄탄한 시스템 구축”
취임 후 첫 대회를 치른 이승원 총재는 프로탁구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대회사에서 “프로탁구리그가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인정하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며 “행정과 경기 운영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리즈1부터 4, 그리고 파이널까지 총 다섯 번의 대회를 통해 연중 리그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탁구가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인식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장우진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작년보다 올해 시리즈1이 훨씬 재밌는 경기였다”며 “환경이 좋아진 만큼 선수들도 그에 맞는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중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며 “다음 시리즈에도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프로탁구는 지난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첫 시리즈에서는 가능성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관중 1500명은 결과가 아니라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프로탁구는 이제, 지속 가능한 리그로 이동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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