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습적 불법 증축으로 얼룩진 공장...계단·창문 없어 대피길 막혔다

이재명 2026. 3. 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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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4회 걸쳐 연면적 2배로 거듭 증축
지난해 적발 불구 불법 2.5층서 9명 사망
환기 방해에 창문·대피계단 없어 피해 증폭
관리·감독 부실로 스프링클러 미설치 방치
대형 화재로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자 부품 제조공장의 22일 모습. 대전=하상윤 기자

'사망 14명, 중상 25명, 경상 35명.'

20일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인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진화 도중 다친 소방관 2명을 포함, 총 7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1층'에서 시작됐지만 참사는 '2.5층'에서 벌어졌다. 휴게실에서 밀집한 채 발견된 사망자 9명, 그들은 3층이 아닌 2.5층에 만들어진 불법 증축된 공간에 있었다. 그곳은 밖으로 뛰쳐나갈 창문도, 위로 올라갈 계단도 없었다. 아래에서 번져 올라오는 화마와 유독 가스를 회피할 방법은 아예 없었다.

참사 원인으로는 불을 키운 공장 내부 곳곳의 절삭유, 화염에 취약한 철골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희생자들의 탈출을 막아선 불법 건축 구조와 미비한 소방 설비가 첫손에 꼽힌다. 불법 증축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다.


전체 면적 절반이 불법 증축...도면에 없었던 '2.5층'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망자 발견 장소. 그래픽=박종범 기자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대덕구 문평동 1만3,757㎡ 대지에 자리 잡은 공장은 1996년 준공 이후 4차례 이상 증축을 반복해왔다. 전체 구조는 불이 시작된 동관과 다리로 연결된 본관으로 나뉘는데, 2011년 동관 1층(2,249.89㎡), 2014년 동관에 주차장을 증축하며 2층(2,729.82㎡)과 3층(2,688.87㎡)을 증축했다. 2020년에는 나트륨을 보관하는 위험물저장소(10㎡)를 별동에 지었다.

2025년 8월에는 본관 2층(709.8㎡), 3층(1,056.4㎡)을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증축 공사했다가 구청으로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이후 사후 증축을 승인받았는데, 이 일로 해당 건설사는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이 같은 증축으로 공장 내부에는 전체 연면적 1만9,730.18㎡의 절반에 달하는 48%(9,000여㎡) 공간이 새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신고하지 않은 공간 또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21일 0시 10분쯤 사망자 9명의 시신이 수습된 후 대덕구청 관계자는 "해당 복층 공간과 중간계단은 허가받지 많은 부분"이라며 "허가된 도면상 확인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들이 밀집해 있던 휴게공간에 대해선 "주차장 옆 5.5m의 높은 층고를 나누어 중간계단 층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2.5층과 2층을 오르내리는 계단만 있을 뿐 3층으로 나가는, 대피가 가능한 계단은 아예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공업 증축 연면적 변화. 그래픽=박종범 기자

게다가 이 공간에는 다른 층처럼 환기 설비가 없었고, 창문도 옆 건물에 바싹 붙은 서측으로만 나 있었다. 2층에 있던 직원들은 소방 출동 후 대로변에 설치한 에어매트를 향해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게 가능했지만, 2.5층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남득우 대전대덕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정면 유리창이 없어 연기 빠져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들 9명 외 20일 오후 11시 3분 가장 먼저 수습된 실종자도 2층 계단 앞에서 발견됐다. 세 번째 발견된 사망자는 불길을 거꾸로 거슬러 내려갔으나 1층에서 숨졌다. 위쪽 3층으로는 대피할 계단이 없으니 불이 난 1층 쪽으로 대피하다 참사를 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스프링클러 왜 추가하지 않았나

대형 화재로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자 부품 제조공장의 22일 모습. 대전=하상윤 기자

증축 과정에서 스프링클러를 추가하지 않은 점도 뼈아픈 지점이다. 바닥면적 500㎡ 이상 공장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있지만, 이 공장에는 스프링클러가 3층 주차장에만 설치됐다. 물에 닿으면 폭발 위험이 큰 나트륨을 보호하기 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없었다는 해명을 감안하더라도, 면적 10㎡의 위험물저장소를 제외한 나머지 약 2만㎡ 공간에는 스프링클러를 달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공장은 대덕소방서로부터 지난달 23일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대상 통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소방 자체 점검에서 주 펌프, 충압펌프 압력에 대해 기준 미달 지적을 받았다.

소방 당국은 향후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안전성이 확보되면 합동감식을 실시해 구체적인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합동감식에는 유족 대표 2명도 참관할 예정이다. 대전경찰청은 수사 인력 131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안전공업 대표 등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관련 수사를 진행한다.

대전=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대전=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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