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함성·촛불 대신 응원봉… ‘글로벌 무대’로 새 역사 [심층기획-BTS, K팝 새 이정표]
BTS 컴백공연 세계가 이목 집중
축제·저항·환호·분노가 응축된 곳
왕권의 공간서 광장 민주주의로
경복궁 중건 당시 불렀던 타령이
아리랑으로 발전, 전국으로 확산
K팝 형태로 상징적 장면 만들어
서울의 중심, 광화문광장이 다시 한번 역사의 무대가 됐다. 경복궁의 웅장한 석벽을 병풍 삼고 북악산이 굽어보는 거대한 화폭 위에 신보 ‘아리랑’을 들고 온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전 세계 190여개국으로 실시간 번져 나갔다. 이번 무대가 특별한 것은 세계적인 K팝 아이콘의 귀환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연장인 광화문은 축제와 저항, 환호와 분노가 교차하며 한국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받아낸 공간이다. 월드컵의 붉은 함성이 울려 퍼지고, 촛불 수천만개가 어둠을 밝혔으며, 응원봉이 계엄의 밤을 밀어냈던 바로 그 자리다. 21일 밤 펼쳐진 ‘BTS 더 컴백 라이브 | 아리랑’은 켜켜이 쌓인 기억 위에서 광화문이 ‘세계인의 광장’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도 광화문은 중요한 분기점마다 등장했다.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이를 둘러싼 집회가 이어지며 이곳은 다시 한번 사회적 긴장이 응축되는 공간이 됐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광화문은 갈등을 드러내는 장소이자, 그 갈등을 통해 사회가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론장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표현 방식이었다. 촛불 대신 응원봉을 쥐고, 민중가요와 K팝이 뒤섞인 현장은 기존의 집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정치적 메시지와 대중문화가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집회였다. 이는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독특한 민주주의의 풍경이자, 민초의 삶과 감정을 담아 시대마다 변주돼 온 ‘아리랑’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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