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물증 잡기 힘든 ‘불법 해루질’… 어획 도구·금지체장 캐묻기만
인천시 특사경 단속 현장 가보니
바지락 가득 있어도 계도 조치뿐
“우리 종패 못 막아” 어촌계장 분통
마을어장 일대 지키는데 한계점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관입니다. 불법어구 사용 및 포획 체장 위반 여부 확인하겠습니다.”
주말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후 11시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목섬 일대.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 해양경찰, 어촌계 등 10명이 간조 시간대 선재도와 이어지는 목섬 일대에서 불법 해루질 단속에 나섰다.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갯벌은 한 치 앞도 안 보였지만 목섬 주위로 반짝이는 수십 개의 헤드랜턴 불빛이 해루질 인파를 가늠케 했다. 해경 관계자는 “이날처럼 대조기가 겹치는 간조에 해루질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 항상 긴장을 유지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특사경 등의 단속에 불쾌감을 나타내는 관광객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왔다는 한 60대 부부는 “영흥도에 놀러온 김에 유튜브에서 봤던 해루질 모습이 생각나 호기심에 나왔다”며 “마을어장에서만 바지락을 잡지 않으면 된다고 하는데, 바다에 말뚝이 박혀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이 각 구역을 어떻게 아느냐. 바지락 몇 개 주웠다고 범죄자 취급하는데 기분이 상한다”고 했다.

특사경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해경 등과 함께 단속 활동을 벌였다. 변형 갈고리나 삼지촉 등 불법 어구 사용 여부와 포획이 금지된 어린 꽃게(갑장 6.4㎝ 이하) 채집 등이 중점 확인 대상이었다. 오전 단속에서는 영흥면 내리 갯벌 일대에서 해루질을 하던 한 비어업인이 불법어구인 ‘두발갈고리’를 사용하다가 적발돼 계도 조치됐다. 현행 수사자원관리법에 따르면 해루질에 사용하는 갈고리는 날이 하나만 있는 ‘외갈고리’만 허용된다.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30대 추정 한 외국인 남성은 이날 자정 무렵 해루질용 조과통에 바지락을 가득 채집해 나오다가 단속반을 만났다. 정황상 어촌계가 종패를 뿌린 마을어장에서 바지락을 캐왔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획 장소에 대한 물증이 없어 계도 조치로 끝났다. 단속반의 여러 질문에 그는 우리말로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고만 반복했다.
제한적인 해루질 단속 규정에 대해 김형만 선재어촌계장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 계장은 “마을어장 허가를 받을 때 어장과 어장 사이에 200m 간격을 두게 돼 있다. 비어업인들이 그 사이에서 바지락을 캐면 우리가 뿌린 종패의 바지락인 것을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며 “바지락을 잡아 나와도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니 고령의 어민들이 잠도 못 자고 어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매년 반복된다”고 했다.

현재 육지에서 접근이 쉬운 갯벌 일대는 대부분 어촌계의 마을어장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 어촌계가 종패를 뿌린 바지락 등을 캐는 것은 절도죄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공유수면인 마을어장에 비어업인 진입 자체를 막을 규정은 없다. 또 해루질을 전문적으로 하는 비어업인들은 스마트폰 GPS를 통해 마을어장 경계 부근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에 어려움이 크다. 고령의 어민들이 캄캄한 밤에 수십만㎡에 달하는 마을어장 일대를 지키는 것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는 최근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에 관한 ‘시간’과 ‘장소’를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시행이 예상되는 내년 4월께부터는 좀 더 효율적인 해루질 단속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종문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장은 “첫날 단속은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보다 계도·홍보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영흥을 시작으로 인천지역 주요 해루질 장소에 대한 합동단속을 이어가며 법령을 위반하는 포획·채취 행위가 확인될 시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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