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시인' 박용래의 알려지지 않은 시 한편 찾았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눈물의 시인'이라 불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박용래의 알려지지 않은 시 한 편이 발굴됐다.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는 1949년 12월 5일 발간된 잡지 '농우(農友)' 창간호(비매품)에 수록된 박 시인의 시 '노방(路傍)'을 최근 입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작품을 본 나태주 시인은 "박용래 시인의 작품은 대부분 알고 있는데 노방은 처음 접한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현정 교수, 근대서지 도움 받아 본지에 공개
"슬픔을 '가난한 아름다움'으로 위무하고 승화"

'눈물의 시인'이라 불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박용래의 알려지지 않은 시 한 편이 발굴됐다.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는 1949년 12월 5일 발간된 잡지 '농우(農友)' 창간호(비매품)에 수록된 박 시인의 시 '노방(路傍)'을 최근 입수했다고 22일 밝혔다. 농우는 농민 단체로 알려진 '충청남도농우회'에서 발간한 잡지인데 1950년 6·25 전쟁 발발로 창간호만 나온 후 폐간됐다.
'노방'은 박 시인의 발표작은 물론 미발표작까지 망라했다는 '박용래 시전집'(문학동네, 2022)에도 나오지 않는다. 작품을 본 나태주 시인은 "박용래 시인의 작품은 대부분 알고 있는데 노방은 처음 접한다"고 말했다.
노방은 오영식 근대서지학회장과 문승묵 서지연구가가 소장하고 있다가 지난해 근대문화 연구자들을 위한 '근대서지'(제32호, 2025.12)에 수록했는데 일반에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용래 전문가인 김 교수는 근대서지학회에서 노방에 대한 해제를 의뢰받았다.

해제에 따르면 '우유꽃 언덕', '그 무렵의 바다' 등과 같은 해 발표된 '노방'은 2연 6행으로 지어졌다. 시인의 이름은 '그 무렵의 바다'에 적었던 '박용내'로 돼 있다. 그 이후 시에서는 한자 이름 '朴龍來'로 쓰였다.
노방은 길의 양쪽 가장자리인 길가, '흘흘'은 '설움이 북받쳐 자꾸 숨을 거칠게 쉬며 우는 소리'를 뜻한다. '電線(전선)이 가고'는 '색연필 그림처럼' 그린 그림 속의 커다란 눈(함박눈)에 의해 전선(전깃줄)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을 의미한다.
길가에서 '때 묻은 소매 끝'을 가린 채 흑흑 울며 불을 피우는 한 소녀를 연민의 시선으로 노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인은 소녀의 슬픔을 '어려서 그린 색연필그림처럼' 눈이 오는 광경묘사로 상쇄시키고 있다"며 "불을 피우는 소녀의 슬픔과 함박눈이 내리는 장면을 병치함으로써 소녀의 슬픔을 위무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노방은 시인이 이전의 시에서 줄곧 노래한, 외롭고 쓸쓸한 대상들을 '가난한 아름다움'으로 표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노방'은 해방 전에 발표한 다른 시에서 보였던 관념적 또는 낭만적 허무주의에서 탈피해 시적 완성도를 높인 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방은 등단 후 1957년 11월 현대문학에 발표한 시 '눈'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그는 "이 시 '눈'은 눈이 온 세상을 '언제나 가난한 마음도 없이/ 이루워 지는 하얀 地帶(지대)"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10여 전 가난한 한 소녀의 슬픔뿐만 아니라 '하늘과 언덕과 나무'의 한계를 지우고, '가난한 마음'마저 무화시키는 '눈'으로 승화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路傍
때묻은 소매끝 가리며 흘흘
불피는 少女
노방의 少女
電線이 가고
어려서 그린 색연필그림처럼
눈이 온다
……1949……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의힘, 후반기 국회부의장 후보에 '충북 4선' 박덕흠 선출 - 대전일보
- 충청권 주요 IC 신설 지지부진…현충원·첫마을·망향휴게소 조성 답보 상태 - 대전일보
- '공주·부여·청양' 윤용근 출마 선언 "무너지는 헌정질서 지키겠다" - 대전일보
- 대전일보 오늘의 운세 양력 5월 14일, 음력 3월 28일 - 대전일보
- 온통대전 다시 꺼낸 허태정…본선 화두는 '민생' [6·3 지선, 이제 본선이다] - 대전일보
- 오늘부터 후보 등록… 충청권 핵심 현안 담을 선거전 본격화 - 대전일보
- 구제역에 고소 당한 쯔양,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 대전일보
- 李 대통령 "김용범 '초과세수' 배당 말해…초과이윤 주장은 음해" - 대전일보
- 청주서 문화유산 발굴하다 유골 발견… "부검 의뢰 예정" - 대전일보
- 충북 영동 금강서 여성 추정 시신 발견…경찰 조사 - 대전일보