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떠나 주식으로 머니무브…대형 증권사, 은행 추월하나

조계완 기자 2026. 3. 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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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활황세에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시중자금이 예금취급기관(은행·비은행)에서 증권사·자산운용사로 대규모 이동하는 '머니무브' 격동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를 보면, 국내 비금융부문(가계·비금융법인·정부)의 전체 금융자산에서 주식펀드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30.8%로 현금·예금 비중(29.0%)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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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증권시장 개장 70주년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시 활황세에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시중자금이 예금취급기관(은행·비은행)에서 증권사·자산운용사로 대규모 이동하는 ‘머니무브’ 격동기를 맞고 있다. 향후 각 금융그룹 내 간판 자회사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바뀔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증권사 중에 자기자본(별도 기준) 상위 5개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의 2025년 합산 당기순이익은 6조4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2조134억원)이 순이익 2조 클럽에 올랐고, 이어 미래에셋증권(1조5936억원)·삼성증권(1조316억원)·NH투자증권(1조84억원)·메리츠증권(7663억원) 순이다.

반면, 주요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 지표를 보면 케이비(KB)국민은행(3조8346억원)·신한은행(3조7758억원)·하나은행(3조7475억원)·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2조7189억원)·우리은행(2조5990억원)·엔에이치(NH)농협은행(1조8140억원) 순이다. 기업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의 합산 순이익은 15조7709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에 그쳤다.

대형 증권사의 순이익이 웬만한 시중은행 이익규모에 근접했다. 한국기업평가는 “경제주체들의 위험자산 선호에다 정부가 유도중인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시중자금 흐름이 자본시장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며 “증권업에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조성되면서 은행과 자본력 및 영업기반이 우수한 대형 증권사 사이에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종합 투자은행(IB)을 지향하는 몇몇 증권사를 중심으로 외형(자기자본)과 이익창출 규모에서 일부 시중은행을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금융자산 구성에서 주식·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은행 예금(현금 포함)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를 보면, 국내 비금융부문(가계·비금융법인·정부)의 전체 금융자산에서 주식펀드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30.8%로 현금·예금 비중(29.0%)를 앞질렀다. 특히 가계부문 금융자산 중에 주식·펀드 비중은 24.0%로, 2019년 말(18.2%)에 견줘 6%포인트 가까이 확대됐다.

대형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환매조건부채권(RP) 등 ‘예금 대체’ 수신자금 금융상품을 앞세워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4개 대형 증권사(한투·미래에셋·엔에이치투자·케이비)의 발행어음 잔고는 지난 2월말 51조원으로 파악된다. 국내 79개 저축은행 예수금(약 100조원)의 절반가량에 이른다.

예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은행들은 예적금 유치에 경고등이 들어온 양상이다. 지난해 예금취급기관(은행·비은행)의 수신증가율(3.6%)은 직전 5개년 평균(7.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의 수신 잔액은 17조4천억원 감소했다. 한기평은 “예금 이탈에 따른 자금조달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은행마다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예금금리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터라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6일 열린 한겨레 주최 월례 정책 특강에 강연자로 참석해 “요즘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모여들고 있다. 투자은행(IB)으로 성장은 은행보다 증권사 쪽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앞으로 금융그룹의 주력 자회사가 은행이 아니라 금융투자사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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