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로벌 표준 선점 나선 美 … 민관 원팀으로 생태계 장악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2026. 3.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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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 프리몬트 스트리트 인근에 있는 한 스타트업 사무실.

미국은 표준을 통해 확산의 방향을 장악하려는 'AI 네이티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게이트 로지노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CSET) 수석 연구원은 "AI 에이전트 표준을 누가 설계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AI 생태계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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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공통규칙 설계 박차
서로 다른 AI 상호작용 위해선
모두 인정하는 국제 표준 필수
선점땐 기술 주도권 우위 점해
美정부, 표준화 프로젝트 착수
오픈AI 등 빅테크도 적극 제안
진입장벽 높여 중국 고립 노려

미국 라스베이거스 프리몬트 스트리트 인근에 있는 한 스타트업 사무실. 사무실 내 모니터 한쪽에 '인공지능(AI) 협상' 창이 떠 있다. 이곳 직원이 "다음주 뉴욕 출장, 최저가로 예약해줘"라고 입력하자 화면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좌석 확인 중… 요금 변동 감지" "가격 재조정 요청 송신".

찰나의 간격으로 로그가 쏟아졌다. 사용자의 개인 AI가 항공사 예약 시스템 AI와 실시간으로 조건을 주고받으며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뒤이어 호텔 예약 AI가 대화에 가세한다. "도착 시간에 맞춰 체크인 조정 완료, 프로모션 할인 적용." 마지막으로 결제 시스템 AI가 응답한다. "결제 승인 및 거래 완료."

이런 모든 과정이 채 5초가 걸리지 않았다. 사람이 한 일은 단 한 줄의 명령뿐이다. 현장 엔지니어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AI끼리 스스로 판단하고 조건을 절충하는 구조"라며 "개별 서비스 AI들이 '같은 언어'로 대화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 시대가 온 장면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AI가 막힘없이 대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려면 '공통 언어'가 필수적이다.

표준 선점은 '게임의 규칙'을 직접 만드는 일이다. 특정 국가가 만든 규칙이 세계 표준이 되면 세계는 그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세워진다. 이는 중국처럼 거대 데이터와 인력을 앞세운 인해전술식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기도 하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미국이 만든 '공통 언어'라는 성벽을 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연구원들이 인공지능(AI) 자동화 설비 작업을 조율하며 실제 산업 공정에 적용하기 위한 검증을 하고 있다. NIST

한번 굳어진 표준은 경쟁자가 손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강력한 해자(垓字)가 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이 구축한 생태계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은 결국 이들의 규칙과 수수료 구조를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표준을 통해 확산의 방향을 장악하려는 'AI 네이티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등 주요 플레이어가 몰려 있는 이점을 활용해 자국 기술 중심의 '사실상의 표준'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긴박하다. 미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지난 2월 'AI 에이전트 표준화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고 AI 간 신원 인증 및 상호 운용성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빅테크들 역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앤스로픽은 AI 간 통신 규칙인 MCP를 공개하며 업계 표준화를 제안했고, 오픈AI 등과 함께 리눅스재단 산하 '에이전틱 AI 재단'을 설립해 기술 공유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개방'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기술 방식을 산업 전반에 이식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아직 글로벌 차원의 단일 표준은 정립되지 않았다. 기업마다 다른 방식으로 AI를 연결하는 상태다. 게이트 로지노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CSET) 수석 연구원은 "AI 에이전트 표준을 누가 설계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AI 생태계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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