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백남준아트센터 ‘불연속의 접점들’ 6월14일까지

이시은 2026. 3. 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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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입은 예술, 고정관념을 흔들다

비디오 매체 특성 활용
‘뉴 텐던시’ 성향 작품
국내 첫 소개
“관객 참여와 몰입
유쾌함 중요 요소…
능동적으로 작품 완성”

산드라 스테를레, 캐릭터들. 2026.3.19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비디오 매체의 특성을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32년 후 미래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TV 인터뷰 형식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달리보르 마르티니스, ‘달리보르 마르티니스가 달리보르 마르티니스에게 말하기를’) 라켓으로 탁구공을 튕겨내는 두 남성의 모습을 촬영한 뒤 한 화면에 편집해 서로 실력을 겨루는 듯 보이게 하는가 하면 (‘이반 라디슬라브 갈레타 ‘TV 탁구’) 인터넷 게임 형식을 빌려 지능, 건강 등 원하는 특성을 골라 만든 사람들의 배아(안드레야 쿨룬치치, ‘닫힌 현실-배아’)를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미술관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른바 ‘뉴 텐던시’ 운동의 성향을 띤 작품들이다. 뉴 텐던시는 문화예술을 일종의 사회 연구 활동으로 규정하고 관람객의 능동적인 참여 속에 작품을 완성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제작 시기가 1970~1990년대에 걸쳐져 있는 만큼 기술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당시 미디어 아트 세계를 더욱 확장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 오키, 출발의 몸. /경기문화재단 제공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지난 19일 개막한 ‘불연속의 접점들’전은 센터와 자그레브 현대미술관이 협력한 전시이면서 뉴 텐던시 경향을 띤 작품들을 국내에 처음 알리는 자리다.

넘실거리는 파도의 모습을 담아낸 비디오 화면 다섯개가 수직으로 놓인 단 오키의 ‘출발의 몸’은 슈퍼 8㎜ 필름과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한 작업이다. 해안 풍경 위로는 삼각형, 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이미지가 나타난다.

1991년도에 제작된 작품으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아날로그 필름 영상 위에 최신 아미가 컴퓨터를 활용한 그래픽 이미지를 새롭게 결합했다.

달리보르 마르티니스의 ‘돌 정원’은 모니터 15대가 서로 다른 깊이와 각도로 자갈 속에 묻혀있다. 모니터에는 눈 속의 검은 바위, 숲속 작은 개울의 급류, 숲을 빠르게 통과하는 움직임 등 생생한 자연의 모습이 담겼다. ‘모니터 속 화면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을까’ 싶지만, 자갈을 빙 둘러 마련된 보행로 어느 곳에 서있더라도 관람객은 15개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없도록 배치됐다.

달리보르 마르티니스, 돌 정원. 2026.3.19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키네틱 리스캐닝’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해 원시적이면서도 거침없는 이미지와 음향을 만들어낸다.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활성화되는 이반 마루시치 클리프의 작품으로, 관람객이 머리와 손, 다리를 움직이면 그 모습이 모니터 화면 속에 그대로 나타난다. 비디오 신디사이저의 초기 모습을 시각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다섯 개의 자아로 표현한 산드라 스테를레의 ‘캐릭터들’도 있다. 관람객이 모니터 화면 속에 깜빡이는 빨간 점을 클릭할 때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1998년 제작한 작품으로, 크로아티아 최초의 CD-ROM 기반 작업이다.

이반 라디슬라브 갈레타 ‘거울 탁구’와 ‘TV 탁구’. /경기문화재단 제공


전시 기획에 함께한 단 오키 큐레이터는 “미디어아트는 관람객의 참여와 몰입, 그리고 관람객들이 유쾌함을 느낄 수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라면서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몸을 움직여 작품을 함께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려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14일까지.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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