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법 결국 본회의 통과…“수사권한 집중 견제장치 마련해야”
중수청 10월 출범…검찰 해체 수순
경찰 상위기관 기능 경계 목소리
행안부 수사기관 집중 우려 커져
보완수사권 논쟁도 아직 진행형
검사 910명 중 7명만 지원의사
유인책 사라져…인력 확보 우려

검찰청 폐지 이후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을 넘겨받게 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이 이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 10월 중수청이 출범하면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설립된 검찰청은 78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다만 중수청 수사에 대해 공소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조항이 삭제되면서 외부 감독과 통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행정안전부가 경찰과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중수청까지 관할하게 되면서 수사권 집중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중수청은 행안부 장관 소속 기관으로 설치되며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범죄 등 6대 범죄를 수사하게 된다. 여기에 공소청 검사와 판사 등이 대상이 되는 법왜곡죄 사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법원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도 중수청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중수청에서는 기존 ‘검사’ 명칭이 사라지고 ‘수사관’이 관련 수사를 맡는다.
법조계에서는 중수청에 대한 외부 통제와 감독이 취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하면 법무부 소속 공소청에 이를 통보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해당 조항은 최종 법안에서 빠졌다. 특히 6대 범죄의 구체적 죄목을 앞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만큼 향후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행안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행안부는 이미 경찰과 국수본을 관할하고 있는데 중수청까지 두게 되면서 공수처를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의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거대 권력기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과 중수청의 관계 설정 역시 향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2021년 출범한 국수본이 그동안 ‘한국형 FBI’를 내세워 중대 범죄 수사를 맡아왔는데 중수청이 같은 영역을 다시 맡게 되면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경찰이 중점적으로 수사해온 6대 범죄에 더해 법왜곡죄와 공무원 관련 범죄까지 중수청이 담당하게 되면서 경찰은 부동산 범죄 등 민생 범죄만 맡는 ‘하위 기관’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내부에서 제기된다.
특히 중수청이 사실상 경찰의 상위 기관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경계감은 더 크다. 중수청법 44조에 따르면 경찰 등이 중수청 수사 대상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며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같은 사건을 경찰과 중수청이 모두 수사할 경우 중수청이 우선 수사권과 이첩 우선권을 갖는 구조다. 결국 중수청이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을 선별적으로 가져가고 경찰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사건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수청의 권한 집중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대형 범죄 수사 경험을 갖춘 기존 검사들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소청 검사에게 일정한 보완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소청 검사는 현재 수사권 없이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 업무만 맡도록 돼 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이달 19일 검찰 구성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검찰은 헌법상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역할이 있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다리는 국민이 너무나도 많다는 현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사실상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 10월 출범을 앞둔 중수청이 실제로 필요한 수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서울의 한 고위급 경찰관은 “경찰 조직 안에서 이미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실력 있는 인력이라면 중수청으로 옮길 이유가 전혀 없다”며 “중수청 수사관은 전국 순환 근무를 해야 해 이동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중수청행 선호도는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대검찰청이 검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910명 중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인원은 7명(0.8%)에 그쳤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 자격을 요구하는 수사사법관 직책을 통해 신분과 전문성을 보장하던 최소한의 유인책마저 사라졌다”며 “검사가 중수청으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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