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파병 대신 '비군사적 기여'에 방점... 한일 간 이례적 '물밑 소통'도

조영빈 2026. 3. 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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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과 관련해 파병보다는 해협 안전에 대한 기여로 대응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당장의 파병보다는 해협 안전에 대한 외교적 기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성명에 참여한 20여 개국 가운데 파병 요청을 받은 나라 대부분은 파병은 거부하면서도 호르무즈해협 안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대응 과정에서 일본과의 '물밑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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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사랑해"...  군사적 기여 압박
정부, 이란 규탄 성명에 동참해 보폭 맞춰
한일, 파병 요청한 美와 소통 공유하기도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스플래시247닷컴 뉴시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과 관련해 파병보다는 해협 안전에 대한 기여로 대응 방향을 잡았다. 항행의 자유에 외교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다른 동맹국들의 대응 수준과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러한 대응 기조를 설정하는 과정에 일본과 긴밀한 '물밑 소통'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한국 중국 일본 등 호르무즈해협을 이용하는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이 해협 항행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한국 등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미국은)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19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자위대 파견은 불가능하다"라며 당장의 파병은 어렵다고 밝히자, 한국을 향해 군사적 기여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한국 사랑해"...반면 한국은 파병 거절그룹과 발맞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워싱턴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하지만 우리 정부도 당장의 파병보다는 해협 안전에 대한 외교적 기여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22일 "파병 문제에 관한 정부 입장이 다소 구체화하고 있다"며 "7개국 공동성명에 동참한 게 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통항 안전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이러한 기조에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20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7개국이 주도한 공동성명에 동참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성명에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군의 사실상 폐쇄와 비무장 상선, 석유·가스 등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교가는 정부의 공동성명 동참 결정을 신속한 파병에는 선을 그은 조치로 보고 있다. 성명에 참여한 20여 개국 가운데 파병 요청을 받은 나라 대부분은 파병은 거부하면서도 호르무즈해협 안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과 보폭을 맞춘 것 자체가 '파병은 당장 어렵지만 비군사적 기여 의향은 있다'는 대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경쟁관계였던 한일, 미국과의 소통 내용 이례적 공유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특히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대응 과정에서 일본과의 '물밑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일 양국이 호르무즈해협 문제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협의와 미일 간 협의 내용을 주고받고 있다는 뜻이다. 대미 외교에서 경쟁 관계였던 양국이 미국 파병 압박을 대응하기 위해 공조 체제를 형성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한일은 △아시아의 손꼽히는 미국의 동맹인 점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틀에 묶인 점 △파병에 따르는 국내법적 제약이 큰 점 등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트럼프의 파병 요청에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듯, 한일 양국도 '유사 입장국'으로서 동향을 공유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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